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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idermovie Oct 20. 2022

정답은 후회의 과거와 상상의 미래가 아닌 현재에 있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 2022)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다니엘스’라고 묶여서 불리는 댄 콴과 다니엘 쉐이너트 감독의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는 가장 시시콜콜하고 평범한 이야기를 두 감독 특유의 재치 있는(혹은 과한) 위트로 무장한 영화다. 가족, 그리고 가족을 넘어 사람과 사람 간의 관계에 대해 고찰하는 이 영화는 3장으로 구성돼 2시간 넘게 정신없이 몰아붙인다. 그리고 정신없는 이 영화의 배경은 해리 포터로 유명한 다니엘 래드클리프에게 시체 역할을 맡겼던 <스위스 아미 맨>에서도 드러났던 ‘다니엘스’의 취향을 기반으로 한다.





미국으로 이민을 온 에블린(양자경)은 인생이 고달프기만 하다. 첫사랑과의 사랑을 위해 자신을 떠나보냈던 아버지(제임스 홍)에게 자신의 잘 사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기도 하고, 동성 연인을 사귀는 딸 조이(스테파니 수)와는 사사건건 충돌한다. 그리고 가족을 떠나 미국으로 올 만큼 사랑했던 남편 웨이몬드(케 후이 콴)와도 소원해진 지 오래다. 심지어 세금 신고에서도 실수를 범해 생계를 책임지는 코인 세탁소까지 압류될 위기에 놓여있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는 대중들에게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통해 잘 알려진 멀티버스의 개념을 사용해 에블린의 이런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상황을 묘사한다. 그리고 이 정신없는 멀티버스 세계관을 완성하는 편집과 연출로 드러나는 에블린의 심정은 고스란히 스크린을 넘어 객석으로 스며든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는 세 개의 장으로 구성돼있다. 1장인 ‘모든 것(에브리씽)’과 2장인 ‘모든 곳(에브리웨어), 3장인 ‘한꺼번에(올 앳 원스)’ 총 세 개의 장을 통해 이 영화는 관계의 회복을 이야기한다. 재밌는 점은 각 장의 런닝 타임이 다르다는 점이다. 특히, 마지막 3장 ‘한꺼번에’의 경우 5분 남짓의 짧은 시간으로 앞선 두 개의 장과 큰 차이를 보인다. 하지만 각 챕터의 시간은 각 챕터가 가지고 있는 중요성을 대변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각 챕터의 담겨있는 관계 회복을 위해 이 영화가 제시하는 방법이다. 


주인공 에블린은 1장 ‘모든 것’에서 자신에게 닥친 문제를 인지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장(‘모든 곳’)에서 직접 부딪히며 문제 해결을 위한 방법을 배운다. 그리고 마지막 장(‘한꺼번에’)에서는 앞선 모든 과정을 거치고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면서 영화는 끝난다. 그래서 이 영화는 일종의 단계를 밟아 나가는 심리 치료의 한 과정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 영화의 오프닝 시퀀스에는 에블린의 고단한 삶이 그대로 드러난다. 파티 준비와 세금 신고를 위한 영수증 준비, 곧 일어날 아버지 등 그녀에게는 신경 쓸 일이 너무나도 많다. 그리고 그 정신없이 휘몰아치는 오프닝 시퀀스 속에서 에블린이 직면한 문제는 너무나도 분명해 보인다. 그 안에서 그녀는 자신의 남편, 딸과 대화다운 대화를 하지 못한다. 그러나 그녀는 그게 문제인지를 알지 못한다. 반면, 관객들은 알 수 있다. 딸과 딸의 여자 친구 베키(탤리 메델)가 나누는 대화, 웨이몬드가 자신의 품에 숨겨 놓은 이혼 서류를 통해 관객들은 에블린은 알지 못하는 그녀의 문제를 인지한다. 그렇게 관객들은 에블린이 성장하는 과정을 따라간다. 


1장은 에블린이 인지하지 못했던 그녀 주변의 ‘모든 것’에 대해 그녀가 인지하는 과정이다. 그리고 문제를 파악하는 과정이 에블린이 받게 될 심리 치료의 첫 번째 순서다. 1장에서 에블린은 멀티버스에 생긴 수많은 자신과 자신을 중심으로 한 사건들을 비로소 파악한다. 그렇기에 에블린이 사망하고 엔딩 크레딧까지 올라가는 1장의 종반부는 중요하다. 문제를 파악하지 못하고 관계를 스스로 끊어내고 살던 에블린은 1장으로 죽었다. 다시 태어난 그녀는 2장에서 다시 새롭게 출발한다. 



