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일락
라일락 꽃 피는 봄이면 둘이 손을 잡고 걸었네…
어느 노래의 가사인데 봄에 핀 라일락을 본 적이 있는가?
학교를 마치고 동네 입구에 들어서서 어디서부터 인지 모르지만 향기로운 꽃향기가 맡아지면 이제는 봄이 온 것이다. 그리고 집에 다 온 것이다.
누군가는 봄의 전령을 매화, 개나리 등 꽃 이름을 대지만 나는 라일락에 의미를 둔다.
우리 집 한옥 마당에 엄청 큰 라일락 한 그루가 있었다.
어릴 때에는 가지에 올라서 한 편으로 기대어 꽃 향기를 맡곤 했는데 은근한 여인의 향기가 났다.
향기에 대한 기억은 생각보다 오래간다. 다들 어머니의 젖가슴 향기가 첫 경험이겠지만 그때는 너무 어리고 걸어 다니게 되면서 맡게 되는 향기를 지금까지 소중한 추억으로 간직하고 있는지?
여인을 상징하는 향기는 화장품, 향수, 샴푸, 비누 등 많겠지만 나에게 라일락은 향기에 대한 첫 기억이다. 지금 향수나 화장품 등 향기가 나는 제품 중 라일락 향기를 소재로 만든 제품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분명 좋은 반응이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향기는 여인을 완성한다.
강아지
집 앞마당 저 편에 개 집이 있었다.
목재로 만들어진 지금으로 말하면 펜션 스타일의 단독주택으로 입주 한 개는 평생을 이사 한 번 가지 않고 장기거주견이 된다.
우리 집에서 기른 개들 입장에서는 우리 가족 아침식사 후 엄마 등장은 개들의 식사 시간이었다.
식은 밥과 처치가 곤란한 반찬과 국물로 대충 버무려진 음식들은 개가 좋아하는 만찬이었다.
아마도 1일 1식을 한 것 같은데 내가 하교 후 집 안으로 들어서면 저 멀리 개 집에서 일광욕을 즐기던 개가 나를 향해서 쏜살같이 달려온다.
나는 개가 좋아서 가끔 내가 먹을 빵이나 과자를 아껴 두었다가 개에게 주면 나를 보는 눈빛이 달라진다. 평생 나에게 충성을 다 할 것 같은 눈빛으로 나를 쳐다본다.
과장을 보태자면 개의 눈 빛이 아니라 사람의 눈 빛으로 보인다.
심심하면 내가 벗어 놓은 신발을 가지고 논다. 입으로 물고 신발 안쪽을 킁킁 대며 나의 흔적을 찾는다. 한 번은 토방에 벗어 놓은 한쪽 신발이 보이지 않아서 찾다가 개 집을 들여 다 보았더니 개 집 안쪽에 고이 보관하고 있었다. 나에 대한 애정의 정표로 삼으려고 했으려나.
개들은 좋아하는 사람을 보면 온 몸으로 반긴다.
한옥
태어난 후 한옥에서 줄 곳 컸다. 아파트는 다른 세상 이야기였다. 그리고 아파트는 귀했다.
기본 구도는 사랑채와 별채가 ㄱ자로 있었고 화단 한 편에는 창고와 화장실이 있었다.
한옥의 단점은 겨울에 춥다는 것이고 난방을 하려면 연탄을 갈아주어야 하는데 게으른 생활자는 종종 시간을 잘못 맞추어 불을 꺼뜨리는 경우도 있었다.
연탄은 석탄의 일종으로 불이 붙으면 최장 12시간까지 온기를 방구들에 전달한다.
그럼 하루에 2번을 갈아주어야 하는데 교체주기는 연탄에 표시된 자가색깔 진단방식으로 결정한다. 검은색 윗쪽 경계가 1/10 정도 남게 되면 아래에 있는 구 연탄을 제거하고 신 연탄을 위에 얹으면 된다. 연탄을 정기적으로 갈아주면 방바닥은 그런대로 온기가 있는데 문제는 공기가 여전히 냉랭하다.
‘위풍’ ‘웃풍’으로 불리는 찬 공기는 시베리아 고기압이 몰려오는 겨울이 되면 더불어 시베리아가 되는데 심하면 윗목의 물들이 얼어버린다. 아랫목에서 사람들이 자고 있는데 윗목에서는 얼음이 언다. 당시 겨울철 상비품으로 요강이 있었다. 추운 겨울날 밖으로 나가서 엉덩이를 까고 용변을 본다는 것은 상당히 고역이고 불알이 쪼그라든다.
요강에 소변을 보려면 얌전하게 용기 위에 앉아서 해결하면 되는데 어릴 때는 일부러 서서 고추를 꺼내어 요강에 투하하는데 최초 발사각이 맞지 않으면 요강 언저리를 적시거나 주위를 온통 오줌 바다로 만들어서 어머니의 핀잔을 듣곤 했다.
여름 철 장마가 오면 지붕에서 물이 새는지 천정에서 물방울이 떨어진다.
양동이를 준비해서 빗물을 받는데 가정식 측우기로 비가 많이 오면 급하게, 적게 오면 느리게 물이 찬다. 가끔 아버지가 빗물 새는 기와를 찾는다고 지붕에 올라가서 수습을 하셨고 지붕 한 편에는 텔레비전 안테나가 통신용 위성장비처럼 늠름하게 서 있었다.
TWIN 화장실
화장실은 푸세식인데 두 칸의 화장실이 있었다.
보통 화장실은 한 칸이 기본인데 우리 집은 두 칸이 있었다.
최초 한옥을 지은 건축가 또는 집주인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아마도 추정하건데 남자용 여자용으로 구분하지 않았을까 상상을 해본다.
다른 집에서는 보통 아침시간에 화장실이 붐비면 다른 한 사람은 신문지나 용변 해결용 종이를 들고 밖에서 기다린다.
우리 집에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그게 바로 TWIN 화장실의 장점이다.
그렇다면 이성끼리 나란히 앉아서 용변을 볼 수도 있었을 텐데 상상만 해도 야릇하지 않은가?
실제로 우리 집에서는 상상 속의 일들이 일어난다.
심지어 종이가 모자라면 옆 칸의 지원을 받아서 해결하곤 했다.
물론 동성 간 이성간 가능한 조합은 모두 발생한다.
부자, 모자. 부녀, 모녀, 형제, 남매 등 나란히 앉아서 용변을 보는 경우도 있었다.
그 후 그려지는 그림은 여러분의 상상에 맡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