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사가 되자
열심히 고민해서 쓴 기획서를 시간이 부족해서 제출 코 앞에 두고 내지 못했다. 자꾸 발생되는 문제에서 무엇이 문제였을까 생각하게 된다. 간절한 작품이라고 생각했는데 또 간절하게 해내지 못했던 기분. 반복된다. 자꾸 10분이 부족해서, 1분이 부족해서 사고가 발생한다. 쓰면서 너무 힘들고, 자꾸 지치고, 딴짓을 하게 됐다. 확신이 없던 것일까? 확신 없는 30살을 보내고 있다. 제출창이 사라진 것을 보고 이불을 덮고 울었다. 예동이가 놀라 달려와 이불 속으로 들어와 내 눈과 입을 핥았다.
실패후, 내가 언제 집중을 하지 못했는지, 언제 집중을 하지 않았는지, 어느 순간 하고 있는 것을 다음 순간으로 미루려고 했는지 바라보고 생각해보게 된다. 그 순간들이 쌓여 오늘의 실패가 있었고, 지난날들의 실패가 있었다. 삶의 순간이 버거운 것을 더이상 미루는 것으로 행동하면 안된다. 맞서야한다. 부지런함이 습관화되지 않고, 미루는 것이 어느 순간 습관화되어 있다. 그리고 그 문제가 이제는 정말 심각하다고 생각하다고 여겨졌다. 이제 서러운 것은 아무도 봐주지 않는다. 내가 버거워하는 것도 아무도 봐주지 않는다. 정말 부지런히 갈고 닦고 닦아야한다. 내일도, 지금 이 순간도.
다행히 속상한 마음을 어찌 이겨보려 설거지를 하고, 클래식 음악을 듣고, 산책을 하고, 방을 치우고 깊게 절망한 마음들이 사라졌다. 나는 내가 순간순간 미뤘던 순간들로 인하여 또 미뤄야한다. 내 작품이 빛을 바라는 순간을. 내가 항상 이럴 때마다 마음에 품는 것이 있다. 그럼에도 끝까지 가보려고 하자. 더 좋은 기회와 나의 이야기에 맞는 무대가 있을 것이라고, 또 내가 해내야하는 더 기회와 일들이 있기에 오늘 이 슬픔이 벌어진 것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오늘 벌어진 일이 좌절해서 또 뭔가를 미루고 싶지는 않다.
설거지를 하며 우선 대학원 학기가 끝날 때까지는 무언가 일을 벌릴려하지 말고 주어진 일들에 집중을 하기로 생각을 정리했다. 졸업 공연, 그리고 꿈의 궁전, 뮤지컬 초고. 이 세 가지를 열심히, 또 열심히 해보자. 이것을 생각하고 그 후에 나머지 다른 일들을 생각하자. 27살 내 동생은 오늘 승진을 했다고 한다. 나는 내가 정체되어버릴까바 너무 불안하고 또 불안하다. 적당히 열심히하는 것도 힘든데 이 일은 적당히 열심히 하면 그냥 고꾸라지기 십상인 직업이다. 점점 마음들이 간절해진다. 오늘 기회를 잃은 나의 작품아, 너는 분명 더 좋은 무대와 관객을 만나게 될 거야. 내가 그렇게 노력하고 있을게. 그러니 너무 슬퍼하지말고 내 안에 조금 더 오래 남아있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