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60원
2024년 기준, 우리나라의 최저 임금은 9,860원이다. 하루 8시간, 주 5일 근무를 한다고 했을 때, 9,860 X 20일 = 1,577,600원이다. 어디서나 파트타임 아르바이트로 일한다고 해도, 최소 150만 원은 벌 수 있다는 얘기다.
카페의 상권이나 특성에 따라 다르겠지만, 일반적으로 카페는 영업이 최대한 길어야 유리하다. 2년 동안 이 시간, 저 시간 다 바꿔가면서 얻은 지혜다.
올해 초, 장사가 정말 잘 되고 있었을 때, 남편과 함께 번아웃이 한번 왔었다. 우리는 두 명 인데도 불구하고, 비효율적으로 운영을 하고 있었던 탓에 몸도 마음도, 영혼도(?) 잃어버린 채로 너무나 지쳐있었다(지금은 교대로 근무를 하면서 평화를 찾았다). 그때 당시, 남편의 신메뉴 디저트가 부리나케 팔렸었고, 정말 끊임없이 손님들이 매장에 방문했다. 그래서 영업시간을 줄여서 운영을 하더라도, 그 손님들이 알아서 그 시간에 찾아올 것이라는 대단한 착각을 했었다.
사람들이 많이 찾아올수록 번아웃은 점점 더 심해졌다. 급기야 영업시간을 하루 9시간에서 7시간으로 줄여버렸다. 영업시간을 줄이니 몸은 편하고, 컨디션은 좋아졌지만 매출은 처참히 실패했다. 당연한 말이지만, 영업시간을 줄이니, 매출은 반 토막이 되어버렸고, 특정 시간에만 오던 단골손님들은 이미 다른 곳으로 이동을 해버렸다. 그리고 그들은 다시 찾아와 주지 않았다.
사람들이 언제 커피는 마시는가? 언제 공간을 이용하러 오는가? 물론 더 잘 팔리는 시간대, 더 바쁜 시간대는 있겠지만, 결국 장사는 알 수가 없다. 중요한 것은 그들은 자신이 원할 때 방문하고, 한번 닫혀있는 가게는 또다시 오지 않는다. 우리는 마음의 평화와, 체력은 회복했지만, 도저히 이 수익으로는 둘이서 먹고살 수 없었다.
그리고 그때 당시 신혼집 이사와 결혼식 준비도 한창이었기 때문에, 미래가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올해 가게 문을 닫아야 하나,라는 고민을 서서히 하기 시작했다. 최저임금도 못 버는 부부라니. 우리는 긴 토의 끝에 마지막 발악으로 영업시간을 14시간으로 확 늘려버렸다.
하루 14시간 근무, 주 1회 휴무, 2명의 가족 근로자. 교대로 근무하기 때문에 각각 7시간씩 근무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는 서로 교대하는 시간마저도 일 이야기와 각종 아이디어 탐구로 시간을 보낸다. 그냥 하루 종일 카페 생각만 한다고 보면 된다. 퇴근하고 나서도 매출 걱정, 출근하고 나서도 매출 걱정, 매출 걱정의 늪에 빠진 카페 지기의 삶이다.
영업시간을 늘린 뒤로, 다시 회복은 되고 있지만 이렇게 해도 이것저것 계산해 보면 사실 한 사람당 우리는 150만 원도 벌지 못한다. 볼 일이 있을 때마다, 힘들 때마다 휴무를 자유롭게 낼 수는 있어도 수익은 1원도 없기 때문에 쉬는 것도 불편하다. 뭐해서 깎이고 뭐해서 깎다 보면 언젠가 수입이 0원이 될 것만 같다.
우리 가게만 그런 거 아니냐고요? 나는 다를 거라고요?
그렇습니다. 맞아요!
하지만 카페 차리지 마세요. 제발 차리지 마세요!
다음 화에는 카페지기의 좋은 이야기도 써볼게요...(꾸벅)
글 꾸물
커버사진 남편의 수제쿠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