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컨설턴트와 백수의 1분 1분
알람 없이 늦은 시간에 일어난다. 눈 뜨자마자 바로 씻으러 가진 않고 침대에서 꿈지럭 대며 카톡이며, 인스타며, 페이스북이며, 네이버 화면을 읽어내려 간다. 지겨워질 때쯤이면 몸을 일으켜 밀린 손빨래를 하고, 냉동실에 얼려둔 밥 한 공기, 반찬들을 꺼내 밥을 챙겨먹고, 쇼파에 누워 티비를 본다. 티비를 보는 것이 지겨워지면 신문을 펼치고, 책을 읽다가, 집중이 되지 않는다며 슬리퍼를 질질 끌고 집 앞 까페에 나가 뜨아를 시켜놓고 신문과 책을 읽는다. 그렇게 하루가 간다.
딱히 할 일이 없고, 심심하다.
할 일이 너무나도 많아 분 단위로 시간을 쪼개 메모장에 적어놓던 시간들이 있었다. 9:00-9:20 A 보고서 작성, 9:20-9:40 팀원 산출물 검토, 9:40-9:50 회의 준비, 10:00-12:00 회의. 오후 6시까지도 모자라 야근을 하곤 했던 그 때를 살던 나는, 도대체 어떻게, 무엇을 위해 그랬나 싶다.
24시간이 이렇게 길었나. 무려 1,440분이 나의 하루로군. 그 중 1분 1분을 꼭꼭 씹는다. 백수의 생활은 생각보다 편하거나 행복하진 않다. 멍 때리는 1분 1분을 보내며 내가 뭘 하고 있을까,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는 생각을 가끔 한 번씩 하곤 한다.
‘넌 늘 바쁘잖아, 연예인 스케줄’ 지인들은 나를 놀렸었다(?). 또는 핀잔했다. 그런데 그렇게 바빴던 시절의 나는 도대체 뭘 하며 그렇게 바쁘게 살고 있었는지, 지금 생각해 보면 또 알 수가 없다. 누군가 나에게 준 일을 하기 위해, 내 사회적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월급을 벌기 위해. 어쩌면, 내가 선택하기보단 사회가 나에게 부여한 특정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하루하루를 보냈던 것일지도.
나의 1분. 사회의 눈으로 보기엔 컨설턴트로 바빴을 때의 내 1분은 엄청나게 의미 있어 보이고, 지금의 놀고 있는 내 1분은 그냥 흘려보내는 시간 같을 테지. 실제로 내가 느끼는 전과 지금의 내 모습도 마치 다른 사람 같다. 그런데, 바쁘다(?)고 1분 1분을 의미 있게 사는 것도 아니고, 할 일이 없다고 의미 있는 1분 1분을 보내는 것도 아니다.
지금의 나는 매우 심심하지만, 그렇다고 아직은 일을 하고 싶지는 않다.
내일은 어떤 1분 1분을 보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