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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니니 Feb 26. 2019

쿠킹클래스, 맛있는 스페인 여행

모든 감각으로 느껴보자.

Day 03.

스페인(마드리드)


#현지 셰프와 함께하는 문화 체험

작년에 베트남 다낭에서 쿠킹클래스를 한 적이 있었다. 처음 보는 향신료를 체험하고, 요리를 하니, 그 나라를 더 이해할 수 있는 색다른 경험이었다. 예전에 좋았던 기억을 안고, 이번 여행을 준비할 때 꼭 한 번은 해야지 싶은 마음으로 마드리드에서도 쿠킹클래스를 참여했다.



#수업 전

수업 시간 즈음 장소를 못 찾아서 이리저리 둘러보는데, 누군가 내게 말을 걸었다.


"너도 쿠킹클래스 장소 찾고 있니?"


외국인 여자 3명이 물어봤고, 그들도 장소를 못 찾아서 헤매고 있다고 했다.

조금 시간이 더 지나니, 셰프가 나와서 우리를 찾아서 수업에 참여할 수 있었다.


혼자 온 사람은 나랑 호주에서 온 아주머니 한 분이었고 대부분 2명 이상의 가족이었다.

한국인은 나 혼자였고, 동양인은 나이에 중국인 가족 2명뿐이었다. 나머지는 다 영어권 국가에서 온 사람들이었다. 수업 인원은 약 13명 정도.


셰프님이 하시는 얘기는 어느 정도 알아들을 수 있었다. 내게 어려웠던 건 수강생들끼리의 이야기를 할 때였다. 자신감을 갖고 영어로 이야기를 해야지 싶다가도, 나만 못하니까 대화를 할 때 타이밍이 깨지는 느낌이었다. 


영어 공부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게 되는 순간이었다. 다행히 호주 아주머니가 나랑 짝을 이뤄줬고, 이 분이랑 미국에서 온 모녀 2명이랑 이야기를 좀 나눌 수 있었다.


나는 퇴사를 하고 여행을 왔는데, 나랑 이야기했던 3명은 모두 회사에서 2주간 휴가를 받았다고 했다. 모두 다른 회사였는데, 1주는 무급 휴가 1주는 유급 휴가라고 했다. 너무 부러웠다. 내가 지금까지 여행을 다니면서 2주 이상 여행하는 사람들은 거의 다 선생님들 뿐이었다.


일을 다니면서도 새로운 경험과 기회를 만날 수 있다는 게 역시 선진국이라 가능한 건가 싶었다.



#수업

쿠킹클래스 수업은 일반적으로 아래와 같은 순서로 진행된다.

1. Torrijos 시장 둘러보며 스페인 식재료 소개

2. 조리공간으로 이동해서 오늘 만들 요리 메뉴 소개

3. 역할 분담해서 메뉴 만들기

4. 메뉴 완성 후, 다 같이 식사



#torrijos market

수업을 시작하기 전에 여러 가게들을 들리면서 오늘 요리에 쓰일 재료 들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사실 '시장'이라고 해서, 성남의 모란시장처럼 길거리 시장을 기대했다. 그런데 이름만 시장이고, 산미겔 시장처럼 건물 안에 여러 식재료 판매 업체들이 있는 구조였다. 베트남에서는 정말 길거리 시장을 구경했었는데.. 다소 아쉬웠다.


다만 셰프님이 시장을 돌면서 알려준 팁이 좀 유용했다.


"마드리드에서 월요일에는 해산물 빠에야를 먹지 마세요."


왜인가 했더니, 바르셀로나와 다르게 마드리드는 내륙에 위치해서, 해산물을 외부에서 수급한다고 했다. 대부분의 수산물 공급 업체가 주말에는 쉬는 곳이 많아서, 월요일에 조리되는 해산물의 신선도가 떨어질 수 있다더라. 그 얘기를 듣고 "아..! 맞네!" 싶었다.



#요리보고 세계보고

수업에서 만든 요리는 총 5가지였다.

<상그리아, 치킨 빠에야, 스페니쉬 오믈렛, 대구 샐러드 그리고 서양배를 활용한 디저트>


요리는 입맛에 모두 다 잘 맞았고, 전혀 짜지 않았다. 갓 만든 요리를 바로 먹으니까 음식이 따뜻하고 너무 맛있었다. 빠에야는 거의 30분이 훨씬 넘게 만들었는데, 왜 음식점에서 제대로 빠에야를 시키면 시간이 많이 걸리게 되는 음식인지 확실히 알게 됐다.


