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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키트리 WIKITREE Nov 04. 2015

"진심이 알고싶어" 소중한 사람과
타 본 속 마음버스

속마음 버스 탑승 체험기

<위키트리>

소중한 사람과의 인연이 사소한 오해로 틀어진 경우가 있다. 이는 서로의 진심을 모르기 때문에 발생한다. 관계를 회복하고 싶지만 쉽지 않다. 이들을 위한 ‘속마음 버스’가 서울 시내를 돌고 있다. 


‘속마음 버스’ 탑승자는 연인, 부부, 부모 자식, 친구 등 누구나 될 수 있다. 이들은 ‘속마음 버스’내 규칙에 따라 평소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나눈다. 이러한 과정 속에 자신은 몰랐던 이야기를 들을 수 있고, 그간 쌓였던 오해를 풀 수 있다.


‘술 마시며 나눌 법한 이야기… 속마음 버스에서 할 수 있을까?’ 


사실 ‘속마음 버스’를 처음 접했을 때, 의구심이 들었다. 속마음을 꺼낼 때는 왠지 술의 힘을 빌려할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이다. 과연 맨 정신으로 속마음을 꺼낼 수 있을까?


평소 깊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던 친구와 함께 ‘속마음 버스’를 타봤다.


속마음 버스 홈페이지에서 신청을 하고, 탑승이 결정되면 탑승권이 문자로 온다.

<문자메시지로 오는 '속마음버스 승차권' / 이하 위키트리>



버스에 오른 첫 느낌?

‘아늑하다’

일단 버스에서 나는 특유의 불쾌한 냄새가 없었다. 버스 내부는 ‘자연주의’ 디자인을 표방하는 것으로 유명한 이효재 디자이너가 꾸몄다. 관계자에 따르면 버스는 탑승객들이 최대한 편안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도록, 인테리어를 꾸몄다.

관계자는 간식거리를 준 뒤, 간단한 오리엔테이션을 진행했다. 그는 ‘속마음 버스’ 소개와 함께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 이야기했다. 또, 버스 이동 경로도 말했다. 이와 함께 이동 중 멀미가 날 수 있으니, 멀미가 나면 언제든지 불러 달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테이블 위 ‘스피커’가 있는 이유

먼저 테이블 위 준비된 조그만 스피커에 신청 사연이 흘러나왔다. 신청자는 탑승 전 동승자와 어떤 관계인지, 왜 사연을 신청했는지 등을 속마음 버스 운영진 측에 전달한다. 글로 전달된 신청자의 마음을 목소리 기부자가 정성껏 녹음한다. 녹음 된 이야기를 이어폰을 꽂고 함께 듣고 있으면, 둘이 어떤 이야기를 나눠야 할지 정리가 된다.



  

온전한 내 이야기를 하는 시간 ‘3분’


녹음 된 사연을 듣고, 본격 속마음을 이야기하는 시간을 갖는다. 이야기 주제, 순서는 정해져 있지 않다. 둘 이 정하면 된다. 본격 이야기를 시작할 때 쯤 버스는 여의도를 벗어난다. 


‘속마음 버스’ 이야기에는 규칙이 있다. ‘3분의 침묵’이다. 상대방이 이야기할 때 묵묵히 듣고 있어야 한다. 3분 간 ‘응, 아니’ 와 같은 대답도 할 수 없다. 3분을 재기 위한 ‘모래 시계’도 마련돼 있다.


“음… 어… 그러니까 말이지”


이야기를 시작하기 위해, 호기롭게 모래 시계를 뒤집고 나온 첫 마디다. 막상 ‘무슨 말을 어떻게 시작해야 하나’는 생각이 들며 난감했다. '3분의 침묵' 규칙 때문에, 상대방은 내 이야기를 방해할 수 없다. 초롱초롱한 눈으로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하나 지켜본다. 더 부담감이 몰려온다.


하지만 이내 생각을 정리하고, 한 마디 한 마디 말하다 보니 3분이 지났다. 이제 상대방이 3분 동안 말하고, 내가 들을 차례다. 


상대방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시간 ‘3분’

친구의 이야기를 온전히 듣기만 했다. 친구는 내가 한 이야기 중 본인과 다른 생각을 가졌던 내용을 이야기했다. 

이처럼 상대가 무언가 본인과 다른 생각이나 오해하는 이야기를 했을 때, 그 순간 들었던 감정을 잘 기억해 자신의 차례에 이야기하게 된다.

그러면서 점점 속에 있던 진솔한 이야기를 꺼낸다. 서로의 속마음을 알게 될 때 쯤 버스는 다시 여의도에 도착한다.



‘속마음 버스’ 타고 난 뒤...


일단 속마음을 말했기 때문에 후련했다. 또, 머릿 속이 정리되는 느낌이었다. 내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머릿속에서 한 번 정리한 후, 이야기 하기 때문이다. 


필자는 해가 지기 전 탑승했지만, 대부분 ‘속마음 버스’ 운영 시간대는 야간이다. 야간에 탑승하면 주위가 어둡기 때문에, 훨씬 대화에 몰입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관계자와 ‘속마음 버스' 운영에 대한 이야기도 나눠봤다

.

1. '속마음 버스' 시작 계기는? 


2013년 서울시청 산하 정신보건사업단에서는 '우리 시대 우울증이나 자살율이나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원인이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었다.


당시 정혜진 단장은 단순한 치료보다는 근본적인 사회적 안전망을 만들어보자고 제안했고, '누구에게나 엄마가 필요하다 프로젝트(맘 프로젝트)'를 팀원들과 구상했다.


