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크 수술과 무릎관절 교체 수술을 모두 받으신 어머니는 몇 년 전부터 거동을 거의 하지 못하십니다.
특히 수술을 한 허리 부분의 퇴행성 협착증이 다시 심해지면서 조금만 걷거나 움직여도 절로 입에서 '아이고'하는 소리가 나오며 얼굴이 찡그려지고 자리에 멈춰 서서 정신을 차리려고 애를 쓰시곤 하셔요.
그러다 보니 일상생활이 거의 불가능하시다시피 하시지만, 어떻게든 집안일을 참아가며 하시는데, 그 결과 남은 것이 양쪽 팔꿈치에서 손목까지의 길고 검은 흉터입니다. 부엌일을 하실 때 그 부위를 싱크대에 붙이고 몸을 지탱하면서 일을 하시다 보니, 해당 부위가 마치 염색이라도 된 듯이 검고 진하게 변색이 되어 있어요. 그리고 팔꿈치 부분의 피부가 죽은 듯한 검은색이 진해질수록 어머니는 반팔을 입지 않으셨고, 바깥에 외출을 하시지 않게 되셨습니다.
이번에 부모님과 살림을 합치면서 생각했던 것이 어머니를 집에서 바깥으로 모시고 나가는 것이었습니다. 어차피 실외로 모시고 나가도 잘 걷지를 못하시니 휠체어를 태워서 바깥바람을 쐬게 해 드리자고. 하여 휠체어로 여행할만한 곳을 검색해서 평지에 위치해있고 최근에 만들어져 경사로 설치가 잘 되어 있다는 부여 백제문화단지에 다녀오기로 했습니다.
훨체어 이야기를 꺼낼 때 걱정이 없진 않았습니다. 본인을 이동에 도움이 필요한 환자나 장애인으로 대하는 것에 대해 거부감이 있진 않을까 조심스러웠달까요. 하지만 어머니는 휠체어를 타시며 "어차피 부여에는 아는 사람도 없는데 뭔 상관이냐"라고 딱 한번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건 아마 아는 사람들이 많은 곳이라면 휠체어를 타지 않으시겠다는 말씀처럼 들리기도 했고, 휠체어를 타는 것을 부끄러워한다는 이야기 같이 들리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어머니는 혼자 카페나 차에 남아 있기보다는, 가보지 않은 곳을 둘러볼 수 있다면 그런 감정 상의 거리낌은 상관없다는 듯이 크게 별다른 말씀 없이 순순히 휠체어를 타셨어요.
부여 백제문화단지는 주차장에서 나오는 초입에 휠체어 대여센터가 있습니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바로 휠체어를 빌릴 수 있어서 어머니가 그리 많이 걷지 않으셔도 된다는 점이 무척 좋더라구요. 그리고 대여센터부터 매표소와 문화단지 내부의 큰길과 건물 사이에 휠체어가 지나다닐 수 있는 경사로가 설치되어 있어서 휠체어를 미는 것에 큰 힘이 들지도 않았구요. 게다가 경로우대 제도가 있어 어르신들은 성인 1인당 6천 원인 입장요금이 공짜라서 부모님들께 소소한 즐거움도 드릴 수 있었습니다. 결론적으로 한 시간 정도 휠체어를 밀고 단지 내를 한 바퀴 돌면서 이 정도면 앞으로도 어머니의 휠체어를 밀고 여러 곳을 가봐야겠다 생각을 했을 정도로 만족스러운 관광이었달까요.
관광을 마치고 부근 식당에서 점심을 먹으려고 앉아있다 어머니를 보니 앞으로 휠체어로 어머니를 태우기 위해 준비해야 할 것들이 몇 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음에 다른 곳을 갈 땐 이런 것들을 미리 챙겨가볼까 싶습니다
1. 무릎담요
휠체어에 앉아서 여행을 하면 상의가 다리를 덮지 못해 다리가 추울 수 있겠더라구요.
오늘은 제 상의 외투로 덮어드렸지만 무릎담요를 가지고 다녀야겠다 싶었습니다.
2. 장갑
제가 휠체어를 밀때 휠체어가 흔들릴 수 있어서 어머니께서 바퀴 옆이나 의자 옆 손잡이를 꼭 잡고 이동을
하셔야 겠더라구요. 그래서 무릎담요와 같은 이유로 어머니가 낄 장갑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3 .기타
외투가 휠체어 바퀴에 닿아서 진흙이 묻고 있었습니다. 지저분해진 부분을 닦을 물티슈나 이물질이 옷에
묻지 않게 바퀴와 어머니 신체 사이를 떨어뜨릴 비닐커버나 방석 같은 게 있으면 좋을 듯 싶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