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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키트리 WIKITREE Aug 03. 2017

부산경마장서 두달새 마필관리사 2명 자살

유가족의 절규 / 이하 연합뉴스



(부산=연합뉴스) 차근호 기자 = 지난 5월 말 렛츠런파크 부산경남(한국마사회 부산경마장)에서 마필관리사 1명이 목숨을 끊은 지 두 달여 만인 지난 1일 부산경마장 소속 마필관리사가 또 숨졌다.


두 사람의 죽음에 동료 마필관리사들은 열악한 근로환경으로 인한 죽음의 질주를 이제는 멈추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 '국내 1호' 타이틀 유명 마필 관리사의 죽음


지난 5월 27일 오전 1시 5분 부산 강서구 렛츠런파크 부산경남 내 마방 앞에서 마필관리사 박경근(38) 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 발견됐다.


"X같은 마사회"


박씨의 소지품에서 나온 A4용지에는 죽음 직전 그가 느꼈던 분노가 짧지만 거친 욕설 한 줄로 남겨져 있었다.


박씨는 소위 '잘 나가는' 마필관리사였다.


박씨의 이름 앞에는 '국내 1호 말 마사지사'라는 타이틀이 따라다녔다.


대학시절 운동학을 전공하며 취득한 물리치료사 자격증과 스포츠 마사지사 자격증을 활용해 외국 경마장에만 있던 '말 마사지'라는 영역을 국내에서 처음으로 개척해 자신만의 분야로 키웠다.


  

말 마사지하는 박경근씨




누구보다 일을 열심히 했던 그에게도 마필관리사에 대한 열악한 처우와 근무 환경은 다르지 않았다.


양정찬 마필관리사노조 부산지부장은 지난 5월 기자회견에서 "박씨가 (숨지기 전날) 관리하는 말이 경주하던 중 앞발을 드는 바람에 성적이 떨어지자 조교사가 박씨에게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수준의 욕설을 했다"고 주장했다.


조교사는 마필관리사들을 고용하고 있는 '사장님'이다.


부산 경마장의 이런 고용구조는 수도권에 있는 과천 경마장과는 다른 점 중 하나다.


과천 경마장은 마필관리사 '협회'가 마필관리사를 고용하고 있지만 부산 경마장은 개별 조교사가 마필관리사를 고용한다.


마필관리사 노조의 한 관계자는 "조교사의 갑질이 쉬운 구조로 마필관리사는 '파리 목숨'"이라면서 "조교사가 친척을 고용하려고 10년 넘게 일한 마필 관리사를 말 한마디로 쫓아내고 성과급을 규정보다 적게 주고 임금을 착취해도 항의도 못 한다"라고 설명했다.


마필관리사를 위한 노조는 있지만 엄청난 압력을 받고 있다.


숨진 박씨는 지난 5년간 노조 대의원으로 일하며 처우 개선을 위한 노조 활동에 적극적이었지만 좌절만 맛본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노조비를 납부하는 노조원의 명단이 유출되면서 노조탈퇴 압박이 심했다"면서 "1년사이 노조원 250명 중 60명만 남았는데 조직적인 압박 없이는 이런 일이 발생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박씨는 숨지기 열흘 전 은수미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무실에 노조 탄압 관련 문제를 제기하기 위해 전화를 걸기도 했다. 은 전 의원이 당시 부재중이어서 전화 통화가 직접 이뤄지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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