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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이아트 Sep 15. 2021

뮤 울프가 그리는 세계

미국에서 가장 특별한 식료품점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위치한 ‘오메가 마트(The Omega Mart)’의 소개 문구다. 실제 그런 것이, 이곳에서는 비둘기 무스 맛 고양이용 사료, 매머드 덩어리, 유기농 나방 우유, 낙타의 버섯 수프 꿈 등 초현실적으로 느껴지는 식료품들이 판매되고 있다. 실제로 판매하는 물건들일까? 물건을 집어드는 순간 다른 차원의 공간이 보이고, 이내 곧 다른 공간으로 빨려 들어간다. 


오메가 마트(The Omega Mart) 입구


독특한 콘셉트의 슈퍼마켓처럼 보이는 이 공간은 사실 전시장이다. 4개의 테마로 꾸며진 공간은 뉴멕시코 산타페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뮤 울프(Meow Wolf)의 설치 작품이다. 뮤 울프는 예술 및 엔터테인먼트 그룹으로, 2008년 콜렉티브 형태로 결성되었다. 이들은 다양한 지역 예술가들과 협업해 슈퍼마켓이라는 익숙한 공간을 전시장으로 꾸며 관람객들에게 몰입과 상호작용의 경험을 선사하고자 한다. 관람객은 이곳에서 초현실적인 세계와 예상치 못한 공간을 탐험하며 상상력을 더한다. 


뮤 울프가 선보인 대규모 체험형 전시장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들은 이미 2016년에 뉴멕시코 산타페 지역에 <하우스 오브 이터널 리턴(House of Eternal Return)>이라는 첫 번째 설치 작품을 선보인 바 있다. 이 설치 작품은 <왕좌의 게임> 원작자로 유명한 조지 R.R. 마틴(George R. R. Martin, 1948~)의 지원을 받아 시작된 것으로, 이곳에서 관람객들은 비밀 통로를 따라 미스터리 집으로 들어가거나, 마법의 세계로 통하는 길을 탐험하면서 초현실적인 예술 작품 속 다채로운 이야기를 발견한다. 


뉴멕시코 산타페 지역에 위치한 <하우스 오브 이터널 리턴(House of Eternal Return)> 전시 전경


뮤 울프는 이처럼 건축, 조각, 회화, 사진, 사진, 영상,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혼합현실(MR), 확장현실(XR), 음악, 퍼포먼스 등 다양한 영역의 예술을 창작하고 지원한다. 산타페, 라스베이거스에 이어 올해 말에는 미국 덴버 지역에도 새로운 전시장을 개관할 예정이다. 이들은 200여 명의 인원으로 구성된 자신들의 팀 외에도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과 협력하여 대규모 체험형 전시를 만들고, 예술 교육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뮤 울프가 이러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들은 세상을 바꾸는 창조성의 힘을 믿는다고 말한다. 뮤 울프는 지역사회와 공생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체험형 전시장을 만들어 수익을 창출하는 것도 의미가 있겠지만, 뮤 울프는 더 많은 이윤 창출보다는 지역사회를 지원하고 이들의 이웃이 되는 것을 보다 중요한 미션으로 여긴다. 이들은 각각의 지역 공동체가 나름의 개성과 특성을 가지고 있다고 보고, 지역 공동체의 요구에 귀를 기울이는 데 많은 에너지를 쓴다. 이들은 창조적인 예술가들에게 투자하고, 지역사회에 환원하며, 지구 환경을 개선하는 역할을 한다. 


뮤 울프는 사람들에게 창조적 영감을 제공하고 지역사회 커뮤니티에 기여하는 것을 미션으로 삼는다.


뮤 울프는 사람들에게 창조적 영감을 제공하고 지역사회 커뮤니티에 기여하는 것을 미션으로 삼는다. 뮤 울프는 능력 있는 예술가들이 다른 전문가 집단과 마찬가지로 정당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믿는다. 그렇기 때문에 지역 사회의 예술가들과 협업하여 작품을 만들고, 이들을 주체로 하여 다양한 예술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예술가들에게 단지 하나의 작업을 맡기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수년 동안 뮤 울프의 프로젝트에 함께 참여할 예술가들을 모으고, 예술가들의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이들은 지역 예술가들과의 협업이 전시를 더욱 돋보이게 만들고, 자신들의 브랜드를 강화하며,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경험을 만들어낸다고 믿는다. 


지역사회에 기여하고 지역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것은 뮤 울프의 중요한 미션 중 하나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을 중요시하는 이들은 2011년 카이메라(CHIMERA)라는 예술 교육센터를 설립하여 지역의 청소년과 어린이를 대상으로 방과 후 예술 교육 프로그램, 예술 체험 프로그램, 지역 연계 프로젝트 등 다양한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지역의 문화예술 기관이나 박물관, 미술관 등과 연계하여 전시회를 개최하고, 지역 주민과 함께 할 수 있는 축제를 기획한다. 주민들은 ‘오픈 스튜디오’를 통해 예술가들을 만나고, 예술 작품을 직접 만들어볼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창조적인 경험을 제공하며 지속가능한 예술을 실현시키고 있는 것이다. 


뉴멕시코 산타페 지역의 Girls Inc.에서 열린 교육 프로그램


뮤 울프가 처음 ‘콜렉티브(Collective)’ 형태로 결성되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콜렉티브는 예술과 사회의 관계에 주목한 ‘참여예술’의 한 형태다. 1990년대와 2000년대에 예술계에 속속 등장했다. 예술은 결코 사회와 동떨어져 존재할 수 없는 만큼, 전 세계의 다양한 콜렉티브 그룹들은 지역사회와 상생하며 예술을 향유할 기회를 제공하려 한다. 영국 리버풀을 기반으로 하는 ‘어셈블(Assemble)’은 도시재생사업을 진행했고, 이탈리아의 ‘짐머프라이(ZimmerFrei)’은 영화, 연극, 음악 등을 매개로 다양한 공공 예술 프로젝트를 실행했다. 다양한 형태의 콜렉티브는 지역 공동체을 기반으로 하여 공동체의 여러 문제들을 예술가와 주민이 함께 조명하고 해결하려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뮤 울프 또한 예술가들로 하여금 자신이 속한 공동체에 대해 더 많이 이야기하길 바란다고 말한다. 공동체에 내려오는 역사와 이야기, 맥락을 담는 것이 전시와 작품을 더욱 돋보이게 만든다고 믿는다. 


예술가들은 공통점이 있다. 그들은 더 사회적이고, 더 협력적이며, 예술보다 현실적인 무언가를 하길 원한다. - 댄 그레이엄(Dan Graham)·작가 


‘오메가 마트’와 같이 몰입감을 주는 설치형 전시와 상호작용적인 예술 작품이 뮤 울프의 대표작처럼 여겨지기는 하지만, 이들은 본질적으로 지역사회의 구심점으로 기능하고자 한다. 뮤 울프가 추구하는 협력과 대화의 방식은 지역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단발적인 지원이나 일시적인 이벤트가 아닌, 지속가능한 참여와 견고한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는 모델이기 때문이다. 예술에 있어서 공동체의 역할은 중요하다. 공동체의 구성이나 관계에 따라 예술의 성격이 완전히 달라지기도 한다. 이제 예술은 작가가 제작하는 창작물을 넘어 지역사회와 직접적인 관계를 형성하며 우리의 삶과 통합된다. 



본 글은 '프럼에이'에 발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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