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도일기 20230612
그동안 정말 수많은 꿈을 꿨는데 악몽도 정말 많이 꿨다. 그런데 너는 딱 한번 꿈에 나왔다. 너가 떠나고, 너에게 인사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울음만 참다 온날 너가 꿈에 나왔다. 꿈인지 내가 환상통을 겪는건지. 너가 잠깐 다녀갔던 것일까? 와서 괜찮아, 괜찮아 하며 평소처럼 아무렇지 않게 웃었다.
사실 너를 마지막으로 보았을 땐 그런 미소 대신 정적이 더 많아져서 너가 그동안 많이 지쳤구나 했다.
많이 아팠던 것인지도 모르고.
무대에는 귀신이 산다고 한다. 이미 너는 좋은 나라로 갔겠지만 어떻게든 여러 말들을 전하고 싶은데..
묘에 대고 말도 해봤는데 묘에다 대고 말을 한다고 채범이가 듣는 건 맞는건지..
죽음에 대해서 죽고 싶다느니 어쩐다느니 그런 얘기에도 너털 웃음을 지었는데 내가 맞이할 여러 죽음 중에 하나가 너일줄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상상을 못하겠다 다시는 못볼지 모른다고 생각조차 못했는데
얼른 이 모든 일들이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 이렇게 밤에 흐느끼는 것 말고 좀 많이 제대로 슬퍼하고 싶다채범이를 위해서는 아니고 그냥 정말 정말 너무 슬프다.. 너무 보고싶다. 그러다가 그럼 너의 가족들은..
하고 얼굴이 떠오른다. 그렇게 또 참다가 혹시라도 이 커다란 존재가 10년 후, 20년 후에는 마치 옛 친구들이 기억도 안나듯 생각도 안날까 무섭다.
언제나 너를 향한 마음은 내가 짝사랑이었던 것 같은데 그래도 좋다. 정말 견디지 못할 시간을
그 자리에 있어줬던 것만으로 나는 힘이 됐는데 이제 너는 어디에 있니? 너무 너무 괴롭다, 나 사실.
세상이 순리대로 흘러간다면 그다음은 예동이인데.. 순리대로 흘러가지 않아도 엄청난 비극이고..
예동이를 위해 예동이가 강아지별 갈때는 절 때 울지 않겠다고 다짐했는데 네 앞에서 기가막히게 실패한 거 보고 어려울 듯 싶다. 그리고 지금 이 아픔도 너무 아파서 자꾸 다가올 멀다면 멀 수 있는 미래도
자꾸 상상하게 된다. 무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