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과로백수 Feb 18. 2022

민폐남

최저 시급을 받으며 일에 대한 열정을 유지하는 것에 대한 고충토로

요즘 아르바이트하는 곳에서 저는 말입니다.. 가끔 "열정이 넘친다"는 말을 듣습니다.

"열정캐(열정 캐릭터)"라나요!!!!


저도 사회생활을 몇십 년 한 사람이라, 이 말의 맥락이 마냥 칭찬이 아니라는 것쯤은 알고 있습니다. 알죠 알죠 당연히 알죠. "열정이 넘쳐"라는 말이 나올 때는 대게 그 뒤에 아주 작은 목소리로 "그만 좀 해"라거나 "오버한다"는 말이 따라붙는다는 것쯤 말입니다.


시간당 받는 돈이 전에 회사에서 일할 때보다 1/n만큼 줄었지만, 그렇다고 일을 하는 제가, 일을 해결하는 제 업무 스타일이, 또 제가 생각하는 '업무 완성도의 기준'이 급여 수준에 발맞춰 1/n 수준으로 낮아진 건 아니잖아요? 그래서 저는 이전에 하던 대로 일을 해보려고 하고 있습니다. 간단하게 문서를 작성할 일이 있으면 제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잘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추가되면 좋을 내용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고, 여러 줄 쓸 걸 한 줄로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생각도 해보구요. 하다가 잘 모르겠으면 질문도 하고, 관련해 다 같이 알면 좋을 것들은 차 마시며 수다처럼 이야기도 하구요.


그런데 그런 것들이 가끔 주변 분들을 불편하게 하나 봅니다.

'아 그걸 그렇게 표로 정리하면, 우리도 그렇게 해야 되잖아요. 엑셀 안다고 자랑하는 것도 아니고..'라거나, '다들 이 시간이면 알아서 일 멈추고 쉬는 데 왜 그렇게 혼자 하려 그래요. 그럼 다른 사람들도 일 해야 되잖아요' 하는 이야기들을 가끔 듣거든요. 그런 이야기 다음에는 으레 '어유 열정이 넘치세요 정말' 하는 말이 들리구요.


그런 예는 더 있습니다. '규정에 나와있는 것만 물어보세요'라거나, '그건 원래 그런 거예요' 하는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지시를 해줘야 하는 분들에게 '욕심이 많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도 있습니다. 아무래도 저 좀 위아래로 민폐를 끼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당연히 이전에 회사에서 일하던 방식이 최선이라고 생각하거나, 과거의 방식으로만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이전 회사에서 제가 '월급 루팡 놀이'를 하며 농땡이를 안 부려 본 것도 아니구요. 새로 하게 된 아르바이트에 부합하는, 오래 검증된 방법이 있겠죠. 제게 허락된 의사결정권(없는 거죠 뭐 그런 겋)에 부합하게 기대되는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지금 적절하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앞으로도 최저시급의 일을 하게 될 것 같은 저는, 제가 최저시급을 받더라도 '시킨 대로 하며, 요령껏 시급을 받는 수동적인 일꾼'이 되지는 않았으면 합니다. 정당한 급여를 제공하지 않으며 일을 시키려는 부당함에 목소리를 낼 수 있으면 좋겠고, 급여는 최저시급이라도 제 결과물이 적어도 그 급여보다는 완성도 있는 것이었으면 좋겠고, 시킨 대로만 하지는 않는 사람이면 좋겠어요.


제가 기대하는 최저 시급 아르바이트의 꿀은 '땡 치면 퇴근하고, 퇴근한 이후에는 일을 생각할 필요가 없다'까지. 업무 완성도에 대한 제 마음의 기준은 적어도 최저 시급보다는 높고, 완성도 있으면 좋겠달까요. 그 수준이야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어느 정도 조정되고 깎여나가겠지만, 적어도 그때까지는, 주변 동료들 불편하게 만드는 '열정캐'라는 이야기로 꽤 지탄을 받을 것 같습니다. 하... 싫은데요 이건 ^^"


멘탈 흔들릴 땐 역시 단거죠! 요즘 애정하는 간식들입니다 ㅋ



작가의 이전글 청년반 멤버가 되었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