'맘 프로젝트'는 누구에게나 모두 치유적인 인자가 있고, 누구에게나 엄마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 비롯됐다. 완전히 신뢰할 수 있는 엄마같은 존재가 있다면 치유 네트워크가 형성돼 정신적인 문제로 인한 고독감에서 해방될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속마음 버스가 그 중 하나다. 가까운 사람들과 평소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해나가면서 서로 공감하고 그게 치유의 시작이라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속마음 버스는 2013년 개조돼 실제 사업시작은 2014년부터 시작됐다.


2. '누구에게나 엄마가 필요하다'에서 엄마는 상징적인 의미라고 이해하면 되겠나?


그렇다. '엄마'는 마음의 상처를 치유해 준다는 의미의 상징적 의미다. 


3. '맘 프로젝트'는 어떤 것이 있나?


대표적으로 '나 편'과 '우리 편'이 있다. 해당 프로젝트는 지역구 보건소에서 지역구 주민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나 편'은 각 지역구 보건소에서 2013년부터 시작한 프로젝트다. 당시 단장이었던 정혜진 선생님이 치유인으로 24명 일반 시민을 모아놓고 6주 동안 시작했다. 


이후 이 사람들은 다시 치유 활동가가 됐다. 치유라는 것은 전문가의 상담이나 전문가만이 할 수 있는게 아니라 모두가 할 수 있다. '나 편' 교육에 참여했던 사람들이 다시 치유활동가가 되고 이렇게 반복되다 보면... 다단계 치유활동 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나 편'보다 규모가 큰 프로젝트로 '우리 편'이 있다. 기간도 더 길고, 집단 별로 치유활동을 한다. 예를 들면 소방관, 감정노동자들이다.


모든 프로젝트 중심에는 '공감을 통한 치유'가 핵심이다.


4. 버스가 안락하지는 못하다. 오래된 모델 같은데... 원래 어디에서 사용되던건지? 


버스 자체가 개조가 될 때 서울시 산하 한 시립병원에서 잘 안쓰는 차량을 받아 개조했다. 당시 속마음버스가 잘될 것이라고 생각을 못했기 때문에 좋은 버스보다는 일단 있는 버스로 했더니...


개선은 하려하는데 쉽지 않다. 이 점이 고민이다.


5. 그동안 몇 명 정도 이용했는가?


2014년부터 3000여 명정도 이용했다. 탑승객이 3000명이지 신청객은 훨씬 많다. 신청자 대부분을 수용하지 못해 안타깝다.


6. 증차 계획은 없는가?


많은 분들이 이용하지 못해 아쉽지만, 증차 계획은 아직 없다. 


7. '속마음 버스' 탑승객 선정 절차는?


운영의 문제 때문에, 홈페이지 들어가면 열려있는 신청기간이 오늘로부터 2주뒤 부터 2주 간이다(9월 21일 기준 신청 가능 날짜는 10월 5일부터 10월 18일)

원하는 시간과 날짜를 선택해서 타게된다. 날짜는 본인이 원하는 날에 타지만 모두 2주 후에 가능하다는 얘기다. 그리고 2주 후부터 2주 간이기 때문에 한 달 내 타신다고 생각하면 된다.


최소 2주라는 시간 때문에 신청을 했는지 잊는 사람도 발생한다. 이후 탑승일로부터 1주일 정도 전 탑승객에게 '탑승권' 문자가 발송된다.


8. 선정 기준이 무엇인가?


사연을 보고, 속마음 대화가 절실하겠다는 분들을 선정한다.


9. 주로 어떤 분들이 신청하는가?


연인이 신청을 정말 많이한다. 이벤트를 걸면 부부, 부모 자녀, 가족간도 많이탄다. 신청은 연인이 80%로 가장 많이 차진한다. 이어 부모 자녀, 부부, 친구, 지인 순이다.


하지만 탑승비율은 부모 자녀, 연인, 부부가 거의 동일하다. 연인보다는 가족 간을 먼저 선정한다. 연인도 필요한 경우가 많기는 하는데, 선정하지 않는 분들은 이색 데이트 쯤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분들은 우선 순위에서 밀려날 수 있다.


케이스는 엄마가 아들과 타고 싶다는 사연. 신청자 아들이 사춘기인데 이 아이의 속마음을 알고 싶어 신청했다는 경우도 많다.


또, 어느정도 딸, 아들이 크면 거꾸로 엄마를 모시고 속마음 버스를 타고싶다고 신청한다. 항상 우리 남매를 위해 일만 하시던 엄마에게 휴가를 드리고 싶다 이런 취지로.


부부같은 경우 아내가 '남편과 소통이 잘 안된다'며 신청하고, 신혼-예비 부부 경우 결혼 준비과정에서 생겼던 갈등을 풀고 싶을 때 신청하기도 한다.


10. 기억에 남는 사연이 있는가?


안타까운 사연들이 보통 기억에 남는다. 이혼 위기에 있는 부부, 아내가 남편과 다시 얘기를 해보고 싶다 이렇게 해서 신청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끝까지 지인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있다.


훈훈한 사연도 있다. 일본인 여자친구를 위해 한국인 남자친구가 신청한 적 있다. 여자친구 엄마는 암투병에 있다. 그러던 엄마가 처음 해외여행으로 딸이 있는 한국을 방문했다. 남자친구는 여자친구를 위해 속마음 버스를 신청해서 엄마와 딸이 함께 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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