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대학병원 진료로 종일 바빴던 하루의 잡념들
언제나 그렇지만 병원에 다녀오는 건 참 피곤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큰 병원은요.
접수와 정산 프로세스는 뭐 그리 중간중간 많으며, 모니터에 뜨는 대기자 명단 순서가 줄어들기를 기다려야 하는 시간은 또 왜 그렇게 길고, 중간에 뭐 하나 추가로 검사하거나 어디 다녀오라는 디렉션이 떨어지면 같은 과정들은 왜 그렇게 반복해서 많은 걸까요? 왠지 21세기쯤 되면... 그런 거 어떻게 스윽... 하고 효율화해서 한 번에 해결할 수 있을 것도 같은데 말이에요.
예를 들자면.. 뭐 호텔 투숙할 때처럼 최초 진료 접수 시 개인의 신용카드를 오픈으로 결제하고, 병원에서 필요할 때마다 중간중간 자동으로 결제하게 하는 방식으로 접수/결제 프로세스를 줄이고, 스벅 사이렌 오더처럼 대기자 접수와 대기 순번 알람을 앱으로 하고... 뭐 그런, 이미 외부에서 실행되고 있는 서비스들을, 병원 행정에 접목하는 건.. 어려운 일일까요? 뭐 분명 아무것도 모르는 제가 하는 이런 생각들, 병원 관계자분들이 다 검토해보셨을 거고, 안되니까 안 하는 거겠죠?
최근 어머니의 병원 진료 중에 심장판막과 좌심방, 대동맥류에 이상이 있다는 걸 알게 되고, 초음파 검사를 한 후 대형병원(대학병원)에서 진료를 받게 되어서, 아침부터 몇 시간을 병원에 있다가 돌아오는 길. 이런저런 생각들을 하며 병원에서 몇 시간 멍 때리다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다행히 검사 결과는 나쁘지 않았지만, 역시 한 번에 끝나지 않는 추가적인 검사가 다음 주에 다시 잡혔고, 저는 아마 이 과정을 다시 몇 번을 더 경험할 듯 싶습니다.
그래도 이틀 동안 내리던 비는 그쳤고, 최근 담당 업무가 바뀌면서 야근까지 하는 아르바이트로 평일 대낮 시내 풍경을 보면서 커피를 마시는 호사는 누리지 못하다가, 머니 바람도 쐬어드릴 겸 병원 진료 후 부근 외곽에 나가 점심도 먹고, 대청댐 부근 드라이브도 하고, 커피도 마시고 돌아오니 기분이 좋습니다. 아.. 한정한 평일 오후의 느긋함이 얼마만인지 모르겠어요. 처음 백수가 되겠다고 결심했을 때에는 이런 하루가 당연할 줄 알았는데 말입니다 ^^"
돈을 버는 일 말고, 부모님이나 나의 삶의 건강과 평안을 위해 바쁜 백수가 되겠노라고, "과로백수"라고 필명도 지어놓았는데, 오늘은 오랜만에 온전히 "과로백수" 같은 하루를 보내는 것 같아 그래도 내심 흐뭇합니다. 어머니도 대청댐 풍경을 보며 드시는 커피 한잔이 좋으셨는지 무척 즐거웠다고 하셔서 더 그렇습니다. 하... 역시 저는 백수가 체질인 것 같은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