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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토끼 Feb 15. 2023

친절한 사람

친절 릴레이 또는 선행 릴레이


나는 친절한 사람, 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항상 친절하지는 않다, 누가 나에게

피해를 주거나 화 나게 할 땐 따지기도 한다.

흠, 생각해보니 일할땐 결과물을 내야 하다보니 항상 친절하지는 않은 것 같다.

앗, 그럼 친절한 사람이라고 할 자격이 없는건가.




친한 언니와 이야기를 하다가,

언니의 친구 이야기를 들었다.

친구는 카페에서든 식당에서든 백화점에서든

항상 어찌나 친절한지 언니가 감탄을 한다고 한다.


“어머, 어떻게 이렇게 설명을 잘 해주셔요,

정말 감사해요.”

“이렇게 친절하게 맞아주시니

제가 기분이 정말 좋네요, 정말 감동이예요”

“아, 이 물건을 의미한게 아닌데요.

제가 설명을 잘못 드려서 헷갈리게 해드렸네요,

정말 죄송해요”


그녀는 어디서든 이렇게 고맙다고 하고,

미안할 일은 아닌데도 먼저 죄송하다 한다고 했다.

그러니 상대방들도 그녀에게

정말 친절한 반응이 나오더라고,

나의 친한 언니도 매번 감탄을 한다면서.


누군가 나에게 먼저 친절하기를 바라지만 늘 그러기엔 너무나도 우리 사회는 빡빡하고 퍽퍽해져버렸는데… 어쩌면, 내가 먼저 웃고 표현하고 때론 양보했을때 우리 사회가 같이 친절해질 수도 있지 않겠냐고 언니는 말했다.




언니의 친구 얘길 듣고 보니, 음, 그녀에 비해보면, 나는 별로 친절한 사람은 아니었던 것 같다. 어릴땐 오히려 요령없이 손해보는 스타일이었는데. 내가 언제부터 이렇게 변했나 하고 돌아보니… 몇 번의 큰 불친절과 무례한 경험을 하고서는 ‘그래, 이렇게 착하게 대응하면 오히려 나를 얕보고 함부러 대하는구나. 불합리한 상황을 겪었을 땐 화를 내면 해결이 되기도 하는구나’ 하는 데이터가 쌓였던 것이었다.


나에게 피해가 오는 일이 아니면 나는 늘 친절해, 하고 스스로를 합리화하지만… 마치 요즘 유행하는 챗GPT AI 처럼 나는 불합리한 상황이 오면 컴플레인을 했고, 원하는 것을 얻어냈다(?). 그리고 그래도 전보다는 손해를 덜 보며 살게 되었다. 내가 맞았을까. 오히려 내가 먼저 손을 내밀 수도 있지 않았을까.




언니와 얘길 나눈 그날 이후로 별일 아닌 일에서부터 내가 먼저 양보하기로 생각을 바꿔보았다.


최근 한 카페에서 기프티콘을 카드에 충전하는데 커뮤니케이션이 잘못 되어 직원이 일을 다시 하게

되자 그녀의 얼굴에 짜증이 가득했다. 나는 나도 모르게 칭찬 세포를 발동시켜 “이런, 제가 설명을 잘못 드려서 일을 두번 하시게 했네요. 죄송해요” 했다. 그랬더니 놀랍게도 직원 얼굴이 펴지면서 “아니예요” 하고는 급(?) 미소를 띠며 “다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하는게 아닌가. 정말이지 정말 급격한 반전이었다. 아, 놀라웠다.


내가 그 말을 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그녀는 흔히 요즘 SNL 에 나오는 사례처럼 “아, 카페 알바 진짜 x 같네?“ 하고 속으로 날 욕했을 거고, 나는 ”아 진짜 말귀 못알아듣네“ 하며 짜증을 냈겠지.


작은 친절의 말 하나로, 작은 양보의 말 하나로,

나의 아침이 기분 좋아졌고, 그녀도 조금은 기분이 괜찮은 듯 했다.




먼저 베푼 친절은 마법같은 힘을 가진다.

직접 경험하고 나니, 나 스스로도 기분도 좋아지고, 뭔가 좋은 에너지를 사회에 준 것 같아 더 힘이 난다.

카페 직원도 기분이 좋아져서 누군가에게 한번이라도 덜 짜증을 내고 긍정적으로 말해준다면, 나의 친절은 배의 효과를 만들어 낸 것이겠지.


선행은 어쩌면 착할 선 자를 쓴 선행 뿐만 아니라,

내가 먼저 베푼다는 선행 의 뜻도 있을 거라면서.

나는 오늘 사회에 할 일을 다했다, 기특하니 이제 그만 눈감고 자도 된다, 별의별 오지랖 생각까지 해 가며 혼자 뿌듯함을 만끽해보았다.


물론 그렇다고 내가 하루 아침에 성자의 느낌의 선한 사람이 되진 못할 것이다. 다만, 누가 나에게 친절하기를 먼저 기대하기보단, 내가 한발 먼저 다른 사람에게 친절할 수 있기를. 또 나의 친절이 또다른 친절로 릴레이처럼 뻗어갈 수 있기를 바라며.


조금만 더 “친절한 사람” 이 되어 보고자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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