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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키트리 WIKITREE Nov 02. 2015

당신의 새벽감성을 달래줄
'시인 서덕준'의 연애담

-서덕준 시인과의 이야기

<페이스북 '시인 서덕준' 페이지>




친구 연애 상담을 할 땐 "정신 차려"라고 똑부러지게 조언하던 사람도 본인이 연애를 시작하면? 



미련한 행동과 생각을 반복한다(똑소리 나던 그 사람은 어디에). 나에겐 없을 것 같던 '새벽감성'도 종종 찾아온다.


위로받고 싶을 때, 넘치는 감수성이 감당 안 될 때, 친구한테 하소연하기도 '민폐' 같을 때, 찾아가기 좋은 시인의 공간이 있다. 시인 서덕준 씨 페이스북 페이지(https://www.facebook.com/seodeokjun )다.



시인이 직접 고민 상담을 해주는 페이지는 아니다. 대신 '절절한 사랑 이야기'가 담긴 그의 시들이 있다. 


'페이스북에서 이런 시가 통할까?'라는 의문도 들지만 이미 많은 사람들이 "폰 배경 화면으로 해놓고 싶어요", "자주 올려주세요"라며 그의 글을 기다리고 있다. 
  

네티즌 마음까지 사로잡은 서덕준 시인은 누굴까. 좀처럼 그에 대한 정보를 접할 수 없었다. 그래서 직접 이야기를 나누며 '시인 서덕준'에 대해 알아봤다. 시인이 사랑시를 쓸 수 있게 한, 그의 '연애담'도 들을 수 있었다. (질문과 답은 서면으로 주고 받았다)




-'시인 서덕준'에 대해 간단하게 소개해주세요


안녕하세요. 시가 아닌 제 이야기로 인사를 드리게 되어 떨리기도 하고 참 설레네요. 


시를 쓰기 시작한 건 8년 정도 됐고, 2010년 한국청소년문학상 입상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활동하기 시작했어요. 생각보다 나이가 많은 작가는 아니랍니다. 


여태껏 나이나 저에 관한 정보들을 참 숨겨 왔는데요, 마냥 어린 나이는 아니지만 혹여 제 나이 탓에 선입견을 가지고 시를 바라보시는 분들이 계실까봐 최대한 작품의 그림자 뒤로 숨고자 했던 것 같습니다 


-시가 굉장히 느리고 차분한 느낌이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SNS에서도 사랑받는 이유는 뭘까요 


제가 묻고 싶은 말이에요. 


왜 제 시를 읽어주시는지, 감사하다며 일일이 고개라도 숙이고 싶어요. SNS가 마치 범람하는 강물처럼 느껴졌고 그에 비해 제 글은 지나치게 느리다고 느껴져요. 


감히 생각해보자면요. 마음 아픈 이유 다 비슷하잖아요. 사랑 때문에 아프구요, 가족 때문에 아프기도 하구요, 나 왜 이렇게 살지 하는 자책 탓에 아프기도 해요. 


시를 통해 다른 사람들을 대신해 먼저 통곡하는 법을 배웠고, 남들 대신 울어주고 싶은 마음에 시를 써요. 제가 대신 아파할 테니 이 글 보고 조금 쉬세요, 하는 마음이에요. 저에게 본인의 슬픔을 청구하시는 것이고, 그래서 제 시를 조금이나마 찾아주시는 건 아닌지 생각해보았네요



-시인의 섬세하고 깊은 감수성을 좋아하는 분들이 많아요


길게 말씀드리긴 주저되지만, 태어날 때부터 아프기도 많이 아팠고 여러 차례 수술도 받았었어요. 때문에 제 자신이 너무 불쌍했고요. 원망도 했다가 또 부모님께 죄송스럽기도 했어요. 사는 것은 그저 아픔을 빚어가는 것이겠거니 생각했었는데, 그런 저에게 밀어닥친 못되고도 잔혹한 사랑들도 시를 쓰는 데 큰 한 몫을 했네요


-페이스북에 공개된 시들이 대부분 '사랑시'인 것 같아요


사실 제 첫 작품은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서 할아버지의 죽음을 소재로 쓴 것이에요. 사랑에 앓는 시가 많긴 해요


-사랑시를 쓸 땐 본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쓰시나요?


