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했지만, 지나 보니 달콤했던 것 같기도
“이런 거 해본 적 있어?”
글쓰기는 누구에게도 하지 못했던 말을 할 수 있어 좋다. 감춰왔던 생각과 경험들을 하나씩 터뜨리는 재미가 아주 쏠쏠하다. 하나씩 끄집어내다 보니, 무엇을 그렇게 감췄을까 싶기도 하고, 잊고 있었던 기억들이 하나씩 떠올랐다.
한 번쯤은 술 마실 때 ‘~해본 적 있다’ 게임을 해 본 적이 있을 텐데, 예전에 언젠가 회사 선배와 이런 게임을 했던 기억이 난다. 선배가 나에게 물었다.
“너, 회사에서 진짜 크게 사고 쳐 본 적 있어?”
나는 약 7년 가까이 경영 컨설턴트로 빡시게 일해왔고, 또 이후 약 3년 가까이 ODA라는 분야에서 ODA 컨설턴트로 또다시 빡시게 일했다. 컨설턴트라는 것이, 적어도 나에겐 삐까뻔쩍한 정장을 입고 어려운 말들을 쓰면서, 어마어마하게 멋져야만 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래서인지 회사생활 초창기에, 나는 ‘전문가라는 사명감에 똘똘 뭉친’ 군기 바짝 든, 욕심 많은 후배였다, 매사를 완벽하게 처리하고 싶어 안달이었다. 보고서가 내 성에 차기 전엔 집에 가지 않았고, 훨씬 나이가 많은 고객들과도, 소위, 다이다이 떴다. 그래도 회사에서는 꽤 인정을 받은 축에 속한다고 생각했고, 연차가 쌓이니 점차 요즘 말로 꼰대 선배가 되어갔다. 전 직장에서의 별명 중 하나는 ‘군기 반장 ㅠㅠ’이었으니 말 다 했다.
그런 나에게 선배는 물었다, 회사에서 사고 쳐 본 적이 있냐고. 선배가 보기엔 내가 실수라곤 해본 적이 없는 사람 같아 보였나 보다, 혹은 실수를 철저하게 숨기는 사람처럼 보였거나. 나는 후자에 가까웠다. 황당한 실수들을 종종 저질렀지만, 또 멋져 보일 수 있는 풍경 뒤에 엄청나게 찌질한 모습들이 숨어있었지만, 그걸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았다, 굳이.
하루 24시간 중 잠자는 시간이 8시간이라 가정하면(이렇게는 못 자는 사람이 많지만), 남은 16시간 중 무려 8시간 이상을 회사에서 보낸다. 내 하루의 반 이상이다. 회사에서 일어나는 별의별 일들, 그리고 너무 쪽팔려서 누구한테 묻지도 못하고 네이버 지식인에 ‘이메일 오타 났는데 전체 회신 보냈을 때’, ‘상사 욕하다 걸렸을 때’ 등을 찾고 있는 나 자신이 기억난다.
당시엔 이불 킥을 수도 없이 하고, 수없이 머릿속에서 소설을 쓰며 혼자 미워하고 혼자 좋아하고, 혼자 뿌듯해하고, 스트레스에 피부도 뒤집어지고, 화장실에서 졸다 쓰러져보기도 하면서 버텨왔다.
그렇지만, 참으로 찌질하고, 돌아보니 귀여웠던 순간들. 지나고 났으니 이런 얘기를 하는 것이지만, 그렇게 어른이 되고 싶어 지지고 볶았던 그 시간들이 나름 달콤했다. (달콤, 이라는 표현을 쓴 것을 언젠가 다시 후회하게 될지도 모르지만...)
"난 내가 여전히 애틋하고 잘 되길 바라요."
- 드라마 <또 오해영>
지금도 어딘가에서 이불 킥을 하고 있을 세상의 수많은 회사원들을 생각하며, 누구에게도 잘 말하지 못했던 달콤했던 회사 생활을, 실수담부터 시작해서 풀어내 보려고 한다.
오랜 기억들을 소환하려니, 참 우습고, 쪽팔리다. 그렇지만, 그 순간들을 다시 기억하며 미소 짓는 지금의 내가, 나는 마냥 행복하다.
추신. 만약 여력이 된다면, 주변 사람들의 실수담도 고민도 같이 담아보고 싶으니, 댓글이나 메시지 소통 환영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