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 치프와 코타나 #1

인간과 AI, 동료가 돼라

by WOWIMOLD

파라마운트+ 오리지널 시리즈 '헤일로(Halo)'를 봤다. 그렇다. 지금 이 시점에 영화 프로젝트 '헤일'메리가 아니라 '헤일'로 얘기를 하는 것이다. 그것도 전체 맥락은 쏙 빼놓고, AI 관련된 스토리만 쏙 빼먹을 참이다.


Halo The Series (2022) | Official Trailer | Paramount+ (출처 : @paramountplus)


마스터 치프 존 117 (이하 '존')은 다른 스파르탄들을 포함해 다른 누구도 마주하지 못한 특별한 경험을 한다. 헤일로 속 존과 코타나의 관계를 보여주는 몇 가지 장면을 통해, 인간과 AI가 어떻게 바람직한 동료가 될 수 있는지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처음엔 누구나 거부 — Automation


존은 처음에 코타나를 거부했다. 두려움이 아니었다.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혼자서도 충분히 싸울 수 있었고, 머릿속에 AI를 심는다는 발상 자체가 불편했다.


그러나 코타나는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한다. 전투 중 실시간 정보 분석, 시스템 해킹, 기억 재구성. 존이 명령을 내리면 코타나가 실행했다. 전형적인 자동화(Automation)의 단계다. AI는 유능한 도구였고, 존은 그것을 쓰는 사람이었다.


오늘날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AI를 쓰고 있는 방식이다. "이메일 써줘, 요약해 줘, 번역해 줘." 빠르고 편하다. 그런데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도구는 부리는 것이지, 함께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같이 생각하기 시작 — Augmentation


변화는 존이 처음으로 코타나에게 "어떻게 생각해?"라고 물었을 때부터 시작됐다.


코타나는 단순 실행을 넘어 자신의 판단을 내놓기 시작했다. 때로는 존의 결정에 반대했고, 때로는 존이 보지 못한 것을 먼저 봤다. 존은 그 의견을 받아들이기도 하고 무시하기도 했지만, 점점 코타나의 시각을 자신의 판단에 통합해 나갔다. 이것이 증강(Augmentation)이다. 인간의 직관과 AI의 분석이 반복적인 대화 속에서 결합되는 방식.


중요한 건 이 과정이 일방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존이 코타나에게 단순한 명령이 아니라 자신의 상태, 두려움, 목표를 솔직하게 전달하기 시작하면서 협업의 질이 달라졌다. 맥락 없이 명령만 내리던 때와, 자신을 열어 보이며 함께 생각하던 때의 코타나는 전혀 다른 수준의 파트너였다.


Augmentation은 AI가 인간의 창의성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창의성을 확장시키는 방식이다. 존이 코타나에게 자신을 더 많이 열어 보일수록, 코타나의 지원은 더 정밀해졌다. 이것이 Augmentation이 Automation과 근본적으로 다른 이유다.


위임과 대체는 다름 — Agency


시즌 1 마지막 회. 존은 팀을 살리기 위해 코타나에게 자신의 몸을 완전히 맡겼다. "나는 너를 믿어." 코타나는 그의 몸을 통해 코버넌트 군대를 제압했다. 그런데 팬들은 이 장면에 열광하지 않았다. 오히려 거센 비판이 쏟아졌다.


헤일로 원작 게임의 핵심 철학은 "코타나는 운전자가 아니라, 판을 균등하게 만드는 존재다"이다. 마스터 치프의 전투 본능, 판단력, 인간적 운, 이 모든 것이 코타나의 분석과 결합될 때 최강이 된다. 그런데 이 시리즈는 코타나가 존을 대체하는 방향을 택했다. 겉은 마스터 치프지만 존의 인간성은 지워지고, 순수한 전투 기계만 남았다.


이것이 에이전시(Agency)의 경계선이다. 인간이 AI에게 미래 행동의 권한을 위임하는 것은 강력하다. 그러나 위임과 대체는 다르다. AI가 인간을 보완하는 것과, AI가 인간을 대신하는 것 사이에는 넘어서는 안 될 선이 있다. 헤일로는 그 선을 넘었을 때 무슨 일이 생기는지를, 시즌 1으로 보여줬다. 그리고 시즌 2에서 수정했다.


동료가 돼라


시즌 2 마지막 회에서 존과 코타나는 마침내 헤일로 링 위에 함께 착륙한다. 코타나는 말한다. "이곳은 AI와 유기 생명의 완벽한 융합이야." 도구도 아니고, 주인도 아니다. 각자의 역할로 함께 서는 두 존재다.


존과 코타나의 스토리는 자동화(Automation)에서 시작해 증강(Augmentation)으로 깊어지고, 에이전시(Agency)의 경계를 배우는 여정이었다고 볼 수 있다.


존은 코타나와 함께 하는 현재를 살았다. 그 특별한 현재가 그를 더 나은 전사가 아닌, 더 나은 인간으로 미래를 향해 나아가게 만들었다. 우리도 이제 그 현재를 살아가야 하거나, 이미 살아가고 있다.


존경하는 안병민 작가님의 말씀처럼,

"대답의 노예가 되지 말고, 질문의 주인이 돼라."

너무 좋은 말씀이지만, 굳이 덧붙이고 싶다. AI를 부리지 말고, AI의 동료가 돼라.


불성실하고 무심하게 대하면 대체되는 것이고, 성실하고 진심으로 대하면 파트너가 된다. 코타나가 존에게 그랬던 것처럼, AI는 당신이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존재가 될 수 있다.




다음 글에서는 같은 질문을 다른 관점으로 바라보고, 비슷한 듯 다른 이야기를 해볼 생각이다. (#2에서 계속)


마스터 치프와 코타나 #2 : 인간과 AI, 어떻게 성장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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