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개그맨 김영철씨가 인스타그램에 올린 게시물에는 서장훈씨의 ‘평창올림픽 성공기원’ 릴레이 응원 모습이 담겨있다. 서장훈씨는 농구 선수 출신 방송인으로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이 없는 상태다. 예능 프로그램 ‘아는형님’으로 친분을 쌓은 김영철씨를 통해 영상을 공개한 것이다. 김영철씨는 영상과 함께 “최초 인스타하면서 #렌탈부탁 ㅋㅋㅋ” 이라며 유머 넘치는 메시지를 남겼다.
지인의 인스타그램을 렌탈하면서까지 평창동계올림픽을 응원한 서장훈씨가 체육인들의 성지 '장충체육관'에 깜짝 등장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신장 2미터가 넘는 ‘국보급 센터’ 서장훈씨에게 장충체육관은 특별한 장소다. 선수 시절 바로 이 곳에서 열린 ‘농구대잔치’의 주역으로 전성기를 보냈기 때문이다.
지금은 '국보급 센터'라는 수식어보다 '방송인', 자칭 ‘유명인’이 더 잘 어울리는 그가 장충체육관에 등장한 이유는 뭘까. 바로 스포츠를 통해 꿈을 키워나가고 있는 청소년들을 만나 특별한 시간을 갖기 위해서다.
서장훈씨는 2월 19일 청소년들을 처음으로 만났다. 그들을 이어준 특별한 연결고리는 2018년 새해에 평창 동계 올림픽 '코카-콜라 그룹성화봉송주자'로 함께 선정됐기 때문이다. 그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농구 인생을 걸어온 서장훈 선수와 ‘스포츠 드림걸즈’ 학생들의 만남 현장을 직접 취재해봤다.
충격실화 레알 스토리? “진짜 서장훈이다”
스포츠를 통해 꿈을 키워나가고 있는 청소년들이 서장훈씨와 첫 인사를 나누며 기뻐하고 있다.
서울 중구의 장충체육관 보조경기장에 들어서자 얼굴에 함박웃음과 장난기가 가득한 여학생 4명을 만날 수 있었다. 한 눈에 봐도 '긍정 긍정한’ 해맑은 소녀들이었다. 자신들을 '스포츠 드림걸즈'라고 이름 짓고 스포츠를 통해 미래를 꿈꾸고 있다고 말했다.
코카-콜라의 빨간색 저니카를 타고 등장한 서장훈은 네 명의 ‘스포츠 드림걸즈’가 환호하자 인자한 미소를 띄며 차에서 내렸다. ‘스포츠 드림걸즈’는 서장훈과 직접 마주하자 마치 하늘을 올려다 보는 것처럼 신기해하고, 부끄러워했다.
서장훈씨와 '스포츠 드림걸즈'의 어색한 분위기를 극복시켜주는 것 또한 바로 '운동'이었다. 서울항공비즈니스고등학교에 재학중인 윤해인 학생은 '플라잉디스크' 선수로 활약 중이다. 마치 농구 골대를 바닥에 내려놓은 것처럼 빨간색 디스크를 던져 골인시키는 방식으로 서로 돌아가면 배워보는 시간을 가졌다.
"여윽시 국보급 센터!"
서장훈 선수는 윤해인 학생에게 플라잉디스크 하는 법을 간단하게 배운 후 몇 번 던져봤다.
필자 또한 던져보았지만 골대 안에 넣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서장훈 선수는 "골대에 무언가를 넣는 감은 여전해요"라며 몇 차례 연습 만에 바로 골인시켰다.
서장훈씨는 함께 플라잉디스크를 배워본 후 ‘스포츠 드림걸즈’에게 응원 메세지를 남겼다. 대형 성화 모형에 서장훈씨는 “스포츠로 짜릿한 꿈 이뤄나갈 드림걸즈!”라며 그들의 앞날을 응원했다.
서장훈씨는 응원 메시지 뿐만 아니라 '스포츠 드림걸즈'와 진솔한 대화를 나누는 시간까지 가졌다. 비록 각자 분야는 다르지만 '운동'이라는 접점 하나로 뭉칠 수 있었다.
평소 서장훈씨에게 궁금했던 점 외에도 "부모님에게 효도를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와 같은 질문이 오가며 고민상담이 시작됐다. 서장훈씨는 ‘스포츠 드림걸즈’에게 냉철하게 조언했다.
"공부가 전부는 아니겠지만 그래도 학생 시절이라면
열심히 노력해보는 것이 효도라고 생각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공부가 아니어도 무엇이든 열정적으로 해라.
답은 바로 하나다"
본인의 선수시절 수 많은 경기를 치르면서 느낀 점에서 진실되게 우러나온 답변이었기 때문에 '스포츠 드림걸즈'는 더욱 귀담아 들었다.
서장훈씨는 떠나기 전 ‘스포츠 드림걸즈’를 위해 준비한 선물을 건네고, 성화봉송 인연의 첫 만남을 축하하기 위한 케익 초를 함께 불었다. 1시간 남짓한 시간이었지만 어느새 '스포츠 드림걸즈'와 서장훈씨는 처음보다 훨씬 가까워진 모습이었다. 그들은 내년 1월 성화봉송 장소에서 만남을 기약하며 아쉬운 작별 인사를 나눴다.
서장훈씨는 “농구선수로서 활동 당시, 제1회 코카-콜라 체육대상 우수상 수상자로 선정됐었다. 대한민국에서 처음 개최되는 동계 올림픽인 2018 평창 동계 올림픽에서 코카-콜라 성화봉송주자로서 청소년들과 함께 뛸 수 있게 돼 감회가 새롭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 '플라잉디스크'를 배워보며 선수로 뛸 때와는 또 다른 기분으로 스포츠의 짜릿함을 즐길 수 있어서 좋았다”고 소감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