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해’가 입에 밴 딸아이

그리고 사과하는 엄마의 그림자

by WifeWhoHelps

"미안해…"
아주 작은 실수에도, 금세 입 밖으로 튀어나오는 말.

우리 딸은 요즘 이 말을 참 자주 해요.

컵을 쓰러뜨렸을 때, 이 닦기 싫다고 투정부리고 난 뒤,
심지어 조금 지난 일도 마음에 남았는지
갑자기 “미안해”라고 말하더라고요.

처음엔 그냥 웃으며 넘겼어요.
그런데 점점 빈도가 잦아지더니,
어느 날 어린이집 선생님께서 조심스럽게 말씀하셨어요.

“OO가 너무 자주 미안하다고 말해요.

혹시 무슨 일이 있었을까요?”


그때서야 알았어요.
아이가 너무 자주, 그리고 너무 자동적으로
“미안해”라는 말을 하고 있다는 걸요.

가만히 돌아봤어요.
어쩌면 제 영향이었을지도 모르겠어요.
저는 자주 “미안해”라고 말해요.
엄마로서, 아내로서, 한 사람으로서
누구에게든 폐 끼치지 않으려 애쓰다 보니
입에 밴 말이 되어버렸더라고요.

또 아이에게는
“사과하는 건 용기 있는 행동이야.”
그렇게 가르쳐왔어요.

그래서 아이는
“사과는 멋진 행동”,
“미안하다는 말은 예쁜 말”로 받아들인게 아닐까 싶어요.


“그건 네 잘못이 아니야, 괜찮아.”
“지금 너가 실수하는 건 당연한 거야.”

한동안 아이에게
‘사과해야 하는 상황’과 ‘그냥 넘어가도 되는 상황’을 설명하려했지만

아이가 구분하기엔 너무 어려운 일이었어요.

감정을 구별하는 것도,
상황을 해석하는 것도
아직은 버거운 일이었죠.

그래서 방향을 바꿨어요.

“미안해” 대신
“고마워”, “사랑해”라고 말하자고 했어요.

단순한 방법일 수 있지만
그 순간 아이의 마음이
‘미안함’보다는
‘감사함’과 ‘사랑’으로 채워졌으면 했어요.

그리고 아이가 그렇게 표현하면
저도 그 마음을 고스란히 돌려주었어요.

“미안해” 대신
“고마워.”
“사랑해.”
그렇게 서로의 마음을 주고받는 거죠.

신기하게도 아이도 조금씩 달라졌어요.

여전히 “미안해”라고 말하긴 하지만,
가끔은 먼저 “사랑해”라고 이야기해요.

예전엔 위축된 표정으로 “미안해…”하던 아이가,
지금은 수줍지만 밝은 얼굴로
“엄마, 사랑해.”라고 말해요.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뭉클하고, 또 다짐하게 돼요.


많이 사용하는 표현은
결국 마음 속에 남게 되잖아요.
‘나는 미안한 존재구나.’
아이가 그렇게 스스로를 인식하게 될까봐
걱정이 됐던 것도 사실이에요.

그래서 더 자주 말해주려 해요.
“고마워.”
“괜찮아.”
“사랑해.”

잘잘못을 가르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먼저 알려주고 싶은 게 있어요.

실수해도 괜찮다는 것.
잘못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존재만으로 사랑받는 존재라는 것.

말로, 눈빛으로, 손길로.
매일의 일상 속에서
계속 계속 알려주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