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더듬더듬
아무도 울지 않는 밤.
냉장고는 세차게 울고 있다. 나는 숨죽이고 그 소리를 듣는다. 가열차게, 자신의 울음을 토해내는 냉장고의 냉기는 이미 썩어버린 된장찌개를 보호하고 있다. 보글보글 끓었던 된장찌개의 맛을 기억한다. 시큼하게 썩은 된장찌개는 기억나지 않는다. 그러니까, 당신이 내게 끓여주었던 된장찌개의 맛만을 나는 기억한다. 당신의 빈자리엔 썩은 된장찌개를 보호하는 냉장고만 울고 있다. 시체 보관소가 되어버린 냉장고를 망연한 마음으로 열면 하얀 불빛과 냉기가 쏟아진다. 비어 있는 자리에 몸을 집어넣고 문을 닫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차갑게 아주 차갑게 보관되어 지고 싶은, 욕구. 나의 울음을 냉장고의 울음으로 가리고 싶은, 소망.
맷비둘기가 울고 있는 아침.
아니 한낮. 울음은 어딘가 부엉이를 닮아서 부엉이의 형상을 떠올리게 하지만 이 울음은 맷비둘기의 울음이다 어디서 바퀴가 굴러가는 소리가 들리고, 눈을 감으면 바퀴 사이사이 맷비둘기의 울음이 짓이겨진다. 맷비둘기는 어디서나 운다. 아파트 어귀에서도, 이미 무너져서 세상에서 사라져버린 건물의 잔상 사이에서도 우오우오 운다. 사람들이 떠난 아파트에 홀로 남아 있다는 자괴와 오늘의 한낮도 이렇게 느리게 나를 두고 떠나간다는 회의가 뒤섞여 헛웃음을 만들어낸다. 아무것도 하지 못하겠다는 느낌을 누군가에게 전하고 싶어진다.
그러면 글을 쓰게 된다. 글을 한 자 한 자 쓸 때마다 고통스러워진다. 나는 나에게서 벗어나지 못하고 나의 몸 언저리에 존재하는 상처를 파고 또 파서 상처를 덧나게 한다. 그리고 당신에게 나의 마음 한 뼘이 담긴 글을 보낸다. 피가 흐르고 딱지가 내려앉으면 글쓰기를 멈춘다. 어느새 사라진 맷비둘기의 울음처럼. 내일도 맷비둘기는 아파트 어귀에 찾아와 우오우오 하고 울 것이다.
나는 눈을 감고 맷비둘기의 울음을 더듬으며 말한다.
당신은 정말로 괜찮은거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