제가 쓴 대부분의 시에는 저의 진심, 저의 경험이 들어가있어요. '나 이렇게 아팠어, 나 이렇게 슬퍼 가슴쳤어'라고 통곡하는 제 일기들이거든요. 


한 번 누군가를 마음에 데려오면 쉽게 내보내지 못하는 탓에 제 시들은 읽을 때마다 다시금 아프게 만드는 것들이 참 많네요


-시의 화자와 실제 시인 모습은 얼마나 닮아있는지도 궁금해요 


말 한 마디 못 꺼내 생애를 끙끙대는 모습, 아프기도 했지만 결국 당신을 축복하는 모습. 저와 많이 닮아있어요. "어이구 병X, 시 속에서도 너는 또 그 모양이지" 제 자신을 농담으로 놀리기도 할 정도로요


-실제로 시인이 겪은 사랑 이야기도 들을 수 있을까요


어떤 질문보다도 가슴이 아프고, 사랑에 대해 운을 떼는 일부터가 가장 주저스러운 것 같아요. 시를 쓸 때만 조심히 꺼내보는 기억이거든요.


  

사실 사랑에 관한 시가 많은 사람 치고 생각보다 제게 들렀다 갔던 사람들은 그다지 많지 않아요. 못 생기고 성격도 모나서 그럴 거예요, 연애 경험도 그리 많지 않고요. 


제 시의 팔 할 혹은 구 할은 솔직히 셈 해볼 때 딱 두 사람을 향하고 있다고 고백할 수 있겠네요.


마치 엄마의 바느질처럼 따듯한 마음을 지녔던, 제 학창 시절의 매무새를 아름답게 수놓고 안녕해야만 했던 사람이 제 첫사랑이었어요. 사랑으로 깍지 낀 그 시절, 결국 이별을 맞이했고 지금은 추억마저도 많이 바랬지만 그래도 고마움에 미소가 지어지는 사랑. 이별했으나 내게는 따뜻한 사랑이었음을 고백하는 글들은 다 이 친구 덕이에요.


반대로 아직까지도 저를 가시밭길에 홀로 서게 만드는 사람이 있어요. 드라마도 항상 지독스런 악역이 잔상에 강하게 남듯이 사랑에서도 똑같은 걸까요. 참혹한 사랑 하나 툭 던져놓고는 나 아닌 사람을 향해 비행해 갔어요. 저는 제 공허한 마음에 줄 그어진 그 비행운에 목을 매고 싶을 만큼 힘들었고요. 


그래도 딱 하나 고마운 건, 제가 쥐어준 온 사랑의 값어치만큼의 귀한 시를 제게 줬네요. 주기는 개뿔 제가 아파서 쓴 것이지만 그냥 마지막으로 받은 선물이라고 생각할래요. 


간이역처럼 중간 중간 풋사랑이 오갔지만, 아마 늙어서도 저는 이 둘을 기억할 거예요.





그의 말에 따르면 시가 곧 그의 연애담, 사랑 이야기 자체였다. 인터뷰 후 다시 읽어보니 시에는 '한 번 누군가를 마음에 데려오면 쉽게 내보내지 못한다'는 시인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듯 했다. 


마지막으로 서덕준 시인에게 가장 마음에 드는 본인의 시를 꼽아달라고 부탁했다. 시인이 고른 시, 인터뷰를 하면서 떠올랐다며 게재했던 시, 필자가 뽑은 시를 모았다.




1.실제로 시와 똑같은 상황의 꿈을 꾸다 깨고 나서, 울며 써내려 간 <생시> 



2. <꽃밭>



3.<잊었거니>

'잊겠거니'는 '인터뷰에 답하면서 문득 떠오른 시'라며 서덕준 씨가 올린 시다.


"인터뷰를 하면서 찬찬히 예전의 기억을 더듬어보는 기회를 갖게 됐어요. 자연스레 저를 환절기처럼 지나쳤던, 하지만 아주 오랫동안 저를 앓게 만들었던 사람이 떠올랐어요. 답변을 쓰면서 그 사람을 깔끔하게 잊었나, 생각했더니 마냥 그렇진 않더라구요. 역시 사람이 거쳐가는 것엔 항상 흔적이 남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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