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입정동을 간 지 벌써 2년이 되어간다.
입정동의 작업 과정들에 대한 기록을 마무리해갈 무렵
다시 한번 입정동을 찾았다.
공연 <입정하다> 를 한지 일년이 되가는 날이기도 했다.
이제는 입정동의 골목길과 냄새들과 낡은 티비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들 마저 익숙하다.
가본다, 가본다하고 다시 가보는 게 두려웠다.
돌아갔을 때 어느 순간 다 사라져있을지도 모른다는
그 순간에 대한 불안과 공포가 있었다.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공간에 어느새 정이 들었나보다.
한평생 이곳에 있던 사장님들은 무슨 마음일지 가늠조차 안되고
더 나아가 수많은 공간을 빼앗겨버린 사람들에 대해 생각해본다.
만들어지고 만들어내는 것들은 늘 힘겹고 어려운데
부서지는 건 쉬운 것만 같아서, 너무 쉽게 부서지는 게 같아서.
직접 바라본 파괴의 이미지들은 꽤나 폭력적이었고
머물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오랫동안 대비되며 잔상에 남았다.
변화된, 높고 반짝거리는 건물들이 보이면서도
여전히 남아있는 것들은 더 선명히 보인다.
여전히 남아있는 길들, 물건들, 소리들.
이 공간들이 '굳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든 이곳에 있고자 하는 사람들의 마음
그리고 곁에서 함께 마음 써준 이들이 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듯 하다.
예술가는 과연 이곳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라는 질문으로 시작됐던 입정동의 작업.
내가 사라져가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하지만 조금이나마 더 오래 기억되게 할 수는 있지 않을까?
함께 추억할 수는 있지 않을까? 누군가에게 이 공간을 설명한 시간은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계속되는 질문과 질문으로 남아있는 입정동이라는 공간.
이 공간은 여전히 내게 무력감과 부담감을 동시에 준다.
그 마음을 끝까지 붙들고 나아갔을 때 그것이 무엇일지 궁금하다.
이 공간이, 그리고 수없이 무너지고 사라져가는 공간들이 굳건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계속 글을 쓰고 싶다.
이야기가 이야기인 것을 뛰어넘어 '체험'이 되어야 좋은 작품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어느 수업 시간에 들었다. 내가 이곳에서 머물던 이 시간들이 누군가에게 체험으로 다가갈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