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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니니 Apr 16. 2019

길치의 숙명 (feat.유럽여행)

참치 꽁치 김치 나는 길치

#다시 또 혼행

친구와 함께하는 마지막 날. 3일이라는 시간이 너무 빠르게 지나갔다. 그동안 친구와 함께한 사소한 것들을 (길 찾기, 끼니마다 밥 먹을 곳 찾기, 합리적 쇼핑하기) 이제 다시 혼자 해야 하는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전차를 타고 벨렝 지구에 가서 궁극의 에그타르트를 먹고, 돌아와서 전망대를 올라가는 것으로 마무리지었다. 그리고 친구와 3일 전에 처음 만났던 호시우 광장에서 헤어졌다.


그즈음에 저녁 동행을 구하는 카페 앱 알림이 왔는데, 오늘은 그냥 가볍게 먹어야지 하고 알림을 지웠다.



#참치 꽁치 김치 나는 길치

구글 맵 후기를 보면 꿀팁 박사들이 알짜배기 정보들을 방출하곤 한다. 문제는 이 내용들이 줄글로 되어있다는 것. 친구와 헤어진 후, 산타 주스타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구글 맵에는 줄을 서서 엘리베이터를 타지 말고 전망대로 직접 걸어가 보라는 꿀팁이 있었다.


대기줄이 길어서, 구글 맵 조언에 따라 숨겨진 길을 찾아 나섰다. 그 댓글에는 좋아요가 아주 많았다. 비록 난 길치지만, 설명이 꽤나 자세해서 조금 헤매더라도 찾아갈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줄 서있는 사람들보다 빨리 가야지~히히' 비록 날이 어두웠지만 무섭기보다는 신이 났다.


하지만 길치의 가장 큰 문제는 자신의 방향 감각을 믿는다는 거다. 

그냥 지도를 보고도 길을 빨리 못 찾는데, '수녀원 오른쪽에 무슨 카페 옆에 계단...' 이런 식으로 글로 써져있는 길안내는 더 찾을 수 없었다. 싸한 느낌이 들었다. 아, 또 길 잃어버렸구나. 



#여긴 어디 난 누구

남들은 그냥 잘 찾는데, 나는 왜 이럴까. 길을 찾지 못한 나에게 화가 났다. 이래서 운전도 빨리 안 느는 건가. 나 진짜 멍청한가. 이러면서 무슨 혼자 여행이냐. 


길 하나 못 찾았을 뿐인데, 부정적인 생각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걸음마다 한 숨을 푹푹 쉬고 길을 못 찾을 걸 알면서도 괜한 오기로 수녀원을 빙글빙글 돌았다. 다시 맨 처음 장소로 돌아갈까 하다가, 그냥 발길 닿는 대로 돌아다녔다.


한참을 걷다가 벤치와 동상이 있는 곳으로 쉬러 갔다. 여기까지 왔는데, 무슨 보상이라도 받아야지. 포켓몬 고를 켜서 포켓 스탑을 빙글빙글 돌리고 있는데 어떤 여자가 나에게 말을 걸었다.

"혹시 카페에서.. 오늘 저녁 동행하기로 하신 분 맞으세요?"



#우연의 일치

? 아니었다. 그런데 순간, 나도 모르게 이 말이 튀어나왔다.

"저요? 아니에요.
근데.. 저녁 드시는 거면, 저도 같이 먹어도 될까요?"

안된다고 해도 내가 손해 볼 건 없고, 밑져야 본전이니까. 흔쾌히 괜찮다고 해주셔서 원래 동행과 맥주를 마시게 됐다. 저녁도 해결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도 나눠서 알찬 저녁이 됐다.


숙소 근처에 진지냐(포르투갈 전통 체리주)를 파는 가게에서 진지냐를 한 잔씩 딱 마시고 헤어졌다. 마침 함께 있던 분 중에 나와 숙소가 같은 분이 있어서 함께 돌아갔다. 체크인을 하고 방으로 들어와서 침대를 배정받는데, 이게 뭐지, 방금 숙소로 같이 온 분이 내 건너편 침대에 있었다.


정말 예상치도 못한 우연의 연속이었다. 게다가 나중에 알고 보니 오늘 오후에 받았던 카페 앱 알림은 나에게 말을 걸었던 분이 올린 게시물에 대한 내용이었다. 


너무 신기한 일이 많아서 당황스러웠지만.. 만약 길을 잃지 않았으면 이처럼 재밌는 하루를 보내지 못했을 거다. 더 이상 길을 잃는 걸로 스트레스받지 말아야지. 



+ 마지막으로, 너무 내 얘기라 뼈아프게 웃겼던 가사를 공유한다. 

참치 꽁치 김치 나는 길치
매일 지나가는 이 길도 알 수가 없지
여기는 어디 나는 누구 정신이 없지
제대로 찾아가면 우연의 일치
- 친구모아 아파트 OST 中

(출처 : 나무위키)








하얀손 여행

DAY11. 포르투갈(리스본)


퇴사하면 뭐할 거야? '그냥 한 달 유럽 여행 가려고요'라고 무심코 뱉어버린 말이 현실이 되었다. 20후반 백수 여자의 혼자 유럽. 흔한 퇴사 후 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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