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봉과 양봉, 그것은 우리네 삶과 닮아있다.
인생 오르락 내리락 하는거지 뭐~
“오르내림을 통해 우리는 배워간다.”
일단은 좀 짜증을 내겠다. 아 리얼 개화나네 왜 자꾸 –인 건데? 왜 나만 가지고 그러는 건데!.. 흠흠 요새 코인을 거래하고 있다. 코인 거래는 정말로 재미있다. 아마 음과 양으로 사람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하면서 분비되는 뇌의 호르몬인 도파민과 관계있는 것은 아닐까? 하며 아는척해 본다. 3월의 코인판은 불장이였다. 어떤 코인을 넣어도 펌핑 순환으로 인한 일명 ‘돈 복사’가 이루어졌고 아무것도 모른 채 나는 미끼를 덥석 물었다.
요새는 꽤나 스트레스를 받는다. 내가 마! 음봉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데 그거까지 설명해야 하냐? ㄹㅇ짜증 난다. 어케 하면 좋노? –찍힌 계좌 누가 책임질 건데? 죄송하다. 짜증 한 번 더 부려봤다. 보셨듯이 우리는 매일매일 스트레스를 받으며 살아간다. 그것은 때때로 좋게도 나쁘게도 작용한다. 나는 스트레스를 통제하지 못하는 것에도 스트레스를 받는 편인데 나를 다독이기 위해 하는 말이 있다. “스트레스를 어떻게 받아들는지가 훨씬 중요하다.”
코인거래소 손익 평가 손익은 사람을 들었다 놨다 한다. +가 찍힌 빨간색 손익은 뭔가 더 얻어낼 수 있으리란 기대감을 증폭시키고 -가 찍힌 파란색 손익은 이대로 물러날 수 없다는 억울함을 증폭시킨다. 하루아침에도 기쁨과 슬픔을 동시에 느끼게 만드는 이 평가손익의 음봉과 양봉은 사람을 미치게 만든다. 아마 (다소 예민한 발언이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냉정하게 판단하지 못하고 ‘인지부조화’로 인해 긍정, 희망을 넘어선 망상회로를 돌린다. 자신이 돈을 더 벌 수 있을거라는 쪽에 배팅하는 것이다.
극에 달한 스트레스가 우리를 인지 부조화 영역인 자기합리화로 이끌며 결국은 ‘실망’이라는 하락치의 기댓값으로 마무리된다. 우리가 다양한 스트레스를 부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이유는 한 가지 원인에서 시작한다. 바로 ‘실망’이다. 실망은 내가 기대한 값에 미치지 못한 결과물이 나왔을 때 발현되는 감정이다. 우리는 대개 무언가를 시작할 때 열 번 중 한 번 혹은 백 번 중 한번 꼴로 ‘그나마 마음에 드는’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그 한 번의 결과물을 당연히 얻어야 한다는 생각에 우리는 매번 실망하게 된다.
실망은 아직 시작하지도 않은 것을 그만두게 만드는데 일조한다. 뭐가 뭔지 분간하기 힘들고 옳고 그름 또한 알 수 없기에 힘들고 지치기만 할 뿐 재미는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어떤 일이든 처음이 가장 힘들다. 이는 코인이라고 다르지 않다. 어떤 코인이 괜찮은지, 이판이 투자판인지 투기판인지, 차트란 무엇인지, 코인에 펀더멘탈은 존재하는 것인지... 처음 시작하는 것들은 모두 알 수 없는 것투성이라는 점에서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떤 일이던 시작하게 되는 계기는 재미를 느꼈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 재미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몇십 번의 순간 중 운 좋게 얻어걸린 걸 인지하지 못하는 것에 있다. 이를테면 나는 코인 시작과 동시에 한 달 만에 2800퍼센트의 수익률을 올린 적이 있다. 당연히 어떤 것보다 방대한 쾌락을 가져다줬고 이는 스스로가 코인을 만만하게 생각하게 만드는 충분한 근거가 돼주었다.
‘더닝 크루거’현상, 나는 나의 그릇을 알지 못한 채 이 바닥이 생각보다 쉬울 거라고 판단했다. 현재로서는 투자원금을 회수할 정도의 자본을 보유 중이며 방금까지도 “코인.. 하 ㅅㅂ 접을까.. 내 돈은 어떻게 해야 하냐...”라는 생각을 했다. 소액 투자였지만 과분한 성과를 얻었기에 생활비를 제외한 나머지 돈을 추가 투자하였으나, 돈을 잃는 현상을 계속적으로 마주하게 되었다. 이러한 현상이, 실패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져 나는 밤잠을 설칠 정도로 힘이 들었다.
“잘한다”라는 것은 그것을 꾸준히 지속하는 힘이다. 어리석게도 나는 코인판에서 스스로가 현명한 투자자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늘 그렇듯 우리는 자신감이 붙게 될 때 가장 경계해야 한다. 고작 입문한지 한 달도 채 안 된 햇병아리인 내가 2800퍼센트의 수익을 낼 수 있었던 것은 단순히 운이 좋았던 것이었지만 나는 그것을 ‘실력’이라고 생각했다. 이 또한 인지부조화 현상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자신에게 유리하게 해석하는 것이다.
