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광 작품 감상 키워드 4

《전국광, 모더니스트》전시 리뷰

현재 서울시립 남서울미술관에서는 전국광(全國光, 1945-1990)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다. 전국광은 한국 추상조각에 있어 주목할 만한 발자취를 남겼으나 불의의 사고로 45세에 타계한 조각가이다.

《전국광, 모더니스트》 (WESS, 2022.03.12. ~ 04.08.) 전시 전경 (출처: WESS)

2022년 WESS라는 전시 공간에서 《전국광, 모더니스트》라는 전시가 열리며 다시금 그의 작업이 주목받은 바 있다. 당시 전시는 1970~80년대 조각과 드로잉, 기록물 등을 중심으로 전국광의 궤적을 돌아보며 특히 후기 작업에서 드러난 조형적 전환과 실험성에 초점이 맞춰졌다. 고인의 딸이자 사진작가인 전명은의 참여를 통해 작가의 작업실 기록과 아카이브 자료가 함께 소개되었는데, 전국광의 예술세계를 보다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던 전시였던 듯하다.

전시 포스터 (출처: 서울시립미술관)

전시명 : 《전국광: 쌓는 친구, 허무는 친구》

전시 기간 : 2025.09.24. ~ 2026.02.22.

전시 장소 : 서울시립 남서울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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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서울시립미술관 전시는 WESS 전시에서 더 나아가 전국광의 조각 작업을 “쌓다’와 “허물다”라는 상반된 조형적 개념에 집중한다. 그의 대표 연작인 <적(積)>과 <매스의 내면>을 중심으로 석조각, 목조각, 금속조각, 드로잉, 마케트 등 작품 100여 점을 소개하고 있다.

* 잠깐! 마케트(maquette)란?

: 마케트란 조각 제작을 위한 예비 스케치로서 조각을 어떠한 접근과 방법으로 만들지 구상하고 구현될 결과를 예측하기 위해 만드는 모형을 뜻한다. 회화에 드로잉이 있다면 조각에서는 마케트가 예술가의 아이디어를 1차적으로 투영하는 준비 단계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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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가 전국광 누구?

1945년 서울에서 1남 1녀 중 장남으로 태어난 전국광은 여섯 살 되던 해에 6·25 전쟁을 겪게 된다. 목가구 공장을 경영하던 아버지가 이북으로 납치되어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조부모 밑에서 자랐다. 할아버지의 주선으로 기념조각을 제작하던 박재소를 만나 조각의 세계에 입문하게 된다.

육명심, <예술가의 초상: 전국광>

일반적으로는 미술대학 입학 후 조각 제작 기법에 대해 배우지만, 전국광은 대학에 입학하기 전부터 이미 조각 제작의 기술을 어느 정도 습득하고 있었다. 조각가 박석원과 윤영자 등의 작업 보조로 일하며 자연스레 조각가로 진로를 정하고 1967년 홍익대 조각과에 입학한다.

입학 당시부터 이미 기술적 완성도를 갖추고 있던 전국광은 대한민국미술전람회, 공간미술대전 등에서 수차례 수상하고 5회의 개인전과 30회의 그룹전에 참여하면서 한국 조각사에 깊은 발자취를 남겼다.

《전국광, 모더니스트》 전시 전경 (출처: WESS)

비록 45세의 나이로 예기치 못하게 떠나 그의 조각 세계가 어떻게 발전했을지 볼 수 없다는 점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나, 전국광의 예술에 대한 열정과 고민, 조각에 대한 통찰력은 시대를 초월해 빛을 발하며 보는 이에게 깊은 울림을 남긴다.

“작품을 제작하는 것은 자신이 아니다. 단지 자신은 지켜보는 자일 뿐이다.”
- 전국광

오늘은 전국광의 조각 작품을 4가지 키워드로 살펴보면서 그의 작품세계에 좀더 다가가보려 한다. 4가지 키워드는 매스(Mass), 적(積), 자연, 에스키스이다.

1. 매스(Mass)

전국광의 작업을 단어로 표현해야 한다면 ‘매스’라고 불러야 할 것이다. 매스는 간단히 말해 양감, 즉 덩어리를 뜻한다. 덩어리는 조각이라는 장르 고유의 속성이자 특징 그 자체이기도 하다. 전국광은 바로 이 ‘매스’에 오랫동안 천착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