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근한 단맛이 우러나는 '무조림' 만드는 법
찬바람이 불면 밥상 위에 따뜻한 조림이 자주 오른다. 특히 무는 가을부터 겨울까지 맛이 절정에 이르는 재료다. 여름내 강한 햇빛을 견딘 무는 가을에 들어서면서 당도가 높아지고 조직이 부드러워진다. 생으로 먹으면 아삭하고 달콤하며, 익히면 속살이 투명해지며 단맛이 깊어진다. 예부터 무는 ‘밭에서 나는 인삼’이라 불릴 만큼 몸을 편하게 해주는 식재료로 여겨졌다.
무에는 수분이 풍부해 국물 요리에 넣으면 시원한 맛을 내고, 조림으로 졸이면 은근한 단맛이 우러난다. 이맘때 무를 이용한 조림은 밥도둑 반찬으로 손꼽힌다. 양념이 배어든 무 한 조각과 따뜻한 밥 한 숟가락이면 더 반찬이 필요 없다.
무의 흰 속살은 익을수록 부드럽고 촉촉해지며, 양념이 잘 배어드는 특징이 있다.
무조림은 멸치와 다시마 육수를 내는 과정이 중요하다. 냄비에 물 800ml를 붓고 다시마 두 장을 넣은 뒤 중불에서 천천히 끓인다. 물이 끓기 직전에 다시마를 건지고 중멸치 한 줌을 넣어 10분가량 더 끓인다. 이때 센불로 끓이면 멸치 비린내가 올라오므로 약불로 유지하는 게 좋다. 국물이 맑고 투명해졌을 때 체에 걸러 육수만 남긴다. 이렇게 낸 육수는 자극적이지 않고 감칠맛이 살아 무의 단맛을 자연스럽게 끌어낸다.
무는 껍질을 벗긴 뒤 2~3cm 두께로 썰어야 조림할 때 형태가 무너지지 않는다. 양파 반 개는 굵게 썰고, 대파 한 대는 어슷하게 썬다. 청양고추 두 개와 홍고추 한 개를 송송 썰어 색감과 향을 더한다. 냄비 바닥에 들기름 1.5큰술을 두르고 무를 넣어 2~3분 정도 볶는다. 이 과정이 무의 단맛을 끌어내는 핵심이다. 겉이 살짝 투명해지면 준비한 육수를 붓는다.
양념장은 미리 만들어 둔다. 양조간장 6큰술, 고춧가루 3큰술, 다진 마늘 1.5큰술, 다진 생강 1/2작은술, 액젓 1큰술, 맛술 2큰술, 물엿 2큰술을 넣고 고루 섞는다. 이때 간장 대신 집간장을 쓰면 짠맛이 강하니 양을 조금 줄이는 게 좋다. 양념장을 육수에 풀고 끓이기 시작하면 국물이 붉게 변하며 윤기가 돌기 시작한다.
무가 반쯤 익으면 중불에서 약불로 줄이고 뚜껑을 덮는다. 무조림은 불 조절이 맛을 좌우한다. 너무 센불에서 졸이면 겉만 타고 속은 간이 배지 않는다. 약불에서 25분 정도 천천히 졸이면 무 속까지 간이 스며든다.
국물이 절반쯤 줄어들면 양파와 고추, 대파를 넣고 한 번 더 뒤적여준다. 무의 결이 부드럽게 갈라지며 양념이 속까지 배어든다. 마지막으로 불을 끄고 뚜껑을 덮은 채 10분간 뜸을 들이면 국물이 한층 진해진다. 따뜻한 밥 한 공기 위에 무조림 한 조각만 얹어도 식탁이 든든해진다.
기본 무조림에 갈치나 고등어를 함께 넣으면 별도의 반찬이 필요 없는 한 끼 요리가 된다. 생선을 따로 굽지 않아도 무의 단맛과 어울리며 깊은 맛이 난다. 생선은 무가 반쯤 익었을 때 넣는 게 좋다. 너무 일찍 넣으면 살이 부서지고 비린내가 날 수 있다.
갈치를 넣으면 부드럽고 담백한 맛이, 고등어를 넣으면 진하고 구수한 풍미가 더해진다. 남은 조림 국물은 밥에 비벼 먹거나 두부를 넣어 한 번 더 졸여도 훌륭하다. 무를 넉넉히 썰어 넣으면 하루가 지나도 간이 변하지 않고 오히려 더 깊어진다.
■ 요리 재료
무 1kg, 양파 1/2개, 대파 1대, 청양고추 2개, 홍고추 1개, 중멸치 한 줌, 다시마 2장, 물 800ml, 들기름 1.5큰술, 양조간장 6큰술, 고춧가루 3큰술, 다진 마늘 1.5큰술, 다진 생강 1/2작은술, 액젓 1큰술, 맛술 2큰술, 물엿 2큰술
■ 만드는 순서
1. 냄비에 물 800ml를 붓고 중멸치 한 줌, 다시마 2장을 넣어 약불에서 10분 끓여 육수를 만든다.
2. 무는 2~3cm 두께로 썰고, 양파·대파·고추를 썰어 준비한다.
3. 냄비에 들기름 1.5큰술을 두르고 무를 넣어 중불에서 2~3분 볶는다.
4. 양념장 재료(간장, 고춧가루, 마늘, 생강, 액젓, 맛술, 물엿)를 섞어 둔다.
5. 무 위에 육수와 양념장을 붓고 중불에서 끓인다.
6. 끓기 시작하면 약불로 줄여 25분간 졸인다.
7. 국물이 절반 정도 남으면 양파, 대파, 고추를 넣고 한 번 더 끓인다.
8. 불을 끄고 10분 정도 뜸을 들인다.
9. 갈치나 고등어를 넣을 경우, 무가 반쯤 익은 뒤 함께 졸인다.
■ 오늘의 레시피 팁
- 무는 너무 얇게 썰면 익는 동안 흐물거려 식감이 떨어진다. 2cm 이상 두께로 썰어야 모양이 유지된다.
- 무를 볶을 때 들기름을 사용하면 고소한 향이 더해지고, 양념이 잘 배어든다.
- 국물이 너무 졸아들기 전에 불을 끄고 뜸을 들이면 무 속까지 간이 고르게 스민다.
- 생선을 함께 넣을 땐 비린내 제거를 위해 맛술 한 큰술을 추가하면 좋다.
- 조림은 식힌 뒤 하루 정도 두면 간이 안정돼 맛이 더 깊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