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의 시간
아침부터 남편의 카톡이 정신없이 울려댔다. 전날 당직 근무로 밤을 지새우고 돌아와 늦은 아침을 먹고, 잠을 청하려고 하는데 그의 카톡이 송신스럽게 울리며 잠을 방해했다. 이유 인즉은 아침에 일어난 참담한 사고로 인한 것이었다. 아무것도 모른 채 아침식사를 준비하고, 세상의 소식과는 단절된 무방비 상태에서 전해 들은 소식이었다.
“전남 무안에 제주항공 비행기가 추락해서 사고 수습 중이야”
듣고도 믿고 싶지 않았다. ‘부디 많은 인명피해는 없어야 할 텐데.’라고 기도하는 마음으로 뉴스를 검색했다. 비행기의 형체가 꼬리 부분을 제외하고 망가진 상태였다. 2명만 구조되었고, 더 이상의 생존 소식이 없었다. 이 비행기는 방콕에서 돌아와 오전 8시 30분에 무안공항에 착륙 예정이었으나, 방콕에서 출발이 40분 넘게 지연됐었다고 한다. 뉴스에서 새롭게 업데이트되는 소식들을 읽으며, 만약이라는 단어를 반복해서 곱씹고 곱씹었다.
비행기가 제때 출발하였더라면, 그 여행 상품이 만들어지지 않았더라면, 활주로가 더 길었더라면, 새가 그때 창공을 날지 않았더라면……시간을 되돌릴 방법이 있다면……
최근 유독 방콕 여행지의 매력을 어필하는 프로그램이 눈에 띄어, 남편과 방콕 여행을 상상하며 이야기를 나눴었다. 그래선지 내가 그 비행기를 탈 뻔했다는 기시감에 헤어날 수 없는 하루를 보냈다.
그림책 [이너 시티 이야기] 속 이야기가 자꾸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초현실적인 동물의 시선으로 인간과 공존하며 살아가는 모습이 그려진다. 종의 기원을 거슬러 가장 뒤늦게 태어난 인간은 모든 종의 상위층을 차지하며 자연이 제 것인 양 군림하였다. 오늘 일어난 사고의 주요 원인이 ‘버드스트라이크(항공기와 새가 충돌)’를 당한 것이라고 추정하였다. 그 지역은 조류충돌 사고 빈도가 높았고, 새들은 매일 아침 먹이사냥을 나선다. 비행기의 엔진 부분에 새로 추정되는 물체가 충돌하여 폭발이 일어나는 장면이 하루종일 재생되었다.
이 그림책을 읽고 난 후, 동물과 자연에 부채의식에 있었다. 어업으로 폐그물이 바다에 어마무시 버려지고, 폐그물에 걸려 빠져나가지 못한 동물들이 시체가 되어 둥둥 떠 있는 모습이 나의 시선을 고정시켰던 나날들이었다.
하늘이라는 공간을 마음껏 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을 새의 죽음. 먹이 사냥이 필요했던 새의 일과.
인간은 인간의 시간만을 운영한다. 새의 시간을 방해하며, 비행기를 착륙시킨다. 인간은 모든 자연의 시간을 통제할 수 있을 거라는 오만에 사로잡혀있다.
철새들은 태어나면서 DNA 속에 이미 어디로 날아가야 할지 항로를 안다고 한다. 그저 자연이 알려준 데로 날아갔을 뿐인데, 인간이 자연의 시간과 공간을 거스르며 만들어낸 구조물에 부딪혀 수많은 새들이 매일 죽어나간다. 그뿐이랴. 바닷속에서, 산속에서, 하늘에서, 땅에서 샐 수 없는 자연의 죽음이 진행되고 있다. 인간도 자연의 일부일뿐이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자연의 죽음에 애도를 보내며, 오늘 이 참사는 우리일 수도 있었던 희생이었다고 생각한다. 부디 좋은 곳에서 잠드시길 바라며, 깊이 추모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