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날씨

그리 맑지 않지만.

by 미로




맑다가 덥다가 춥다가를 반복했다. 봄옷을 정리했다가 꺼내 입었다. 더운 날이 이어지리라는 예상과 달리 비가 내렸고 더운 술 대신 찬 술을 먹었다. 비가 내린 길을 걷다가 문득 생각했다. 아주 조금 좋다고. 아주 조금이나마 좋은 삶이 내 삶 언저리에 이벤트처럼 존재한다고. 그런 이벤트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길 바라는 아주 많은 욕심은 아주 조금의 삶과의 괴리로 인해 좀처럼 가까워지지 못하지만, 바라고 바라는 삶이 나쁜 건 아니라고 나 자신을 다독인다. 조금은 욕심을 가질 수도 있지 않느냐고, 소심하게 말해본다.


내가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할 일을 적어본다. 그러다 문득 하고 싶은 일을 나는 하고 싶다는 말 뿐만 아니라 정말 하고 있었는지, 생각한다. 그러다 오늘의 날씨를 탓한다. 나는 이제 지나가 버린 봄을 끄집어내 몸에 두르고 싶지 않았다.


새벽은 쌀쌀했고 다시는 따뜻한 날이 오지 않을 것처럼 하늘에 떠 있는 먹구름은 찬찬히 어디론가 옮겨간다. 그러다 생각한다. 너는 어디로 가고 있을까 라고. 근데 네가 누구인지부터 나는 생각해봐야 한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타자인 너. 나의 영원한 타자일 수밖에 없는 너. 너는 누구인가. 그러다 또 생각한다. 네가 누구인지 몰라도 괜찮다고. 그냥 행복했으면 한다고. 대책 없는 희망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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