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말이 마음에 남았어요"
결혼 전에, 그가 조심스럽게 말한 적이 있어요.
“나는 자기 전에 친구랑 수다 떠는 게 소원이었어.”
그 말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어요.
그는 청각장애인이고, 보청기를 끼고 생활해요.
하지만 보청기를 껴도, 정확하게 상대의 말을 알아들으려면
입모양까지 함께 봐야 하죠.
어두운 밤, 불을 끄고 나란히 누운 상황에서는
그 소원이 참 쉽지 않은 일이었겠죠.
게다가 누구나 잘 때는 보청기를 빼고 자고 싶잖아요.
귀도, 머리도, 마음도 편안히 쉬고 싶은 시간이니까요.
그런데 올해 들어, 그의 밤은 달라졌어요.
딸 둘을 재우는 아빠가 되었거든요.
첫째는 네 살, 둘째는 이제 두 살.
잠들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 밤이 많고,
자다 깨어 엄마, 아빠를 부르는 날도 많죠.
(대부분은, 네… 엄마를 부르지만요.)
그는 요즘 거의 매일 보청기를 끼고 잠들어요.
그러지 않으면 딸이 “아빠~” 하고 불러도 들을 수 없으니까요.
그런데 보청기를 껴도
잘 못 들을 때가 많아요.
지난밤이었어요.
밖에서 집 안 정리를 하던 중,
홈캠 너머로 딸의 목소리가 들렸어요.
(나지막이) "아빠…"
(조금 더 크게) "아빠…"
"아빠, 추워…"
"아빠…"
"아빠, 이불 덮어주세요…"
"아빠…"
아이는 설잠 상태였고, 목소리도 작았어요.
남편은 살짝 잠든 듯했고, 어두운 방 안에서
그 작은 목소리를 들을 수 없었던 것 같아요.
결국 제가 방에 들어가 아이에게 이불을 덮어주었고,
그제야 눈치챈 남편은 미안한 얼굴로 아이를 토닥여줬죠.
그럴 때마다 마음이 복잡해요.
분주한 시간에 짜증이 날 때도 있지만,
사실은 안타까운 마음이 더 크죠.
소리를 놓치는 그의 마음도,
기다리는 아이의 마음도,
모두 짠하거든요.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보청기를 끼고 자는 그가 참 고맙고, 대단하다는 생각도 들어요.
방법은 서툴러도
그는 누구보다 아이들과 함께하려 애쓰고 있거든요.
그의 방식으로, 그의 최선으로.
결혼 전에 말했던
“자기 전에 수다 떠는 친구”는
아직 아이들에게 되어주지 못하지만,
지금 그는
아이들의 잠결 속 '아빠'가 되기 위해,
소리를 붙잡고 살아가려 애쓰고 있어요.
그리고 저는 그 옆에서,
그가 놓치는 소리를 대신 붙잡아 주기도 하고
소리를 건네며 살아가는 사람이 되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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