2장 ‘모든 곳’에서는 본격적인 에블린의 치료가 시작된다. 문제를 인지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것을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는 ‘모든 곳’ 널려있는 자기 주변의 존재들을 인식해야 한다. 그렇기에 이 영화의 멀티버스 속 다양한 에블린들은 사실상 그녀의 파편화된 인간관계에 대한 은유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리고 이 영화는 이 문제의 봉합책으로 ‘다정함’을 제시한다. 일련의 과정 속에서 ‘다정함’의 힘을 깨닫는 에블린은 자신을 둘러싼 관계의 문제들을 해결해 나간다. 


이 영화에서 지속적으로 등장하는 ‘라따구리(픽사의 애니메이션 <라따뚜이>에서 가져온)’는 멀티버스 속 하나의 캐릭터로 유머를 담당한다. 그저 웃음을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는 이 캐릭터에 사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의 가장 중요한 핵심이 담겨있다. 멀티버스 속 요리사 에블린은 동료 요리사 채드(해리 슘 주니어)를 인정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는 라따구리가 있어야지만 요리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부 투파키의 말로 인해 치유가 위기를 맞을 때, 에블린은 관계를 자기 주변의 관계를 끊어낸다. 특히, 채드의 모자를 벗겨 그 안의 라따구리를 신고한다. 그녀는 자의식 속에서 다른 누군가와 관계를 맺지 않고도 살아갈 수 있다고 믿는 캐릭터였던 것이다. 그러나 모든 회복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에블린은 채드에게 다시 라따구리를 찾아준다. 심지어 그 과정에서 자신이 채드의 조종을 받기도 한다. 


요리사 에블린의 멀티버스 속 라따구리 이야기는 현실 속 에블린과 웨이몬드의 관계를 은유한다. 에블린은 자신의 남편을 못미더워한다. 자신이 멀티버스 속 알파 웨이몬드와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남편이 디어드리(제이미 리 커티스)와의 면담을 망칠까 봐 걱정한다. 영화의 후반부에는 파티 장에 찾아온 디어드리와 남편을 보고 또다시 같은 생각을 한다. 그러나 그런 그녀의 불신과 다르게 웨이몬드는 다정함을 무기로 디어드리를 설득 하고 자신의 아내에게 일주일의 시간을 더 벌어준다. 그렇게 그녀는 자신에게도 라따구리가 필요함을 깨닫고 완벽하게 회복한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를 여는 대사는 정신 사나운 오프닝 시퀀스의 끝자락에 웨이몬드가 던지는 “무슨 생각해”라는 질문이다. 그 첫 질문에 에블린은 대꾸하지 않는다. 딸 보다, 남편 보다 본인이 더 잘났다고 생각하며 마치 자신이 다 아는 듯 행동하는 그녀이기에 무슨 생각하냐는 질문에 대꾸하지 않는다. 대꾸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영화 초반부의 그녀는 그렇게 주변의 관계를 끊어버린다. 


그리고 이 영화를 닫는 대사. 디어드리는 에블린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듣고 있냐고 질문한다. 사실상 영화를 여는 대사였던 웨이몬드의 질문과 이어진다. 그러나 모든 치료를 마친 에블린은 “뭐라고 하셨죠?”라고 웃으며 되묻는다. 관계에서 누군가를 속단하지 않고 다정함을 무기로 마음을 연 그녀는 그렇게 다른 이와 끊김없이 대화를 이어간다. 관계에서의 무지가 없어지는 순간. 에블린의 치유가 성공적으로 끝났음을 보여주기에 이 영화의 3장은 비록 길이가 짧더라도 앞선 두 장만큼이나 중요한 장이다.


그리고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는 이 통통 튀는 영화를 통해 현재를 예찬한다. 모든 문제의 정답은 되돌릴 수 없는 과거에도, 아직 닿지 못한 미래에도 존재하지 않고 오로지 현재를 살아가는 자기 주변에 존재한다고 말한다. 과거에 대한 아찔한 후회도 미래에 대한 달콤한 상상도 당신을 구원하지 않는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는 확신에 찬 채로 그렇게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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