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과로백수 Apr 11. 2022

아버지의 덕질(?)

주말드라마 본방사수를 위한 아버지의 부탁

“아들아 혹시 모르니까 오늘 밤 아홉 시 반에 나 자고 있는지 와서 보고, 자고 있으면 나 좀 깨워줘라”


늦은 일요일 저녁, 늘 그렇듯이 유튜브 슈카월드 채널 라방을 라디오처럼 틀어놓고 방에서 뒹굴뒹굴하고 있는데, 방문이 열리더니 아버지께서 부탁을 하십니다. 남 번거롭게 하는 거 딱 질색하시는 아버지께서 저렇게 진지하게 궁서체로 부탁하시는 건 다름 아닌 “드라마 방송시간에 맞춰 본인을 깨우라는 것”입니다.


“예 알아요 아버지. 태조 이성계인가 뭔가 하는 그 드라마 보시려고 하시는 거잖아요? 이따 시간 봐서 알려드릴게요”


새로운 거 배우는 거 좋아하시는 아버지시라, 스마트폰에 웨이브를 설치하고 지상파 드라마에 아무거나 보고 싶은 거 아무 때나 보실 수 있다가 몇 번 말씀을 드렸습니다만, 눈과 귀가 조금 어두우신 아버지께서는 작은 핸드폰 화면으로 메뉴로 검색을 하고 조그맣게 화면을 보시는 것이 마냥 불편하시기만 하신가 봅니다.


크롬캐스트로 티브이와 연결해서 큰 화면으로 보실 수 있다고도 알려드렸습니다만, 그건 아버지께는 정말 첩첩산중 같은 일인가 봐요 ^^”


온에어 시간에 맞춰 본방 사수하는 덕질(?)은 아이돌 팬클럽인 10대들이나 하는 일 같고, OTT가 지상파를 밀어내는 21세기에는 멋 옛날이야기 같지만, 여전히 편성시간을 확인하고 그 시간에 맞춰 티브이 앞에 앉아 보고 싶은 프로그램의 오프닝 타이틀이 뜨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아직도 있다고 하면, 프로그램을 만드는 방송 관계자분들과 편성 책임자분들은 조금 더 흐뭇하시려나요 ^^”


아버지가  새로운 인터페이스에 적응을 하지 못하시는 ,  갤노트 화면이 작아서라며, 화면  갤럭시탭을 사야겠다쓸데없는 장비병을 발동시키면서,  이번 주말엔 부모님이랑 조선왕조실록이나 전원일기 같은 옛날 드라마 몰아보기 상영회를 해야겠다고 치킨 먹을 계획에 들뜨는 월요일입니다. 한주 기운차게  시작하세요 :)


최수종 아저씨는 이러다가 조선왕조 모든 왕을 다 연기하실 기세 ^^”
매거진의 이전글 밤의 소리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