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늘토끼 Oct 11. 2019

졸라, 외롭습니다.

글쓰기와 SNS,

  나는 쓸데없이 생각이 많다.


  쓸데없이 생각이 많다 보니 배출구가 필요하다. 나이가 들수록 배출할 수 있는 친구가 없어진다. 다들 살기에 바쁘니까. 또 어른이 되고 보니, 이상하고 특이한 생각들은 평범하게 사는 많은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가령, 결혼해서 잘 살고 있는 친구에게 왜 너희들을 남편, 와이프 욕을 실컷 하다가 나중엔 ‘근데, 결혼하면 좋아, 너도 해’라고 말하는 건지 묻는다든지, 아이를 잘 키우고 있는 친구에게 육아와 애완동물을 키우는 것의 차이를 묻는다든지, 낮은 출산율을 걱정하는 남사친에게 정자와 난자를 사고파는 것에 대한 토론 주제를 던진다든지.


  굳이 해서 누군가를 불편하게 할 말들이면 안 하는 편이 낫겠지.



제주 성산 카페, 르토아베이스먼트. '누가 저 전구에 불 좀 꺼줬음 좋겠다'며 소리침



  생각을 배출하지 못하니 두통과 불면이 왔다. 10을 말하고 싶지만 3 정도로 순화하여 인스타에 글을 올려본다. 관계와 이별에 대한 글이었다. 연인 간의 관계, 썸남 썸녀 간의 관계, 친구와의 관계, 직장 동료와의 관계, 가족 간의 관계, 모든 관계들이 일맥상통한다고 생각하여 올렸던 글이었는데, ‘남자 친구랑 헤어졌어...?’ 바로 지인에게 DM이 왔다.


  음, 그런 거 아니고, 무슨 일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단지 그런 생각을 해서 올린 글이야. 이별에 대한 내 상상, 그에 대한 내 생각. 한동안 시간이 흐른 후에도 ‘아, 난 너 헤어진 줄 알았지’하는 카톡을 몇 차례 더 받아야만 했다.


  나를 아는 사람들이 있는 공간에서 글을 올리는 것은 조금 불편하구나. 누군가가 읽어주고 ‘나도 그렇다’고 해주기를 바랐던 건데, 또는 누군가들이 나랑 비슷한 상황에 놓였을 때 ‘나도 그랬었다’고 해주면 좋겠는데. 사람들이 있는 SNS가 되려 이렇게 외롭다니. 아, 정말 졸라 외롭다.  


  배출구가 없었다. 마구 떠오르는 생각들을 배출하기 위해 나는 노트북을 열어야만 했다. 잠을 자기 위해, 두통을 없애기 위해 나는 써야만 했다.


  예전에 허지웅이 <버티는 삶에 관하여>라는 책에서 이런 말을 했다. ‘저는 와 저 자식 아직도 쓰고 있네?라는 말을 들을 때까지 버티고 버티며 징그럽게 계속 쓰겠습니다.’  나도 징그럽게 쓸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써야만 살 수 있을 것 같다.


  혼자, 작가 데뷔.


작가의 이전글 백수의 심심한 하루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