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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키트리 WIKITREE Dec 07. 2017

'햄버거 패티' 구분않고 영장기각만 비판한 검찰...

무리한 수사에 법원 우려

pixabay




용혈성요독증후군(HUSㆍ햄버거병) 원인 규명을 위한 검찰의 수사방식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지난 5일 검찰이 패티 공급 업체 직원 3명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에 대해 328자의 ‘역대급’ 장문 기각사유를 발표했다. 


서울중앙지법 권순호 영장전담 판사는 이날 이례적으로 328자 분량의 장문의 기각 사유를 적어 “혐의 전반에 대해 범죄에 해당되는지, 범행 의도가 있었는지, 이들의 행위가 실질적으로 위험했는지 등을 충분히 심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 "피의자별로 구체적인 행위 특정도 부족하다”며 검찰 수사의 부실함을 꼬집기도 했다. 




 이에 대해 같은 법원의 다른 판사는 "권 판사가 검찰의 수사 내용이나 공보 방식이 사람들의 오해를 일으킬 수 있다고 판단해 장문의 기각 사유를 적은 것으로 안다. 이 사건에서 검찰이 문제 삼는 쇠고기 분쇄육은 햄버거병 사건에서의 패티와 고기 종류도 달라 그 점이 부각돼야 한다는 인식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앞서 이들 3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며 "장출혈성 대장균(O-157) 오염 가능성이 있는 햄버거 패티를 한국 맥도날드에 공급한 혐의가 있다"고 주장했다. 쇠고기 패티인지, 돼지고기 패티인지는 구분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별개의 사건"이라는 검찰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법조계에선 "검찰이 맥도날드에 햄버거 패티를 공급하는 업체를 교두보 삼아 한국맥도날드의 책임을 규명하려 한다"는 관측이 나왔다. 


이에 대해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검찰이 '별건 수사'임을 강조한다고 하는데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되는 쇠고기 패티가 마치 햄버거병 수사에서의 돼지고기 패티와 동일한 것으로 착각하게끔 유도한 것 아닌가 싶다"고 지적했다. 또 "검찰이 영장 기각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모양새를 취하면서 사실상 피의사실을 유출한 것도 문제다"고 비판했다. 


검찰 관계자는 6일 “(맥키코리아의) 돼지고기 패티에선 시가독소가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를 명확히 구분 짓지 않은 이유에 대해선 “다른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검찰의 ‘햄버거병’ 수사는 고소장이 접수된 후 5개월째 답보 상태다. 아이들이 먹은 실제 햄버거의 패티를 확보해야 ‘햄버거병’ 발병의 인과 관계를 의학적·법리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데 사건이 발생한지 오래 지나서 패티를 확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고소 당시부터 법조계에선 “입증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총 4건(5명)의 고소 중 의학적으로 HUS 진단을 받은 어린이도 A양(5ㆍ1차 고소)과 B군(2ㆍ4차 고소) 뿐이다. 


또 다른 변수도 등장했다. B군의 가족이 발병 약 1주일 전인 지난해 여름에 ‘햄버거병’이 집단 발병한 일본 오키나와를 여행한 사실이 드러났다.


      



그럼에도 검찰은 한국맥도날드에 패티를 독점 납품하는 맥키코리아를 직접 겨냥해 수사 범위를 확대했다. 법조계에선 ‘맥키코리아의 대장균 오염 패티 생산→맥도날드에 납품→맥도날드 관리 소홀 또는 묵인→햄버거병 발병’이라는 구도를 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실제로 검찰은 맥키코리아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인 뒤 이 회사 공장장 등 3명에 대한 구속 수사를 벌이려 했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부장급 판사는 "식품 사건은 국민적 관심사다. 하지만 과거 우리 사회에서 ‘공업용 우지’ 파동이나 ‘포르말린 골뱅이’ 사건처럼 오해로 인해 해당 업체들이 피해를 입은 사례가 있었다”며 “이런 부분에 대한 우려를 검찰도 반영해 신중한 수사를 벌여야 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덧붙였다. 


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도 “패스트푸드는 정크푸드라는 대중적 인식, 글로벌 기업에 대한 막연한 불신 같은 선입견을 바탕으로 검찰이 구속수사를 통해 수사의 돌파구를 찾으려 했던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며 "국민 건강을 위한 먹거리 수사가 오히려 국민적 오해를 키우는 방식으로 진행되어선 안 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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