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임기창 기자 = "광화문 주변에서 왜 경찰 헬리콥터가 저렇게 낮게 날아다니지? 비상사태라도 생긴 건가?"
16일 오전 11시를 전후해 서울 도심 광화문 인근에 경찰 헬기가 갑자기 등장했다. 헬기가 광화문 KT 빌딩 옥상 바로 위까지 내려와 호버링(제자리 비행)하다 하강용 줄까지 늘어뜨리며 '뭔가를 하려는 듯' 보였다.
이를 지켜보던 광화문 주변 직장인들은 순간 표정이 굳었다. 북한 핵 위기로 대내외적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 행여 테러 등 비상상황이라도 발생해 특공대가 출동한 것은 아닌지 우려됐기 때문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이날 헬기 비행은 오는 20일 광화문 광장에서 열리는 제72주년 경찰의 날 기념행사를 앞두고 현장점검차 이뤄졌다.
당일 행사 프로그램 중 하나인 경찰특공대 시범에서 헬기 레펠(하강)을 포함할지, 건물을 타고 내려오는 레펠 정도로 끝낼지를 사전에 판단하고자 현장 여건을 살펴보려고 헬기를 띄웠다는 것이 경찰 설명이다.
헬기 비행은 관련 부처와 사전 협의됐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서울 도심 공역은 안보 이유로 비행이 제한돼 있지만, 사유가 있으면 국방부 승인을 받아 비행할 수 있다"며 "경찰 등 정부 기관 헬기는 물론 민간 헬기도 사전 승인이 있으면 도심으로 들어올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 도심에 헬기가 뜨는 상황이 드문 일은 아니다. 대통령이 차량으로 도심을 지날 때 경찰 헬기가 상공을 비행하며 위해 여부를 살핀다. 대통령 등 정부 요인이 탄 헬기가 청와대를 오가는 일도 종종 있다.
그러나 경찰 헬기가 1시간 가까이 도심을 오가며 빌딩 옥상에 근접할 정도로 낮게 비행하고, 하강용 줄을 늘어뜨리는 등 상황은 흔히 보이는 모습이 아니어서 자초지종을 몰랐던 시민들의 불안이 상당했던 것으로 보인다.
경찰 관계자는 "비상상황이 아닐 때 헬기 비행을 사전에 고지할 근거는 없고 그런 전례도 없었다"면서도 "오늘과 같은 상황에서 사전에 언론을 통해 비행 계획을 안내하는 등 불안을 해소할 방안을 고민해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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