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일기 : 탄생과 성장 4

by 제이킴

연탄


겨울을 상징하는 물건 중에 연탄이 생각난다.

검은 석탄으로 만든 연탄은 월동 준비 제1 항목으로 집집마다 날라주던 아저씨들이 있었고 재료 특성상 연탄을 나르면 눈과 코 주위로 검은 흔적을 남겼다.

연탄은 자신의 열량을 소진하고 하얗게 산화하는데 겨울이면 집집마다 연탄재가 쌓였고 쓰레기 수거용 청소차(수레)가 오면 집집마다 연탄재를 가지고 나오느라 분주했다.

겨울에 길이 얼어 미끄러우면 연탄재를 바닥에 패대기쳐서 미끌림 방지용 가루로 활용하기도 한다.

영화 ‘파이란’을 보면 최민식이 무례한 건달 후배에게 연탄재로 뒷머리를 가격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검은 연탄이 소진되어 하얗게 변색되면 푸석푸석해서 실제 충격보다는 연탄가루가 날리는 시각적인 효과가 더 크다고 보면 맞을 것이다.

요즘도 겨울에 자원봉사자들이 연탄을 나르는 봉사와 사진을 볼 수 있는데 연탄은 그만큼 서민 생활에 중요한 월동물품으로 초겨울 연탄이 수북하게 쌓인 창고 안을 바라보며 올 겨울도 훈훈하게 보낼 수 있겠구나 안심하시던 어머니의 표정이 생각난다.



쥐불놀이


도심에서는 화재의 위험성이 있을 수 있지만 일반 주택가 부근에 쥐불놀이를 하기에 알맞은 한적한 공간들이 있었다. 훗날 아파트나 공장들이 들어섰지만 유휴지가 많던 그 시절에는 유휴지에서 구슬치기, 비석치기, 연날리기, 눈싸움, 눈사람 만들기 등 여러 가지 어린이 놀이가 가능했다.

특히 기차 길 옆, 하천 주변은 행인들의 왕래가 제한적이어서 겨울에 쥐불놀이에 적합했다.

작은 페인트 깡통을 주어서 못으로 여기저기 구멍을 만들고 나뭇가지, 헌 옷, 폐타이어 등 가연성 소재를 넣은 후 종이로 불을 혀 넣으면 놀이 준비 끝.

일단 불이 붙은 깡통을 줄로 매달아 팔을 회전축으로 삼아 돌리면 깡통 안에서 불이 붙은 재료들이 맹렬한 소리를 내며 타 들어가기 시작한다.

적당히 불을 지핀 후 불 숯이 많이 만들어진 그 타이밍에 쥐불놀이 깡통을 하늘로 던져 보내면 깡통 속의 화려한 재료들이 불이 붙은 채로 아래로 쏟아진다.

해마다 겨울이면 건강과 소망을 담은 쥐불놀이 깡통들이 밤하늘을 수놓았다.



썰매


단독주택이 대세였던 어린 시절에 눈이 쌓이면 눈 덮인 마을은 어린이들의 놀이터가 된다.

눈사람을 만들어서 겨울 작품을 만들다가 싫증이 나면 눈싸움을 하거나 빙판으로 얼어붙은 들판에서 썰매를 타는 아이들이 있었는데 썰매의 성능별로 속도감이 차이가 났다.

썰매는 일종의 한국식 봅슬레이 장비로 어린이가 무릎을 꿇고 앉을 만한 가로세로 30센티 정도 크기의 앉은 판을 만들기 위해서 버려진 목재로 짜집기를 해서 만드는데 제법 솜씨가 있는 아저씨나 삼촌의 손기술이 들어간 썰매들은 외관상 날렵하게 그 해 겨울철에 선을 보이게 된다.

그러한 썰매가 있는 아이들은 위풍당당하게 썰매장을 입장해서 뭇 아이들의 부러운 시선을 즐겼다.

썰매 아래는 철사와 못쓰는 칼날 등 날카로운 철재로 받침을 만들어 빙판 위에서 잘 미끌릴 수 있도록 장치를 단단하게 고정시켰다. 양 손에는 목재에 못을 박아서 만든 빙판용 스틱을 준비해서 썰매 이동의 동력을 제공한다.

썰매가 없는 친구들은 비탈진 기슭에 옹기종기 모여서 이미 빙판이 되어버린 자연 슬라이딩 장소에서 비료부대나 두터운 비닐을 가지고 나와서 눈썰매를 즐긴다.

스릴 만점.



연鳶


겨울철 놀이에 연날리기를 빼놓을 수 없다.

연을 검색했더니 민족 전례 기예이며 무형문화재로 92년에 지정되었다고 한다.

놀이 시기는 음력 정월 초하루에서 보름까지로 되어있지만 주로 우리들은 시도 때도 없이 이층 집 옥상을 사용할 수 있는 친구네 집에서 모여 연을 날렸다.

높은 하늘로 자리 잡은 연을 손으로 당기면 낚시의 손 맛과 다른 은근한 끌림이 있었다.

연날리기를 하다가 연싸움을 즐기는 고수 아이들을 만나면 ‘연 끊어 먹기’를 시도한다.

부지런한 아이들은 연 실에 유리가루를 입혀서 상대 연 실을 쉽게 끊기도 했는데 나름 기술이 좋은 아이들은 연의 높낮이와 방향을 자유자재로 조절을 했다.

연의 대표적인 종류는 고정된 하늘에 안정감이 있었던 방패연과 운동성이 좋은 가오리연이 겨울 하늘을 촘촘하게 수를 놓았었다.

그때 날리던 연들이 밤하늘로 올라가 은하수가 되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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