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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현우 Jul 30. 2020

자존감에 대한 오해, 진짜 극복하는 방법

집착 내려놓음, 문제해결, 운동/수면/휴식, 치료

자존감 열풍이 불고 있다. 모두가 자존감을 탓한다. 시대별로 유행을 타는 용어들이 있는데 지금은 자존감이 대세를 타고 있다. 한 때는 서점에 가면 ‘00의 독설’, ‘000 변명하지 마라’ 등 직설적인 조언들이 쏟아졌다. 이것저것 핑계대지 말라는 메시지다. 이후에는 너무 열심히만 앞만 보고 질주하는 한국 사회를 비판하면서, 쉬어가자는 의미로 ‘힐링’이 유행했다. 시간이 지나고 지금은 ‘자존감’에 대한 책들이 쏟아져 나온다. 윤홍균 저자의 <자존감 수업>이 그 촉발제가 되었다.  

    

자존감은 대체 무엇일까? 원래의 의미는 ‘자기 스스로를 존중할 수 있는 마음’이 정의이다. 아이러니한 것은 자존감에 대한 정의를 물어보면 정확히 대답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 그러나 어떤 설문조사에서든 우리나라 사람들의 자존감은 낮게 산출된다. 알바천국은 전국 10~20대 회원 1,648명을 대상으로 ‘2018 자존감을 말하다’ 설문조사를 진행했는데, 응답자 중 47.9%가 현재 자신의 자존감 상태에 ‘낮다’라고 답했다. 그 중 ‘매우 낮다’라고 한 사람도 16.6%에 달한다. 반면 자신의 자존감이 ‘높다’ 혹은 ‘매우 높다’라고 한 비율은 17.4% 밖에 되지 않는다.


흥미로운 것은 자존감이 낮아지는 상황에 대한 조사결과이다. 설문조사에 응한 사람들은 자존감이 가장 낮아질 때를 ‘행복해 보이는 지인들의 SNS를 볼 때(26.8%)’로 꼽았다. 다음으로는 ‘가족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할 때(22.6%)’, ‘취업이 안 될 때(20%)’, 외모가 만족스럽지 못할 때(13.6%)‘, ’친구나 상사와 갈등이 생길 때(9.4%), ‘이성 문제로 상처받을 때(7.5%)’ 순이었다. 


아르바이트 중 가장 자존감이 낮아졌던 순간은 ‘실수가 잦을 때(37.4%)’ 라고 말했다. 이외에는 ‘손님 및 상사의 폭언에 시달릴 때(21.8%)’, ‘동료와 비교당할 때(11.5%)’, ‘고용주에게 부당 대우를 받을 때(9.7%)’, ‘낮은 임금을 받을 때(9.6%)’, ‘고된 업무 강도에 시달릴 때(6.6%)’, ‘근로 시간이 과다할 때(3.3%)’ 등이 있었다.      


자존감에 대한 설문조사는 이뿐만이 아니다. 취업포털 인크루트는 취준생들의 취업준비 기간 중 의식 변화를 조사하기 위해 ‘취업준비생 자존감 실태조사’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 취업 준비 중 자존감을 잃는다고 답한 비율은 91.2%였다. 답변자들은 서류전형에서 광탈했을 때(28.8%), 나보다 훨씬 똑똑한 지원자들을 봤을 때(21.6%), 친구들과 취업 얘기를 할 때(19.3%), 친한 친구는 합격하고 나만 떨어졌을 때(14.7%) 자존감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이러한 알바천국과 인쿠르트의 조사 결과들은 자존감에 대해 중요한 특성을 파악하게 도와준다. 자존감은 상황에 따라 낮아질 때도 있고 높아질 때도 있다는 것이다. 이 사실은 정말 중요하다. 행복과 자존감 모두 상황에 따라 낮아질 수도 있고 높아질 수도 있다. 예를 들자면, 우리는 하루 종일 자존감의 높낮이를 다 경험한다. 친구들과 아무 걱정 없이 수다를 떨 때는 자존감에 대해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아마 그 순간 자존감을 측정하라고 하면 대부분 높게 나올 것이다. 실제로 알바천국의 조사에서 응답자들은 자존감을 높이기 위한 활동으로 여행, 개인 취미활동, 취업, 연애, 쇼핑 등 외모를 위한 투자, 친구와 만남, 대외활동, 운동, 독서 등을 꼽았다.      


이 사실은 왜 중요할까? 설문조사를 할 때 ‘자존감이 낮다’라고 답한 사람들은 인생 전체를 일반화하여 부정적으로 보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은데도 말이다. 최근 강의를 나갔는데 한 수강자가 이런 고민을 털어놓았다.


