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윙데이즈_암호명 A> 김희재 작가, 제이슨 하울랜드 작곡가 인터뷰
올 연말 다양한 대형 라이선스 뮤지컬들이 차례로 관객들을 맞이할 준비를 하는 가운데, 우리나라 역사를 소재로 한 창작 뮤지컬 한 편이 관객들에게 첫선을 보인다. 냅코 프로젝트를 소재로 한 대형 창작 뮤지컬 ‘스윙데이즈_암호명 A’(이하 스윙데이즈)다. ‘스윙 데이즈’는 제약 회사인 유한양행 설립자 유일한 박사가 대한민국의 자주독립을 위해 비밀리에 준비한 독립작전 냅코 프로젝트에 참여했다는 역사적 사실을 모티브로 만들어낸 작품이다. 거기에 팩션을 가미해 암울한 일제 치하 시대 속 한 인물이 냅코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는 과정을 극적으로 담았다. 베일에 싸인 뮤지컬 ‘스윙데이즈’의 개막을 앞두고 충무아트센터에서 작품에 참여한 김희재 작가와 제이슨 하울랜드 작곡가를 먼저 만나보았다.
숨겨진 역사 속 이야기가 뮤지컬로 탄생하기까지
영화 ‘실미도’, ‘한반도’, ‘공공의 적 2’ 등의 작품을 집필하며 흥행 작가 반열에 올라선 김희재 작가. 김 작가는 유한양행과 함께 독립운동 정신을 전하는 SNS 콘텐츠를 만들다가 자연스럽게 냅코 프로젝트를 접하게 된다. 국내 최대 제약사 유한양행의 창업주인 유일한 회장이 50세의 나이에 독립운동의 일환인 냅코 프로젝트에 참여했다는 드라마틱한 스토리는 금세 김 작가를 매료시켰다. 김 작가는 이 소재를 본인의 주 장르인 영화가 아닌, 뮤지컬로 만들기로 결심한다.
“이 소재가 오랜 시간 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기 위해서는 뮤지컬이 적절하다고 생각했다. 영화는 뮤지컬보다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는 있겠지만, 금방 잊히기도 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뮤지컬은 잘 만들어 놓으면 몇 년에 한 번씩 새로운 시즌으로 관객들을 만나며 오랜 시간 동안 기억될 수 있지 않나.”
하지만 영화 문법에 익숙한 김희재 작가에게 컷 전환 없이 음악을 통해 서사를 쌓고 이야기를 전하는 뮤지컬에 적응하기란 쉽지 않았다. 그때 만나게 된 작곡가가 ‘데스노트’, ‘웃는 남자’ 등의 편곡자로 유명한 그래미 어워즈 수상자 출신 제이슨 하울랜드다. 브로드웨이 스타 작곡가로서 그는 김 작가에게 뮤지컬 작법의 특징에 대한 조언을 아끼지 않으며 음악에 극의 스토리가 녹아들 수 있게 힘썼다.
창작 초연극이지만 제작비도 아끼지 않았다. 이 작품의 프로듀서이기도 한 김 작가는 “단지 보여주기식의 물량 쏟아붓기 목적이 아닌 창작자들이 표현하고 싶은 바를 최대한 존중하다 보니 투자한 제작금만 100억 원이 넘게 되었다”고 밝혔다. 덕분에 파티씬 등 관객들의 눈을 사로잡을 만한 완성도 높은 볼거리들도 가득하다는 후문.
국뽕 뮤지컬? 인물 내면의 갈등에 집중
흔히들 독립운동에 참여한 인물의 이야기라고 하면 소위 국뽕(자국을 과도하게 찬양하는 문화)을 차오르게 하는 내용을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김 작가는 작품을 만들면서 해당 부분을 제일 경계하는 지점으로 삼았다고 한다. 처음 해당 소재의 작품을 쓰기 시작하게 된 것 역시 인물의 의외성이었기 때문에 인간의 내면에 초점을 맞추어 사건을 그리고자 했다고.
“‘왜 그랬지?’가 모든 이야기의 출발점이었다. 자신의 분야에서 할 수 있는 걸 충분히 했던 사람인데, 나이 50에 무장한 상태로 죽음을 무릅쓴 작전에 뛰어든 거다. 이걸 상상의 나래를 펼쳐 관객들이 보편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끌고 오는 것이 중요한 지점이었다. 독립운동가의 이야기지만 독립운동에 뛰어드는 게 당연한 것처럼 그리고 싶진 않았기 때문이다. 무한경쟁 사회를 살고 있는 지금, 나를 내어주고 헌신할 수 있는 인물의 모습을 고리타분하지 않게 표현하고자 했다.”
음악을 만든 제이슨 역시 한국적인 소재임에도 사랑과 희생, 대의라는 보편적인 주제에 초점을 맞춘 공감 가는 정서 덕분에 어려움 없이 작업할 수 있었다. 특히 “다양한 테마를 다룬 만큼 18인조 오케스트라로 편성, 스케일 큰 음악들을 들려주게 됐다”며 넘버들의 특징에 대한 소개를 덧붙였다.
“스파이가 나오는 긴박한 장면에서는 제임스 본드나 미션 임파서블에 나올 법한 멜로디를 사용했고, 빌런들이 등장할 땐 입체적인 인물의 특성을 반영해 갈등 장면에서 불협화음을 의도적으로 사용했다. 극의 내용이 크게 확장되다 보니 오케스트레이션 자체도 크게 확장될 수 있는 음악들을 활용했다.”
유일한 대극장 창작 초연작… 도전에 큰 의미
올 연말 잘 알려진 대극장 작품들과의 경쟁에 나서게 된 ‘스윙데이즈’.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초연 뮤지컬에 대한 부담은 없을까. 제이슨은 “유일한 창작 초연작이라는 점에 큰 의미가 있다”며 영어 문구를 통해 본인의 포부를 밝혔다.
“미국 표현 중에 ‘Go big or Go Home’이라는 문구가 있다. 무엇인가를 할 거면 망설이지 말고 담대하게 도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관객들이 제 음악뿐만 아니라 스토리도 즐겨주실 거라고 확신한다.”
뮤지컬 ‘스윙데이즈’는 오늘(19일) 첫 공연을 시작으로 내년 2월 9일까지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글 : 공연전문인터뷰어 이우진
사진 : (주)올댓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