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서툴지만 사부작 괜찮은 음식을 만들어볼까나
코로나 시대에 먹고살려고 나가는 남편을 위해
도시락을 싸주기로 마음먹었다
아침은 잠이 많아서 점심은 회사에 있으니 저녁은 귀찮아서 임신을 해서 아이 키우느라 직장 다니느라 내가 한 음식은 무맛무취(진실) 온갖 합리화된 이유로 주방과 멀리한지 오래된 그 어느 날. 코로나로 가정보육을 시작했고 아이와 삼시세끼 집밥을 먹으며 문득 떠오른 남편 (갑자기?) 남편이 제대로 된 끼니를 먹는건 only 점심뿐인데
'오빠 코로나 위험하니까 식당 가지 마'
'뭐 사러가는 것도 사람 많은 곳은 가지마'
이건 뭐 밥을 먹으란 건지 말란건지
그래서 남편의 점심을 책임지겠다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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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도시락통부터 구매했다. 왜 매년 연초에 다이어리를 대차게 쓰겠다며 구매하는 것 같은 느낌이 살짝 많이 들었지만 용기내어 도시락통을 구매했다. 1단은 간에 기별도 안가겠고 2단 이거 먹고 생활 가능하나 그래 3단 정도는 되어야지. 그렇게 3단 도시락을 구매하였고.
정말 대대손손 생색내고픈
*경* 도시락 그랜드 오픈 *축*.JPG
사고보니 도시락통은 감당하기 힘든 크기의 벌크업 도시락이었고 약간 취사병 느낌으로 말없이 묵묵하게 대용량 도시락을 만드는 그렇게 아이와 내가 그날 먹을 양까지 박박 긁어다가 만든 첫 번째 도시락이 완성되었다.
이 날은 그냥 남편 잘해먹이고 싶은 마음이 앞선 도시락이었다. 약간 엄마감성이랄까. 그래서 많이 먹고 힘내라고 혼자 먹는 도시락을 대략 3-4인용으로 싸주었나봄.
혼자가 아니야 오빠, 우리 함께야 (음식양이,,)
이 날의 메뉴는,
오리주물럭 / 당근감자채 / 계란말이 / 리코타치즈샐러드
디저트는 아이와 함께만든 당근 컵케이크와 방토
yame(야미말고 야메) tip
오리고기 특유의 잡내를 싫어해 (의외로 예민한 편 풉)
주물럭하기 전 다진마늘에 오리고기를 살짝 재워둔다
(생긴것처럼) 참을성이 없는 난 30분 정도 코 재워둔다
철학과 감성을 담은 낭만적인 도시락의 세계는 없었다. 눈 뜨자마자 물맞춰(열맞춰) 취사버튼 누르기 바빴고 좁은 주방 한켠에서 혼자서 아메리칸 쉐프 느낌의 정신머리 없는 영화를 찍는 느낌이었다(그건 맛이라도 있지)
여튼 나의 첫 도시락은 마음만 앞선 '엄마 마음'
라면 하나 끓여줘도 맛있다 고맙다를 연발하는 수더분한 입맛을 자랑하는 내 다정한 남편에게 무언가를 해주고싶은 마음과 너의 위는 내가 책임지겠단 책임감의 콜라보.
무엇하나 제대로 할 줄 모르는 서툰 아내이지만
아침 7시 30분 (아뿔싸 그 전엔 눈 뜰줄을 모른다는)
오늘도 서툴지만 사부작 괜찮은 음식을 만들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