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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301호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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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이 주 Dec 21. 2023

ENFJ와 ENFP가 만나면 1.

우린 다르지만,

작업실 301호실은 ENFJ인 나와 ENFP인 S가 함께 공유하는 공간이다. 같이 공간을 마련하자고 합의하던 순간을 떠올려보면 극히 즉흥적이었다. 서로 합이 잘 맞을지? 문제가 도래했을 때 해결하는 방식이 맞을지? 공간을 꾸밈에 있어 취향이 맞을지? 공간을 사용하는 데 있어서 충돌이 있을지? 미리 예측하고 계산해 보고, 특히 중요한 부분일 수 있는 비용에 대한 부분도 합의를 우선하고, 후에 공간을 마련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둘 다, 어느 한쪽도, 재단을 하거나 구체적 계획을 제시하지 않았다. 직관적 의식의 흐름으로 모든 것을 결정했고, 딱히 맞추려고 애쓰지 않았지만 순조로웠다.


그녀(공간유목민 S)와 작업실을 준비하는 모든 과정이 계획은 하지 않았지만, 순식간에 결정되었고, 빠르게 진행되었다. 책상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나누면 어떻게 마련할까? 고민하기 시작했고, 해결하는 방식이었다. 책상을 해결했으니, 이번에는 의자를 고민하고 의자를 가져다 놓는 식이었다. 딱히 서두르지는 않았지만, 하나씩 구색이 맞춰졌다.


나의 커피 취향의 원두는 케냐 AA이고, S는 에티오피아였다. 각자의 취향을 위해 두 가지를 다 구비했지만, 때로는 서로의 취향의 것을 내려서 마셔보기도 했다. 각자의 커피 취향을 고집하다, 어느 날은 S의 커피 취향을 드립 하여 마셨는데 에티오피아의 우아한 맛에 매료되기도 했다. 내가 느끼는 원두(케냐 AA)는 약간의 거친 맛이 있다. 정신을 번쩍 뜨게 하는 한 방을 지향했던 지난날들과 닮아 있다. 작업실에서의 시간만큼은 느리게 사용되고 있다. 그래서인지 에티오피아를 가끔 내려마시게 된다.


첫날, 작업실에는 책상과 의자 그리고 커피를 마실 수 있는 핸드드립 세트와 커피잔이 전부였다. 커피를 마시며 창문 밖을 한 참이나 꼼꼼히 음미하던 S가 말했다.

“어, 저기 필라테스 학원이 있어!! 다녀도 되겠는 걸.”

공간을 떠돌어 다니던 유목민이 정착지를 마련했는데, 다시 떠날 궁리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나는 그 모습이 너무 천진난만하여 웃음이 터졌다.

“S야, 이제 그만 떠돌아다니고, 여기서 정착을 좀 하자꾸나. 또 어딜 가려고?”

한참을 웃었다.


작업실 관리비와 공과금 결재도 해야 하고, 필요한 물품도 구비해야 했기에 그제야 카뱅 계좌를 개설했다. 그간의 행동적 양식으로 보아 그나마 내가 계획성이 있어 보여 계좌를 관리하기로 했다. 작업실의 하루하루가 흘러가면서 우리는 서로의 취향을 읽기 시작했다. 사실, MBTI도 한참 후에 알았다.


작업실에 필요한 집기류(청소도구 및 기타 물품)를 구입하고자 둘이서 다이소를 가던 날이었다. 쇼핑취향을 모르는 상태였다. 나도 그랬지만, S 역시 한 번도 고려해 보지 않았던 부분임을 그때 알아차렸다. 쇼핑은 취향이 맞는 이가 아니면 서로 틀어지기 마련인데, 우리는 함께 쇼핑 해 본 경험이 없었다. 우리는 서로 친한 사이인가? 갑자기 현타가 왔지만, 반드시 확인해야 되는 중요한 포인트임은 분명하다.


다이소에서 6만 원어치를 소비해 본 것이 처음 있는 일이었다. 특히 양치컵 2개, 거실화 2개를 고를 때는 신혼 때 신혼집을 꾸미는 느낌적인 느낌도 들었다. 모양은 같지만, 색은 다르게 구입을 했다. 구분을 위해서. 그런데 S와 나는 공통점이 있었다. 패턴은 허용하지만 무늬는 지양했다. 일단 심플한 것을 고르는 취향이다. 무엇보다 결정이 빠르다. 별로 고민이 없다. 다이소에서 6만 원의 가치를 계산하고 나오니 두 손이 가득이었지만, 아주 빠른 시간내에 쇼핑이 끝났다. 둘이서 낑낑거리며 사 온 물품을 정리하고 자리를 찾아 넣으며 깨달았다. 나와 S는 다행스럽게도 쇼핑취향이 꽤나 잘 맞았다. 무엇보다 나와 S는 서로에 대해 모르는 게 많을 수 있음을 알아차린 하루였다.


직관적 사고를 하는 사람들은 이렇게 감각적(오감)사고를 경험을 하면서야 알아차리는 거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제야 나는 직감적으로 그녀가 나와 비슷한 직관적 사고체계로 정보를 받아들일 거라는 생각을 했다.


역시 S는 직관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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