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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기가 아니면 보험이...” 유방암 환자들의 호소

유방암 환자 어머니 둔 딸의 청원 글

by 위키트리 WIKITREE

“같은 유방암 환자인데 어떤 환자는 정부 지원을 받는데 오히려 저희 어머니처럼 치료가 어려운 환자는 효과적인 신약이 있어도 정부 지원이 없어 1억이 없으면 치료를 못 받는다”


유방암 환자 어머니를 둔 딸이 청와대 게시판에 청원 글을 올려 주목을 받고 있다.

같은 유방암 환자라도 보험 기준이 달라 어떤 환자는 정부 지원을 받고 어떤 환자는 돈이 없어 치료를 포기하고 있다는 호소다.


img_20200824085212_89d31d78.jpg 게티이미지


청원인은 “제가 더 능력이 있었다면 아무리 비싸도 좋은 치료제를 저희 어머니를 위해 쓸 수 있었을 텐데 제가 못나서 그런 것 같아 가슴이 찢어진다”며 “만약 재발하게 되어 저희 어머니가 이 항암 치료 과정을 다시 겪는다고 하면 그 생각만으로도 마음이 아프다”고 정부의 도움을 청했다.



같은 유방암 환자, 같은 치료제라도 다른 보험 기준?


청원인의 어머니가 포기한 치료제는 HER2 양성 유방암 치료제 “캐싸일라”다. 현재 캐싸일라는 HER2 양성 ‘전이성’ 유방암 환자들, 즉 말기 유방암 환자들에게는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건강보험이 지원되는 암치료제는 비용의 5% 만 환자가 부담한다. 한편 유방암이 아직 많이 진행되지 않은 ‘조기’ 유방암 환자라면 상황이 다르다. 캐싸일라의 건강보험급여 기준 상 조기 유방암은 지원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청원인의 어머니는 “조기 유방암” 환자다. 치료비 100%를 환자가 부담해야 한다. 청원인은 “문제는 다른 유방암처럼 정부 지원이 없어 캐싸일라를 쓰려면 1억이 필요하다”고 치료 비용을 밝혔다.


img_20200824085220_17be922d.jpg pexels


조기 유방암 환자라도 ‘재발’하면 사망 위험 높아


유방암은 진행 단계에 따라 생존율이 다르기는 하지만 조기라고 해서 덜 심각한 것은 아니다. 일부 연구는 조기 환자라도 재발∙전이가 잘 되는 유형인 ‘HER2 양성 유방암’이면, 수술 전에 항암치료까지 해도 환자 4명 중 1명이 재발한다고 보고한다.


청원인의 어머니도 ‘HER2 양성 유방암’인데, 수술 전 항암치료와 수술에도 암이 발견된 경우다. 이러한 케이스는 HER2 양성 조기 유방암 환자 3명 중 1명꼴로 나타난다고 알려졌는데, 재발 위험이 특히 더 높다.


말기 유방암은 항암 치료의 효과가 더 이상 나타나지 않을 때까지 쭉 치료하지만 조기 유방암은 수술 후 일정기간 동안만 항암치료를 진행한다. 그 후 장기간 경과를 살핀다. 유방암은 다른 암과 다르게 10년, 20년 후에도 재발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여성들이 유방암을 진단받는 중간 나이(51.5세)를 생각하면 환자들은 거의 남은 여생 내내 유방암을 조심하면서 살아야 한다. 재발은 곧 사망선고와 같기 때문이다. 재발한 유방암의 평균 생존기간은 2년 미만이다.


청원인은 “저희 어머니처럼 재발 위험이 높은 환자는 평생 그 걱정과 스트레스를 안고 살아야 합니다. 그리고 만약 재발하게 되어 저희 어머니가 이 항암 치료 과정을 다시 겪는다고 하면 그 생각만으로도 마음이 아픕니다. 또 재발하면 치료 결과도 더욱 안 좋아지게 된다고 하는데 우리 가족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라며 유방암이 가족 모두의 아픔임을 알렸다.


img_20200824085241_a125103b.png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 캡쳐


외국은 같은 환자들에게 국가 건강보험 지원 중…소중한 사람에게 더 좋은 치료를 받게 하고 싶은 마음


영국과 호주에서는 조기 유방암 환자들도 캐싸일라 치료에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다. 그만큼 조기 유방암 환자들의 재발 위험을 줄이는 데 캐싸일라의 치료 효과가 인정을 받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환자들은 언제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조기 유방암도 암이다. 생존율 자체는 높지만, 재발 위험이 늘 도사리고 있다. 때문에 수술 후에 받는 항암 치료가 얼마나 잘 되느냐에 따라 환자와 가족의 여생이 좌우된다. 조기 유방암 환자와 환자 가족은 조금이라도 더 나은 치료제에 늘 절박할 수밖에 없다. 청원인이 “죽을 정도로 심각한 암은 아니라고 합니다. 하지만 소중한 사람에게 더 좋은 치료를 받게 하고 싶은 마음인 건 당연합니다”고 토로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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