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출생의 가브리엘 오로즈코(Gabriel Orozco, 1962-)는 동시대 미술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작가 중 한 사람이다. 국내에서는 2024년에 화이트 큐브 서울에서 개인전을 연 적이 있다. 당시에는 오로즈코의 회화 작품과 ‘식물도감’ 드로잉을 중심으로 전시가 구성되었는데, 오늘은 그의 최근 작품뿐만 아니라 작업세계 전반을 두루 살펴보면서 작가가 일상을 어떻게 예술로 탈바꿈시키는지 함께 감상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려 한다.
오로즈코는 주변에서 쉽게 발견되는 오브제를 재료로 하여 오브제와 인간 사이의 미묘한 관계에 주목하는 작가이다. 우리가 무심코 지나친 현실을 비틀고 재조명하는 작업이 주를 이룬다. 그의 작업은 회화, 조각, 사진, 영상, 설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역을 아우르는데, 특히 일상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소재를 예술의 영역으로 가져온다.
오로즈코의 대표작인 <유연한 돌>을 함께 감상해 보자. 이 작품은 작가가 자신의 체중인 62kg과 동일한 무게의 점토로 만든 공을 맨해튼 거리에 굴린 뒤, 때묻은 공의 모습을 사진으로 찍은 것이다.
작품 제작에 사용된 공작용 점토인 플라스티신(plasticine)은 강하면서도 유연해 더 견고한 매체로 주조하기 위해 쓰인다. 이런 보통의 쓰임과는 대조적으로 오로즈코는 이 재료를 “계속 변하는 상태로, 시시각각 접촉하는 변화를 담기 위해” 사용했다고 밝힌다.
<유연한 돌>은 오로즈코의 삶과 예술에 대한 은유로도 볼 수 있다. 오로즈코는 멕시코에서 태어나 여러 도시들에 거주하며 작업하고 전시한다. 전 세계를 이동하며 경력을 쌓은 그는 작업실이 없고, 한곳에서 다른 곳으로 재료를 이동시키지도 않으며, ‘발견된 오브제’로 창작하는 것을 선호한다. 작가는 <유연한 돌>을 통해 관객에게 자신이 보는 세상을 보여주고, 그 세상과 자신이 맺은 관계를 이야기한다.
오로즈코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또 다른 작품은 <나의 손은 나의 심장이다>이다. 이 작품은 작가가 양 손으로 잡을 수 있을 만큼의 찰흙에 두 손으로 압력을 가하는 장면과 이를 통해 만들어진 하트 모양의 오브제를 촬영한 두 장의 사진이다.
이 사진은 맨 몸의 토르소(torso)를 찍은 두 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제작 과정과 결과물의 형성을 직관적으로 달성하는 신체 행위를 보여준다. 손가락 자국은 점토 오브제의 형태이자 작가의 손이 물질과 접촉했다는 지표로 작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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