현실과 이상은 다르다. 세상의 방향은 내가 생각하는 시나리오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3월의 코인장은 엄청난 불장이었다. 비트코인은 4천만 원에서 8천 만원, 전 고점을 뚫으며 두 배 가까이 상승했고 일명 돈 복사가 이뤄지는 순환 펌핑장 이였다. 상대적으로 변동성이 심한 알트 잡 코인들은 모두가 돈을 버는 말도 안 되는 도박장으로 탈바꿈 됐고 탐욕 지수는 하늘을 뚫을 기세로 상승했다. 금액이 펌핑 되는 것을 보고 유입된 신규 투자자들은 아마 모두가 다 똑같이 생각했을 것이다.
“씨발 돈 벌기 존나 쉽네?" 하지만 그것은 3월, 한 달만을 본 결과이다. 그 앞과 뒤로 어떤 일이 펼치질지는 모두에게 이미 관심 밖의 일이었다. 4월에 들어서자 코인판에 변화가 찾아왔다. 비트코인은 바닥으로 수직 낙하했고 초심자들은 어딘가에서 보고 들은 건 있어 ‘존버’하다가 결국엔 버티지 못하고 도망치는 사람들이(통칭:돔황챠!) 발생했다. 나도 남들처럼 순환 펌핑에 눈이 멀어 이를 방관하다 오히려 공포에 사라!라는 말을 어설프게 알고 잡 코인들을 더 사들였다가 40퍼센트 손실을 보게 되었다.
우리는 오를 때도 있고 내릴 때도 있다. 초등학교에서 고등학교까지.. 수많은 시련이 우리를 시험한다. 호가창의 양봉과 음봉도 마찬가지다. 언제 매수할지 매도할지... 선택의 기로에 따라 평가 손익이 달라지듯 우리의 삶도 선택의 기로에 따라 달라진다. 거래내역의 평가손익은 지금 이 순간의 결과물이다. 의도하지 않은 –가 찍혀있다면 그것은 잃은 것이다. 과거의 잘못처럼 찍혀버린 –는 메꿀 수 없다.
하지만 거래내역의 –가 의도된 것이라면 향후 해석이 달라질 수 있다. 삶도 마찬가지다. 당장 선택한 것이 나에게 큰 득이 되지 않은 것일 수 있어도 뒤에 미칠 영향을 예측하고 움직인다면 당장의 결과는 기댓값에 못 미칠지라도 향후에는 1000퍼센트, 10000퍼센트의 성공 가도를 가는 것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아마 우리는 이를 ‘존버의 미학’이라고 부른다. 확실한 믿음 아래 당장의 손실은 참으며 견디다 보면 좋은 날이 도래하는 것이다.
여러 코인의 오픈 채팅방에 들어가 보면 의도하지 않은 손실을 보고 물려있는 사람들을 확인할 수 있다. 이들은 입으론 ‘존버’하자며 떠들지만 아침에 눈뜨자마자 호가 창을 보며 한숨부터 내쉰다. 쌍욕으로 시작해 마무리되는 하루는 그들을 불안정한 상태로 만든다. 이들이 하고 있는 것은 ‘존버’일까? ‘뇌절’일까? 안타깝게도 ‘존버’라고 하는 것은 근거 없는 믿음이 아니라, 믿음이라는 확신 아래 단단하게 있을 수 있는 상태인 것이다. 확신이 있기에 ‘존버’할 수 있고 흔들리지 않는, 평온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파란색의 손익 평가를 보며 물려있다고 하는 우리. 우리는 정말로 물려있고, 기다리면 구조대가 올까? 근거 없는 과거의 선택에 물려있는 것은 아닐까? 만약 우리가 과거의 잘못에 얽매여 있다면 어떤 역경도 헤쳐나갈 수 없다. 지금 물려있는 그 돈이, 그 코인이, 그 주식이, 그 경험이 확신이 없는 것이라면 미련 없이 놔주어라. 두어 번 운 좋게 성공하고 세 번째 실패한 것에 실망하지 마라. -의 파란색으로 물든 손익 평가는 당신의 현주소를 이야기하고 있는 죄밖에 없다.
짧지만 밀도 높은 시간 속에서 오르내림을 동시에 경험한 지난 한 달은 나에게 배움의 연속이었다. 올라감과 동시에 상승하는 자만심과 기대감, 내려감과 동시에 발생하는 무력감과 근거 없는 생각들 ... 만약 지금 발을 동동 구르고, 남의 의견에 휘둘리고, 요동치는 호가 창을 보며 믿음이 생기지 않는다면, ‘존버’할 수 없다면 놔주어라. 잘못된 과거와 선택은 우리를 힘들게 할 뿐이다.
오르내림을 통해 우리는 배워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