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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idermovie Apr 17. 2022

멈춰버린 마법

신비한 동물들과 덤블도어의 비밀 

신비한 동물들과 덤블도어의 비밀 (Fantastic Beasts: the Secrets of Dumbledore, 2022)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J. K. 롤링의 소설을 원작으로 했던 <해리 포터> 시리즈는 영광의 10년을 보내며 팬들에게 마법 같은 시간을 선물했었다. 그리고 그 인기를 이어받아 새롭게 시작됐던 <신비한 동물들> 시리즈. 출발은 나쁘지 않았다. <신비한 동물 사전>은 <해리 포터> 세계관에서 동명의 교과서를 썼던 뉴트 스캐맨더(에디 레드메인)를 주인공으로 해 안정적인 시리즈 출발을 보여줬다. 그러나 속편이었던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에서 크게 휘청였고, 결과적으로 최신작인 <신비한 동물들과 덤블도어의 비밀> 역시 전 편의 부진을 만회하는 것에 실패한 것처럼 보인다. 





<신비한 동물들과 덤블도어의 비밀>의 이야기가 가진 콘셉트는 확실하다. 이 영화는 비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영화 내내 가장 중요하게 언급되는 대사 역시 “그 누구도 모든 것을 알 순 없다.”이다. 영화는 이렇듯 ‘비밀’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에 두고 이야기를 전개한다. 영화의 초반부, 그린델왈드(매즈 미켈슨)에 맞서기 위해 덤블도어(주드 로)는 팀을 꾸린다. 뉴트와 그의 형 테세우스(칼럼 터너)와 1편부터 등장했던 제이콥(댄 포글러) 등의 인물들이 열차에서 덤블도어의 지령을 받고 뉴트를 통해 덤블도어가 준비한 물건들을 받게 된다. 이 물건들에 대한 정보는 같은 팀원들에게도 비밀로 남는다. 그리고 영화의 후반부에 가서 똑같은 모습으로 복제된 뉴트의 가방을 통해 팀원들은 다시 한번 서로에게 비밀인 미션을 수행하게 된다.


이러한 비밀 미션은 그 누구도 믿어서는 안된다는 이 영화의 핵심적인 키워드와 연결돼 흥미롭게 다가오기도 한다. 그러나 문제는 이런 오락적인 비밀을 담은 구간이 아닌 다른 곳에서 발생한다. <신비한 동물들과 덤블도어의 비밀>는 정신없는 초반부를 보여준다. 이러한 초반부의 약점은 사실 <신비한 동물들> 시리즈가 가지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기도 하다. 핵심의 부재. <신비한 동물들>은 제목에 신비한 동물들을 내세우고 있으면서도 그들을 핵심으로 세우고 있지 않다. 이 시리즈의 핵심은 분명 그린델왈드와 그에 맞서는 덤블도어다. 이에 신비한 동물들을 연구하는 학자인 주인공 뉴트의 역할 역시 애매하다. 그러나 이 시리즈는 제목에 걸맞은 결과물을 보이고 싶은 건지 신비한 동물들을 영화 내내 욱여넣기 바쁘다.



그러다 보니 이 시리즈는 내내 핵심을 관통하지 못하고 빗겨가고 있는 느낌을 준다. 아니 애초에 핵심이 자리해야 할 공간 자체가 공허하게 느껴진다. <신비한 동물들과 덤블도어의 비밀>는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인다. 기린이라는 동물을 통해 그린델왈드에 관한 서사와 신비한 동물들에 관한 서사를 엮으려는 시도를 보이고는 있으나 여전히 신비한 동물들은 전체 이야기에서 들러리에 그치고 있다. 오히려 여러 이야기를 아우르려는 시도로 인해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며 영화는 하나의 지점에 집중하지 못하고 정신없이 흔들린다. 


그렇게 이 영화는 필연적으로 이야기 안에서 정보의 부재를 보여준다. 비밀을 주요 키워드로 잡고 있는 이 영화의 어쩌면 어울리는 약점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약점을 약점일 뿐이다. 영화의 이야기를 설계하는 과정에서 오는 정보의 공백들은 답답함을 불러온다. 정신없이 쏟아지는 이야기들, 그것도 명확하게 정보를 전달하고 있지 못하고 있는 이야기는 영화의 중심으로 들어가기 전부터 보는 이들을 지치게 만든다. <신비한 동물들과 덤블도어의 비밀>은 이렇듯 오락적 비밀뿐 아니라, 정보의 부재라는 약점의 비밀 역시 가지고 있다. 이런 식으로 구멍 난 이야기는 관객들을 오롯이 영화 안으로 초대할 수 없다.





<신비한 동물들과 덤블도어의 비밀>은 <신비한 동물들>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이다. 그러나 여전히 이 시리즈는 자신의 갈피를 못 찾고 있는 모습을 보인다. <신비한 동물들> 시리즈는 앞선 8편의 <해리 포터> 영화들에 크게 빚을 지고 있다. <해리 포터> 시리즈로 스크린을 통해 관객들이 처음 접했던 호그와트, 호그스미드와 같은 장소, 덤블도어 같은 캐릭터를 발라내고 나면 이 영화, 이 시리즈에 남는 것은 그리 많아 보이지 않는다. 이 영화의 이런 모습이 의도된 게으름인지 창작의 과정에서 마주하게 된 한계인지는 명확하게 알 수 없다. 그러나 분명히 알 수 있는 단 하나의 사실. 현재, 우리가 사랑했던 이 프랜차이즈의 마법은 멈춰버렸다. 이 멈춤이 다시금 재생될 수 있는 ‘일시정지’인지, 아니면 완전히 동력을 잃어버린 ‘정지’인지는 두고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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