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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과로백수 Feb 10. 2022

청년반 멤버가 되었습니다

앞으로의 파스투혼을 다짐하는 밤!

제가 아르바이트하는 곳에서는 스무 명 남짓의 사람들이 일하고 있습니다. 인구통계적 기준으로 보면 제가 일하는 곳은 여성분들의 비율이 높구요(남녀 3:7), 전체 연령 평균은 40대 중후반 정도이지만 연령대 양 끝 값의 편차가 무척 심한 무리입니다. 20대가 4명이고, 30~40대가 4명, 그리고 50대 이상이 절반 정도니까요.


그래서 저희 일하는 곳에서는 아직 대학을 졸업하지 않았거나 갓 졸업한 20대 초중반의 청년들이, 소위 "청년반"이라고 불리우며 어르신들의 사랑을 독차지 하고 있습니다. 청년반분들에게 말을 거는 중장년층분들의 표정을 보면, 뭐랄까 어린 조카 바라보는 이모삼촌의 눈빛이랄까요? 저절로 약간 웃고 있는 얼굴이 되는 걸 보게 됩니다. 과자니 음료수니 하는 것들을 툭툭 그분들 책상 위에 던져주고, 밥을 먹을 때도 더 먹으라며 밥을 퍼서 그분들 밥그릇 위에 얹어주기도 하고 그렇달까요.


그렇다고 청년반분들이 마치 아이돌처럼 우대받고 일하느냐 하면 그렇지는 않습니다. 기운을 써야 하거나, 컴퓨터 같은 거를 사용해야  때에는  청년반분들이 대게 총대를 메고 일을 해주고 습니다. 번거로운 일도, 힘든 일도 누가 부탁하지 않았는데도 이분들이 먼저 웃으면서 어르신들을 위해 슥슥 처리를 해주고 구요. 아마 그래서  어르신들이 청년반 분들을 예뻐하는  같기도 합니다.


어제부터 오늘까지는 아르바이트하는 곳에서 역대급으로 기운을 써야 했던 날이었습니다. 창고에 있는 오래된 것들을 마대자루에 담아 폐기물 차량에 싣는 일이었는데요. 처리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아서 청년반분들만으로는 기한 내에 일을 하지 못할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기운을 쓸 수 있는 남자 직원" 중에서 추가 인력이 투입되게 됐는데요, 제가 바로 그 영광(?)의 "추가 투입 멤버”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폐기물들을 캐비닛에서 꺼내서 마대에 담고, 카트에 올려서 건물 밖으로 나르고, 폐기물 차량에 싣는 과정의 일을 하는데 말입니다. 저는 마대를 나를 때마다 입에서 절로 끙끙 거리는 소리가 나오고, 온몸에서 땀이 줄줄 흐르는데, 원조 청년반 멤버분들은 정말이지 너무 가뿐하게 일을 하더군요. 몸무게가 70도 안된다고 하는 제일 날씬한 분마저도 저 무거운 것들을 저보다 더 번쩍번쩍 들기도 하구요. 하, 정말 청춘이란 좋은 거구나... 같이 일하며 속으로 탄성을 지르며 함께 일했습니다.


일을 마치고 집에 온 지금, 저는 몸이 조금 삐걱거리는 느낌이 있습니다. 분명 내일 아침에 일어나면 어딘가 근육통이 생길 것도 같습니다. 그래도 말입니다. 이제 내일 출근하면 저도 "청년반" 멤버로 불리게 되지 싶어서 지금의 이 통증이 마냥 싫지는 않습니다ㅋ 노인분들이 많은 요즘 농촌에서는 60대 어르신들은 청년으로 분류가 된다고 하더니, 제가 딱 그 짝이네요. 아마 앞으로도 기운을 써야 할 일들이 생기면 '청년반 멤버'라고 호출당해 일을 하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몸이 좀 힘들어도 어떻습니까. 제가 어디 가서 '청년반' 멤버가 되겠어요? 이틀 동안 무거운 거 나르고 고생한 같은 청년반 멤버들(?)에게 점심을 사준 건, 앞으로 함께 활동할 신입 멤버로서 잘한 일이 아닌가 생각하면서, 몇 군데에 파스를 붙이고 있습니다. 오늘 밤엔 꿀잠을 자지 않을까 싶네요. 다들 추운 밤 따뜻하게 하고 푹 주무십시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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