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하반기 가장 많은 기대를 불러일으킨 전시 중 하나로 국립현대미술관의 김창열 회고전을 꼽을 수 있을듯하다. ‘물방울 화가’로 잘 알려져 있는 김창열 화백(1929–2021)은 대중적으로도 많은 관심을 끌고 있는데, 오늘은 그의 예술세계를 총체적으로 조망하는 회고전을 통해 그의 작품에 한 발 더 다가가보는 시간을 갖고자 한다.
전시명 : 《김창열》
전시 기간 : 2025.08.22. ~ 2025.12.21.
전시 장소 :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6,7,8 전시실)
전시는 지하 1층 6전시실에서 시작해 7, 8전시실로 이어진다. 상흔, 현상, 물방울, 회귀, 그리고 작가의 방 순이다.
본격적인 작품세계로 들어가기 전에, 김창열 화백의 생애를 간략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작가는 평안남도 맹산 출생으로, 어린 시절 할아버지의 영향으로 붓글씨를 접했고, 외삼촌으로부터는 데생을 배웠다. 15살에 홀로 월남하면서 고향을 떠났고, 해방과 분단, 전쟁이라는 격동기를 거치며 유년기와 청년기를 극단적 생존 상황 속에서 보냈다. 이러한 경험은 죽음과 삶이라는 주제를 내면화하는 계기가 되었을 듯하다.
해방 이후 그는 서울의 다양한 회화연구소에서 그림을 접했다. 특히 이쾌대(1913-1965)의 성북회화연구소에서 그림을 배우며 많은 영향을 받았다. 이쾌대는 <두루마기 입은 자화상>, <걸인> 등을 그린 월북화가인데, 김창열 화백은 “이쾌대 선생이 나의 유일한 스승”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김창열은 그림 공부를 계속해나가기 위해 1948년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에 입학했지만, 6·25 전쟁이 일어나 학업을 중단하게 된다. 이후 강제징용을 피해 경찰학교에 지원해 1961년까지 서울 경찰전문학교 도서주임으로 근무했다. 근무 당시 일본에서 수입된 미술 서적을 통해 당시 세계적인 흐름이었던 ‘앵포르멜’을 접했고, ‘현대미술가협회’를 창립하기도 했다.
김창열은 ‘물방울 화가’라는 수식어로 기억되지만, 그는 1950년대 말 앵포르멜 운동을 주도한 작가 중 한 사람으로 기록된다. 불어로 ‘비정형(Informel)’을 뜻하는 앵포르멜은 한 마디로 “정형성을 거부한다”라는 의미로, 2차 세계대전 후 프랑스를 중심으로 일어난 새로운 회화운동을 뜻한다. 당시 유럽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근본적인 허무감과 좌절감이 팽배해 있던 상황이었는데, 미술계에서도 자발성, 형태의 자유로움, 그리고 실존적 문제를 고민하면서 예술가의 사고와 감정을 표현하는 미술을 추구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그 주도적인 흐름으로 나타난 것이 바로 앵포르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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