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문에 양산업체의 실수 혹은 문제라고 보는 것이 타당한 판단이었는데, 양산업체 부장님은 결코 그것을 용납할 수 없었다. 회사의 실수를 인정하는 순간, 회사에 손해를 끼치는 것이며, 중간 관리자가 그 책임을 떠안을 수는 없었을 테니까...
양쪽 회사에서는 그 아무도 책임을 안 지려 했고, 손실은 온전히 내 것이 되었다.
그런데도, 나는 그들을 어르고 달랠 수밖에 없었다.
이유는, 그 양쪽 회사에서 차지하는 우리 매출은 아직까지 정말로 미미한 것이었다.
그 손실을 떠안느니, 금형을 빼가시려면 빼가라는 식이었다.
금형을 뺀다는 것은, 나의 손실을 의미한다.
금형은 양산업체의 생산설비에 맞게 제작되는 것인데, 금형을 빼서 다른 공장으로 가게 되면, 그 상황에 맞게 많은 부분을 다시 맞춰주어야 한다. 이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그들은 더 큰 소리를 칠 수 있는 것이다. 나는 돈을 내는 을이 되고 말았다.
잘못을 한쪽은 당당하게 큰 소리를 치고, 당하는 쪽인 내가 눈치를 봐야 하는 꼴이 되고 만 것이다.
양산처에서는 무조건 금형을 수정하라고 해야 했다. 금형을 수정하지 않았는데, 정상품이 생산된다면 자기들의 실수를 인정하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금형 수정 전에는 생산할 수 없다 못을 박았다. 금형 수정은 또 다른 지출을 의미한다.
나는 판매가 중단돼서 보는 손실과
불량품을 처리하는 손실,
금형을 수정하는 손실까지 보게 된 것이다.
억울하지만, 이것이 자연계에 있는 약육강식의 논리이기 때문에, 상황을 판단하고 어떤 것이 가장 적게 손해를 보는 것인지 계산해야 했다.
헤르만 헤세의 싯다르타에서, 싯다르타는 그 접점을 정확하게 찾아낸다.
어떤 상인의 밑에서 일하며 거래를 하는 것을 배우는 상황이었는데...
저는 사색할 줄 압니다. 저는 기다릴 줄 압니다. 저는 단식할 줄 압니다.
단식은 먹을 것이 떨어졌을 때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현명한 방법이지요. 예컨대 싯다르타가 단식하는 법을 배우지 않았다면, 오늘 당장 아무 일자리 건 얻지 않으면 안 되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싯다르타는 이렇게 태연하게 기다릴 수 있으며, 초초해하지도 않고, 곤궁해하지도 않으며, 설령 굶주림에 오래 시달릴지라도 웃어넘길 수 있습니다. 나으리, 단식이란 그런 데에 좋은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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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결코 그 상인에게 종속당하지 않았으면, 그 상인이 부득이 자기를 동등하게 대우할 수밖에 없게끔, 아니 사실은 그 이상으로 대우할 수밖에 없게끔 만들었다.
중략...
그는 한 번도 사업에 몰두한 적이 없으며, 한 번도 사업이 그의 마음을 지배한 적이 없으며, 한 번도 실패를 두려워해 본 적이 없으며, 한 번도 손해 보는 것을 걱정한 적이 없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