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 시급을 받으며 일에 대한 열정을 유지하는 것에 대한 고충토로
요즘 아르바이트하는 곳에서 저는 말입니다.. 가끔 "열정이 넘친다"는 말을 듣습니다.
"열정캐(열정 캐릭터)"라나요!!!!
저도 사회생활을 몇십 년 한 사람이라, 이 말의 맥락이 마냥 칭찬이 아니라는 것쯤은 알고 있습니다. 알죠 알죠 당연히 알죠. "열정이 넘쳐"라는 말이 나올 때는 대게 그 뒤에 아주 작은 목소리로 "그만 좀 해"라거나 "오버한다"는 말이 따라붙는다는 것쯤 말입니다.
시간당 받는 돈이 전에 회사에서 일할 때보다 1/n만큼 줄었지만, 그렇다고 일을 하는 제가, 일을 해결하는 제 업무 스타일이, 또 제가 생각하는 '업무 완성도의 기준'이 급여 수준에 발맞춰 1/n 수준으로 낮아진 건 아니잖아요? 그래서 저는 이전에 하던 대로 일을 해보려고 하고 있습니다. 간단하게 문서를 작성할 일이 있으면 제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잘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추가되면 좋을 내용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고, 여러 줄 쓸 걸 한 줄로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생각도 해보구요. 하다가 잘 모르겠으면 질문도 하고, 관련해 다 같이 알면 좋을 것들은 차 마시며 수다처럼 이야기도 하구요.
그런데 그런 것들이 가끔 주변 분들을 불편하게 하나 봅니다.
'아 그걸 그렇게 표로 정리하면, 우리도 그렇게 해야 되잖아요. 엑셀 안다고 자랑하는 것도 아니고..'라거나, '다들 이 시간이면 알아서 일 멈추고 쉬는 데 왜 그렇게 혼자 하려 그래요. 그럼 다른 사람들도 일 해야 되잖아요' 하는 이야기들을 가끔 듣거든요. 그런 이야기 다음에는 으레 '어유 열정이 넘치세요 정말' 하는 말이 들리구요.
그런 예는 더 있습니다. '규정에 나와있는 것만 물어보세요'라거나, '그건 원래 그런 거예요' 하는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지시를 해줘야 하는 분들에게 '욕심이 많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도 있습니다. 아무래도 저 좀 위아래로 민폐를 끼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당연히 이전에 회사에서 일하던 방식이 최선이라고 생각하거나, 과거의 방식으로만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이전 회사에서 제가 '월급 루팡 놀이'를 하며 농땡이를 안 부려 본 것도 아니구요. 새로 하게 된 아르바이트에 부합하는, 오래 검증된 방법이 있겠죠. 제게 허락된 의사결정권(없는 거죠 뭐 그런 겋)에 부합하게 기대되는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지금 적절하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앞으로도 최저시급의 일을 하게 될 것 같은 저는, 제가 최저시급을 받더라도 '시킨 대로 하며, 요령껏 시급을 받는 수동적인 일꾼'이 되지는 않았으면 합니다. 정당한 급여를 제공하지 않으며 일을 시키려는 부당함에 목소리를 낼 수 있으면 좋겠고, 급여는 최저시급이라도 제 결과물이 적어도 그 급여보다는 완성도 있는 것이었으면 좋겠고, 시킨 대로만 하지는 않는 사람이면 좋겠어요.
제가 기대하는 최저 시급 아르바이트의 꿀은 '땡 치면 퇴근하고, 퇴근한 이후에는 일을 생각할 필요가 없다'까지. 업무 완성도에 대한 제 마음의 기준은 적어도 최저 시급보다는 높고, 완성도 있으면 좋겠달까요. 그 수준이야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어느 정도 조정되고 깎여나가겠지만, 적어도 그때까지는, 주변 동료들 불편하게 만드는 '열정캐'라는 이야기로 꽤 지탄을 받을 것 같습니다. 하... 싫은데요 이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