‘작가님 제가 자존감이 낮아서 너무 걱정입니다. 계속 우울해지고 뭘 못하겠어요.’ 


고민을 듣자마자 다시 질문을 던졌다. 


‘본인이 왜 자존감이 낮다고 생각하시나요? 하루 종일 우울하시나요?’ 


만약 그 수강생이 ‘하루 종일 우울하다’고 대답했다면 나는 정중히 정신과에 가서 상담을 받아보라고 권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고민을 털어놓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듯이, 수강생은 하루 종일 우울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하루 종일 우울하지는 않아요. 제가 이전에 다니던 회사가 너무 안 맞아서 그만두었거든요. 최근에 다시 일을 구하려고 하다보니까 저를 받아주는 곳이 있을까 싶기도 하고, 받아준다고 해도 또 직장생활을 하려니 답답하기도 하고 그래요.’     


대답을 듣고 나니, 상황이 충분히 그럴법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확인 차 다시 물어보았다. 


‘혹시 친한 친구 분들과 이야기할 때나,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을 정도로 답답하고 힘드신가요?’ 


그녀는 일상생활에는 지장이 없고, 친구들이랑 놀고 있을 때는 괜찮다가도 집에 혼자 있을 때마다 그런 생각이 든다고 대답했다. 이 대답을 듣자마자 정확히 답변을 줄 수 있었다.


 ‘그럼 자존감이 낮으신 게 아니라 문제를 풀어야 할 고민이 있으신 것 같아요. 그 문제는 선생님에게 잘 맞는 회사로 취업을 하시던지, 개인 사업을 하면서 성과를 내셔야 고쳐질 겁니다. 그 전에는 아무리 상담 받아도 해결 안 됩니다. 하나의 문제를 자꾸 일반화시킬수록 문제해결로부터 점점 멀어져요.’    

  

인생은 원래부터 불예측의 연속이다. 하나의 문제를 해결하면 또 하나의 문제가 생긴다. 아무 문제없이 평생을 살 수는 없다. 하나의 문제를 ‘자존감이 낮다’, ‘삶이 불행하다’, ‘사회생활이 너무 힘들다.’ 라고 말하면서 일반화할수록 진짜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은 줄어든다. 토니 로빈스 또한 자신의 저서 <거인의 힘 무한능력>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어떤 사람이 나는 우울해요라고 말한다면 그는 단지 꼼짝 못하고 있는 자기의 내적 상태를 표현한 것이다그는 우리에게 어떤 구체적인 것을 설명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중략더 구체적으로 말하라고 요구하면 그는 나는 항상 일을 망치기 때문에 우울해요라고 말할지 모른다다음 질문은 무엇일까그의 대답은 언제나 사실일까아마 아닐 것이다그러므로 항상 일을 망친다고요?’라고 묻는다대개 글쎄뭐 항상 망치는 것은 아닌 것 같네요” 라고 대답할 것이다보풀이 일어난 말을 깨고 더 구체적이 됨으로써 비로소 문제를 파악해내고 그것을 다룰 수 있는 길로 들어선 것이다흔히 사람들은 실제로는 작은 실수를 하고서도 마음속에서는 커다란 실패로 여기는 오류를 범하곤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자꾸 부정적인 방향으로 일반화를 시키는 것일까? 이왕 일반화를 시킬 바에는 긍정적인 방향이면 좋을 텐데 말이다. 실제로 자존감이 높다고 하는 사람들을 보면 대부분 자신감을 가지고 있고, 문제해결능력도 뛰어날뿐더러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있다. 


안타깝게도 인간은 긍정적인 정보보다 부정적인 정보를 훨씬 더 빠르게 접하고, 오래 기억하도록 시스템 되어있다. 이런 현상을 부정편향(Negativity Bias)라고 한다. 야생동물의 위협 등 부정적인 신호에 민감할수록 생존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에, 우리의 두뇌는 계속해서 부정적인 신호를 더 빨리 받아들이도록 진화해왔다.      


통계학 분야의 세계적 석학이자 의사인 한스 로슬링은 저서 <팩트풀니스>에서 인간이 부정 본능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며 한 가지 실험을 소개했다. 그는 여러 국가의 사람들, 다양한 인종과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을 모아놓고 아래의 3가지 중 어떤 말에 가장 동의하는지를 물었다.      


세계는 점점 좋아진다.

세계는 점점 나빠진다.

