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하늘을 유랑하다가 까마귀는 박수를 받는다
백날천날 빛나는 어두운 별보다
칠월 칠석 까마귀가 된 자들에게
견우와 직녀와
지상의 별에 의지하는 사람들은 박수를 칠 것이다
나도 칠월 칠석이면 까마귀가 된다
까마귀가 되어서
직녀가 견우의 손에 지문을 남기게 해주고
견우가 직녀의 얼굴을 잊지 않게 해준다
칠월 칠석이 아니더라도 나는 매일 까마귀가 될 수는 있지만
그 날이 지나면 나는 별이 되어서
어두운 하늘에 점처럼 박혀서
영롱하고 캄캄하게 빛을 낸다
견우야 직녀야
너희는 까마귀보다 박수를 받을 것이다
너희가 발을 떼거나 땅처럼 별처럼 밞고 있을 때
우리의 몸은 으스러질 것 같지만
너희의 아름다운 재회는
반사한 그 모든 별빛과 빛나므로
지상의 별들과 까마귀와 비둘기와
지상의 별에 의지하는 사람들은 박수를 칠 것이다
나는 그게 너무 슬퍼서 몇날 밤을 울고 싶다
나는 그래도 별이다
작은 별이고
그래봤자 어두운 별이지
칠월 칠석이거나 11월 7일 같은 때에는 나도 거리에 나가 까마귀가 되지만
저 하늘을 유랑하다가
까마귀는 박수를 받는다
나는
그래봤자 별이고
그래봤자 안보이는 걸지도 모르지
백날천날 반짝여봐야
선두에 선 까마귀만 못하니까
커버 사진: Unsplash의Klemen Vrankar
2016년 11월 7일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