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다스리는 글쓰기
일기 썼어? 내가 계속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며 불안해하자 나의 애인이 '제발' 과 같은 목소리로 내게 물었다. 글을 써보려한다. 매일매일 이곳에. 나의 글을 쓰기 전에. 노트를 펴고, 펜을 드는 일은 생각보다 너무 귀찮고, 컴퓨터는 어차피 켠다. 어떤 변화가 있을지는 모르겠다.
많은 일들이 있었다. 아니, 많은 일들이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저 무엇을 해야하나 한없이 불안해하며 1,2월을 고민한 것 같기도 하고, 푹 쉰 것 같기도 하고, 이래저래 다시 무대에 설 준비를 하며 운동을 한 것 같기도 하고, 작은 일 하나에 스트레스 받고 울면서 지나보낸 것 같기도 하고, 나름 하기로 했던 것들 (개인 브랜딩 개설, 유튜브 개설, 브런치 개설, 지원사업, 면접 등)을 나름 하면서 보낸 것 같기도 하고. 어찌됐든 이제 본격적인 시작이 되었다는 뜻이다.
나는 내가 보낸 나날들이 매일 아쉽다. 나는 나의 기질을 잘 알고 있다. 나는 두려움에 늘 언제나 이불 덮고 도망가고 싶은 사람이다. 두려움이 밀려오면 그냥 잠만 자고 싶고, 그냥 '죽음' 이라던가 (이제는 이게 핑계라는 것을 인지한다.) 말도 안되는 것들을 떠올린다. 그래도 그럴떄마다 나는 해야해, 그래도 해봐야해, 한다. 그러나 이 내면의 싸움을 하다보면 언제나 늘 속도가 남들보다 느려진 기분이다.
최근 기존에 가르쳤던 학생의 과외비를 올렸다. 중학생이 되었고, 시간이 늘어서 그 시간에 그대로 맞춰 가격을 올렸는데, 어머니가 부담이 된다고 하셨다. 비싸다고는 생각을 못했다. 그 말을 듣는 나도 부담이 되었다.이제 4년째 되는 인연이다. 그냥 싸게 계속 해주고, 시간도 늘렸어야 하나? 주변에서는 내 값어치를 낮추는 행동은 하지 말라고 하고, 기존에 가격을 충분히 싸게 받았다고 하는데, 나는 그런 돈 생각하는게 다 귀찮고 무섭고 또 도망가고 싶다. 어른이 된다는 건 '돈'을 생각해야한다는 것에 있는 듯하다. 열정페이나 그런 것들도 가능한 것은 내 생계를 내가 책임지지 않을 때의 일이다. 얼른 과외를 다 떼려치고, 글로만 먹고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내 진짜 마음은 그냥 조금 손해보더라도 과외를 원래 가격으로 해주고 싶다. 그러나 돈을 제대로 받고 차라리 제대로 수업을 해주고 싶다는 생각도 들고 내가 이 과외 하나로 계속 이렇게 스트레스 받아야하나 싶고 다 떼려치고 싶고. 계속 반복되는 말을 쓰다보니 이제 과외도 졸업할 때가 되었다는 결론이 든다. 얼른 글을 열심히 쓰고, 강의의 질을 올려서, 대형 강의들에 도전하고, 원고료로만 먹고 살 수 있도록 노력해야지. 그런 경험으로 받아들이고 과외수업도 올해는 계획한대로 강의자료를 만든다고 생각하고 열심히 수업준비도 해보자.
오늘은 내가 썼던 교육관련 지원사업의 서류심사 발표날이다. 어떤 날들이 펼쳐질지 모르는 게 예술가의 삶이라 이게 미칠 것 같은데 1,2월에 마음껏 불안해하고 나니 그냥 맘 편하게 좀 살자는 결론이 났다. 역시 떨릴 때는 이렇게 일기를 쓰는 게 최고다. 이 일기들의 색깔들도 어떻게 변할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