이날 먹은 닭고기 빠에야는 정말 아직도 잊을 수 없는 맛이다. 밥은 볶음밥보다는 약간의 촉촉함이 있어서 육수의 맛이 스며들어 있었다. 닭고기는 닭다리 살의 부드러움과 육즙을 품고 있어서 닭을 먹으면 밥을 먹고 싶어 졌고, 밥을 먹으면 아삭한 야채를 먹고 싶어 졌고, 야채를 먹으면 다시 고기가 먹고 싶어 지는 끊임없는 맛의 연쇄 고리를 형성했다.


함께 먹은 상그리아는 만들 때 와인 비율을 높게 해서 도수가 높아서 그런지, 마실수록 기분이 좋아졌다. 우리 테이블은 상그리아를 부어라 마셔라 하면서 열심히 마셨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쿠킹클래스에서는 많은 대화를 할 수 있었다. 이전에 베트남에서 쿠킹클래스를 들었을 때와는 달리, 서로 어떤 일을 하는지 어디 다녀왔는지부터 시작해서 '나중에는 대학에 꼭 가야 하는가'와 같은 전혀 요리와 관계없는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식사를 하면서 이야기를 하니까 편안한 분위기에서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게 좋았다.


식사를 하며 알게 된 사실 중 하나는 나보다 영어를 훨씬 잘했던 중국인 2명(아들, 어머니)이 모두 미국에 거주 중인 사람들이었다는 거였다. 토종 중국인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어서 다소 위안이 됐다. 왜 다들 영어~영어 하는지는 해외, 특히나 유럽에 가서 외국인과 이야기를 할 때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영어 듣기+영어 말하기+요리]를 하다 보니 어디를 많이 걸어 다닌 것도 아닌데 피곤함이 몰려왔다. 하지만 내가 주체적으로 하는 행동이 많았기 때문에, 피곤하지만 즐거운 이상하게 뿌듯한 기분이었다.


분명 내가 한 번 더 쿠킹클래스를 신청할 것 같은 느낌이 강렬하게 들었다.



기 억 에  남 는  순 간.

* Torrijo 시장에서 본 여러 돼지다리들. 발톱이 검은 색인 것이 더 맛이 좋다고 한다. 먹어봤던 하몬이 짜고 맛이 없었다면, 최상급인 하몬 이베리코 데 베요타(Jamón Ibérico de Bellota)를 한 번 먹어보는 건 어떨까. 고소한 풍미를 느낄 수 있다고 한다.


* 스패니쉬 오믈렛을 만들 때, 배운 고급 스킬. 우선 오믈렛이 있는 면을 접시로 받쳐서 프라이팬을 180도로 완벽히 뒤집었다. 완벽하게 바닥면이랑 평행이 되었을 때, 오믈렛이 접시 위에 올라가게 되고 이때 프라이팬을 살짝 기울여서 오믈렛의 익지 않은 부분을 다시 프라이팬으로 안착시킨 뒤 마저 굽는다.


* 스패니쉬 오믈렛을 한 입 먹었을 때 느낀 부드러운 식감과 감자+올리브의 고소함. 빠에야 다음으로 가장 맛있었다.



찰 칵.

오렌지와 올리브를 곁들인 대구 샐러드
가장 비싸다고 불리는 향신료 '샤프란'을 넣고 있는 셰프님.
엄청 큰 저 팬은 빠에야용 팬으로, 이름도 빠에야라고 한다.
야채랑 고기 얹어서 냠냠. 한 번 먹고 두 번 먹고 계속 먹고.
서양배(pear)를 와인과 설탕을 넣고 오랜 시간 졸인 뒤, 휘핑크림을 얹은 디저트. 소스는 와인이랑 설탕을 넣고 수업시간 내내 졸여서 달콤하고 끈적거리는 맛이 중독성이 강했다.


다 같이 차려놓고 짠!빠에야가 시간이 좀 걸려서, 샐러드와 오믈렛을 먼저 먹었다.




팁.

* 쿠킹클래스 신청한 곳(마이 리얼 트립)

- 링크에 나오는 썸네일 사진은 실제 수업 내용과 다르다. 실제 후기를 참고하고 가면 좋다.


  - 마이 리얼 트립에 가입한 적이 없으면, 아래 링크로 가입을 하면 3천원 쿠폰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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