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도 쓸모를 찾아가는 중이구나 싶다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2000% 폭등해 화제의 중심에 선 코인이 바로 페이코인(paycoin)입니다. 종합결제서비스(PG) 업체인 다날에서 만든 블록체인 기반의 결제시스템에서 활용되는 가상자산입니다.
미친 듯이 오르는 페이코인을 바라보다 코인 광풍이 불던 시기에 서비스 오픈 프로모션으로 분배받은 기억이 어렴풋이 떠올라 페이코인 어플을 바로 설치했습니다. 자그마치 50 PCI, 시세로 15만원 남짓 되는 '큰' 돈을 보유한 것으로 확인하니 괜히 즐거워지는 것이 돈에 장사 없나 봅니다.
잠시 거래소로 이동시켜볼까 했지만 귀찮기도 하고 가상화폐를 실제 생활에서 결제수단으로 사용된다고 하니 신기한 경험도 해보자는 차원에서 가족들과 함께 탕진잼을 누리러 갔습니다.
구매할 문구류가 많다는 아이 이야기가 기억이 나서 퇴근하자마자 가족 모두 데리고 교보문고로 출동했습니다. 실제로 사용이 가능할까 하는 마음에 쇼핑 전 계산대에 물어보니 사용할 수 있다는 답과 함께 "요 며칠 묻는 고객들이 있다"는 반응입니다. 역시 나 같은 사람이 또 있구나 싶네요.
평소 내 돈 주고 사기에는 좀 그렇거나 기회 되면 사야지 하며 미뤄둔 문구와 책 몇 권을 마구 담았습니다. 교보문고에서 바구니는 처음 사용해봤습니다. 특히 문구류 단가는 싸서 그런지 이것저것 잡다하게 선택하게 되더군요.
대충 고른 뒤 계산하는 동안 어플을 열어보고 "어" 소리가 나오더군요. 15만 원이던 게 30분 만에 11만 원 가치로 떨어졌습니다. 새로고침을 계속해봅니다. 총액은 12만 3천이 나왔습니다. 와이프가 포인트 적립하는 동안 새로고침을 반복합니다. 순간순간 금액이 조금씩 변합니다.
직원분께 스마트폰을 넘기는 마지막에 12만 원 2천300원이 되네요. 결국 잔액 700원을 체크카드로 결제하려는 순간, 스마트폰을 다시 켜달라며 직원분이 제게 건네주네요. 활성화시키면서 어플을 재오픈해보니, 짜잔~~~ 정확히 페이코인 가치가 12만 원 3천100원 찍혔습니다. 바로 결제 완료! 그게 뭐라고 기쁘기까지 합니다.
현금 아니면 카드로, 표기된 금액으로 결제를 해오는 경험만 가진 사람으로서 정말 신기했습니다. 물론 블록체인에 대해, 가상화폐(코인이든 토큰이든)에 대해 관심이 있어 코인 투자는 물론이고 나름 공부도 하고 프로젝트에도 참여한 적이 있어 머리로 100% 이해는 되지만 몸으로는 어색한 경험이었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면서 와이프는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세계라고 "어떻게 금액이 실시간 달라지는 코인을 가지고 결제란 걸 할 수 있지?", "왜 금액을 실시간으로 변하는 거지?"와 같은 물음표만 가득했습니다.
비트코인으로 대표되는 가상화폐에 대해 많은 분들이 부정적인 것으로 압니다. 불안정성 때문에 교환수단이 절대 될 수 없다라든지, 교환수단이 아니므로 가치가 없다든지, 가치가 없기 때문에 투기수단에 지나지 않는다든지 등등 많은 반대논리가 있고 또 대부분 합리적 근거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돈은 보편적 전환성과 보편적 신뢰라는 두 가지 보편적 원리에 의하여 궁극의 허구 시스템"이라고 하라리가 쓴 '호모사피엔스'의 내용처럼 지금 우리가 일상적으로 쓰는 화폐는 종이 쪼가리에 불과합니다. 비트코인에 사회적 신뢰를 부여한다면, 그것도 권위 있는 영향력을 가진 기관(혹은 국가)에서 시작한다면 어떻게 변할지 모를 일입니다. 실제로도 제도권 기관들이 속속 뛰어들고 있습니다.
블록체인과 코인에 대해 우호적 입장인 저도 실생활에서 '코인으로 결제' 같은 어색한 경험을 해보고 나니 확연히 코인 광풍이 부는 2017년과는 달라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체험은 이해까지만, 경험은 체화시킨다'라는데 비트코인을 대표되는 가상화폐에 대해 2년 전에는 '체험'했다면 지금은 '경험'하는 중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