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 위로

해석되길 바라는 마음

by 미로



버스를 기다린다.


도로에 표지판 하나 세워져 있는 버스 정류장. 의자 하나 없는 정류장. 1-3 버스 한 대만이 지나치는 정류장. 장례식장을 마주보고 있는 버스 정류장.

표지판 아래에 앉아 버스를 기다린다. 텅 빈 도로는 적막하고 자동차의 헤드라이트 불빛과 엔진의 소음은 요원하다. 누군가의 울음을 마주하고 나면 고통스러워진다. 소화되지 못한 고통의 찌꺼기를 한 스푼 입 안에 넣고 꼭 꼭 씹으면 차갑게 식은 아스팔트 바닥을 바라보게 되고 후, 후 하는 숨을 뱉게 된다. 숨에 당신에게 하고 싶었던 말들이 섞여 나온다. 자음과 모음이 뒤섞여 당신에게 전해지지는 않을, 그러니까 아스팔트 바닥에 흩뿌려진 뒤 1-3 버스의 바퀴에 밟혀 잘게 사라질 말들.


나는 버스를 기다리면서 버스에 밟힐 말들을 뱉는다. 버스가 도착하면 나는 버스 위로 오를 테고 창가 자리에 앉아 흔들흔들 이곳을 떠날 것이다. 내가 남긴 말들이 온전치 않더라도 당신에게 전달되기를 바라면서 창문을 열고 입을 아아, 벌릴 것이다.


그렇지만 버스는 오지 않는다. 언제 도착할지 알 수 없다. 그럼에도 버스는 온다. 이곳이 버스정류장이기 때문에. 그것은, 지켜질 수밖에 없는 하나의 약속이다. 당신의 고통을 생각하며 고통을 느낀다. 고통의 고통. 고통의 위로. 고통에게 보내는 위로. 당신이 고통 위로, 위로 올라가길 마라는 마음. 고통을 잘근잘근 밟고 눈을 끔뻑이며 고통을 조용히 관망하길 바라는 마음. 그리고 무엇 하나 확신할 수 없는 요원한 삶 위에 표지판을 세워두고 버스를 기다리길 바라는, 마음. 이러한 마음들을 당신의 주머니에 넣어둔다. 그러면 당신은 버스 요금만큼의 마음을 꺼내 버스 요금함에 넣고 버스를 탄 뒤 선선한 새벽바람과 함께 이곳을 떠난다. 버스는, 언제고 도착할 테니까.


멀리서 엔진 소리와 함께 희뿌연 불빛이 보인다. 버스가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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