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와이 주 Oct 27. 2022

게 자리 남자와 물병자리 여자가 살면.

이혼 시뮬레이션

별자리 운세가 나오면 재미 삼아 꼭 읽게 된다. 별자리로 볼 수 있는 운세, 성격, 궁합, 음식, 직업, 금전운 등등. 정말 재미로 읽기만 하고, 나에게 적용해 보는 건 그 순간뿐이었다. 요즘 점성학을 수박 겉핣기로 맛보고 있으니, 시중에 읽히는 별자리 운세가 맞지 않았던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다. 타로 심리 공부를 하면서 가지치기로 점성학을 배우는 중이다. 점성학에서 말하는 별자리는 내가 태어난 날과 시가 중요하다. 그래야 나의 별자리와 태양의 위치, 모든 행성(목, 화, 토, 금, 수, 태양, 달, 천왕성, 해왕성, 명왕성)의 위치를 파악하여 나의 타고난 운명을 알 수 있다.  


타고난 운명으로 생을 사는 것은 분명 아니다. 모든 에너지의 상호 작용을 통해 움직이기 마련이다. 마치 운동선수들이 신기록을 경신했다고 하여 계속 신기록을 유지할 수 없는 것처럼 매 순간 온 우주의 기운은 움직이고 있다.


그럼에도 타고난 운명, 기질적인 것으로 인해 우리는 타인과 끝없이 조율하고, 싸운다. 남편의 탄생 별자리는 게 자리(캔서)이다. 게 자리는 별자리 중에 사춘기에 해당한다. 사춘기 시기는 예민함과 불안이 최고조이다. 하여 다른 별자리에 비해 예민하고 까칠할 수 있다. 가족 중심적이고 가정적일 가능성이 높다. 어릴 적 가정환경이 중요한 자리이기도 하다. 충분히 사랑받고 보호받았다면 긍정적인 에너지를 잘 쓸 수 있는 별자리 이기도 하다. 만약 책을 좋아한다면 독서광이거나 역사 관련 책을 좋아할 확률이 높다고 한다. 혼자서 보다는 타인의 도움 혹은 함께 해 주기를 원하는 경향이 짙다. 게의 습성이 집을 지고 다니기도 하고, 집을 꼭 필요로 하듯 게 자리 사람들은 보통 집에서 휴식을 취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한다.

일단, 게 자리 습성을 가진 남편과 관련된 것만 나열하였다. 가정적이며, 역사서를 좋아하고, 함께 무언가 하길 원하고, 계획한 일을 꼭 하려고 힘쓰고, 집이 더러운 것을 못 견뎌하며, 내 것에 대한 집착이 강하다.


나의 탄생 별자리는 물병자리이다. 12 별자리 중에서 결혼제도와 가장 부적합한 별자리이다. 이유는 자유에 대한 갈망이 강하며, 구속과 집착을 가장 싫어한다. 우정을 나누는 친구는 좋아하지만 질척이는 관계는 질색한다. 독립적, 창의적, 논리적이다. 도덕적 개념에 어긋나는 것을 싫어한다.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극단적인 불확실함이 자리 잡고 있어 12 별자리 중에서 비슷한 성질을 가진 유형이 없는 가장 독특한 유형이다. 자기 마음대로 하려는 욕구가 강하여 명령을 원치 않는다. 어떤 주제에 흥미가 느껴질 때 물병자리는 모든 선생님이 사랑할 수밖에 없는 학생이 된다. 특이한 주제에 마음을 끌려한다.

물병자리와 관련한 특징은 더 많으나, 내가 아는 나의 습성과 맞는 부분만을 언급하였다고 보면 된다.


나는 자주 남편에게 이혼을 언급했다. 부부싸움을 격하게 해서 꺼내는 카드로서 “이혼”을 언급하지는 않았다. 마주 보며 술을 나눌 때, 좋은 분위기에서, 아주 이성적으로 꺼내는 이야기였다. 결혼해서 11년이나 살아봤는데, 돌싱으로 살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한다. 그럼 남편은 “그런 소리 하지도 마!! 내 사전에 이혼은 있을 수 없다.”라고 말한다. 사실, 이혼 시뮬레이션을 해보는 것은 나의 주특기이다. 남편으로서 부족한 사람이라서 시뮬레이션하는 것이 아니다. 혼자 잘 살아내는 내가 더 궁금하기 때문에서다. 무엇보다 결혼이라는 테두리 안에서의 내가 싫은 순간이 있다. 그 제도 안에서는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것들이 산재해 있다. 우리가 헤어지는 이유에 싫어서 혹은 싫증 나서 이혼을 하자는 것은 결코 아니라고 재차 그를 설득할 때도 있다.


점성학을 배우면서 이혼을 하자고 하는 여자와 이혼을 할 수 없다고 하는 남자의 별자리를 파악하면서 왜 그토록 내가 먼저 “이혼”을 언급했는지, 왜 그토록 “결혼제도”가 갑갑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나를 이해하고, 그가 이해되었다.


나는 싸움이 없는 부부보다는 싸움을 치열하게 하는 부부가 더 건강하다고 생각하는 쪽이다. 둘 중 누군가 더 많이 양보하고 포기하여 유지되는 평온보다는 동등하게 치열하게 다투고 조율하는 부부의 티카 타카를 옹호하는 쪽이다. 부부는 세상에서 가장 수평적 관계여야 하기 때문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