세계는 점점 좋아지지도 점점 나빠지지도 않는다     


놀랍게도 과반수가 넘는 사람들이 ‘세계는 점점 나빠진다’를 선택했다. 세상에는 좋은 일도 많이 일어나지만, 우리는 나쁜 일이 더 많다고 인식한다는 것이다. 로슬링은 우리가 부정본능을 가지고 있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언론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언론은 주로 자극적이거나 부정적인 일을 더 많이 다룬다. 좋은 일은 사람들의 시선을 끌지 못하기 때문이다. 시리아 내전, 테러, 바다오염, 온실가스로 인해 얼음이 녹아서 해수면이 올라가는 것, 2008년의 미국 주택시작 붕괴 등은 뉴스에서 자주 다뤄진다. 그러나 행복한 가족들이 여행을 가서 맛있는 음식을 먹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것은 기사로 나오지 않는다.      


우리는 행복한 상황이 기본적인 베이스라고 생각하고, 부정적인 상황에 대해서만 오래 기억한다. 자존감도 마찬가지다. 친구들과 재미있게 놀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동안에는 자존감이 높겠지만 우리는 그 사실에 대해 기억하지 못한다. 취업에 떨어지고, 친구와 싸우고, 직장상사에게 혼난 사실에 더 집중한다. 그리고 이런 현상을 감정적으로 표현할 단어를 찾는다. 


‘불행하다’, ‘우울하다’, ‘슬프다’, ‘허무하다’, ‘불쾌하다’, ‘짜증난다’ 등이 대표적인 부정적 감정을 표현한다. 최근 들어 이 목록에 추가된 것이 ‘자존감이 낮다’, ‘자존감이 낮아졌다.’ 일 뿐이다. 실제로 자존감이라는 단어가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진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자존감은 그냥 자존감일 뿐이다. ‘자기 스스로를 존중할 수 있는 마음’ 일 뿐이다.      


자존감이라는 단어가 대두되고, ‘자존감을 높이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는 사람들이 많아지자마자 시장에는 자존감 향상 프로그램 등의 교육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자존감 설문조사를 통해 점수를 측정하고, 낮은 사람들은 자존감을 높이기 위해 뭐라도 해야 하는 것처럼 말한다. 정말 자존감을 높이기 위해 우리가 할 것은 이러하다.      


첫 번째, 자존감이라는 단어에 집착하지 않기. 우리가 자존감이라는 단어와 자존감의 크기에 집착할수록, 우리의 삶은 오히려 부정적인 감정에 집착하게 된다. 모든 부정적인 상황이 자존감이 낮기 때문에 발생한다고 믿어버리기 때문이다. 부정적인 상황이 많이 발생할수록 본인의 삶이 불행하다고 느끼고, 이로 인해 자존감이 낮다고 생각하게 된다. 인생은 원래 행복하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두 번째, 특정한 현상을 부정적인 방향으로 일반화하지 않을 것. 시험 점수가 낮아서 우울하다면 공부를 하라. 업무능력 때문에 직장상사에게 매일 혼난다면 더 열심히 일하고 전문성을 쌓기 위해 노력하라. 현재의 직장이 너무 권위적이고 힘들다면 실력을 키워서 이직을 하던지 개인 사업을 해라. 인생의 진짜 문제는 ‘자존감이 낮은 것’에서 오는 게 아니라 ‘현상 그 자체’에서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자존감이라는 단어로 진짜 문제를 회피하지 말아야 한다.      


세 번째, 만약 부정적인 감정이 하루 종일 혹은 너무 오랫동안 지속된다면 전문가와 상의 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자신의 감정을 잘 컨트롤하기 위한 방법으로는 (첫 번째, 두 번째를 수행했다는 가정 하에) 운동을 꾸준히 하고, 충분한 수면을 취하고, 건강한 음식을 먹고, 휴식을 취하는 것만으로도 대부분 호전이 된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을 해도 부정적인 감정이 사라지지 않고 일상에 지장을 줄 정도라면 반드시 전문가를 찾아가라. 많은 사람들이 외상이나 내상에 대해서는 조금만 아파도 병원에 가지만, 자신의 심리에 대해서는 무관심한 경우가 많다.      



요약정리 : 자존감은 최근 우리의 일상 속에서 엄청나게 많이 쓰이고 있는 단어이지만, 그 의미를 정확히 아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자존감이 낮다’라고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인생을 부정적인 방향에서 보는 경우가 많고, 행복하지 않으면 무언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자존감 문제는 부정적인 방향에서의 일반화로 시작된다. 하나의 현상을 일반화하게 되면, 문제해결과는 점점 멀어진다. 자존감은 반드시 높아야 하는 것도 아니고 낮다고 평가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냥 감정 상태를 말한다. 따라서 우리는 자존감이라는 단어에 집착하지 않고, 부정적인 일반화를 배제하며, 문제 해결적 접근을 해야 한다. 만약 어떤 방법으로도 부정적인 감정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전문가를 찾아 도움을 청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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