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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키트리 WIKITREE Aug 24. 2020

“말기가 아니면 보험이...” 유방암 환자들의 호소

유방암 환자 어머니 둔 딸의 청원 글

“같은 유방암 환자인데 어떤 환자는 정부 지원을 받는데 오히려 저희 어머니처럼 치료가 어려운 환자는 효과적인 신약이 있어도 정부 지원이 없어 1억이 없으면 치료를 못 받는다”


유방암 환자 어머니를 둔 딸이 청와대 게시판에 청원 글을 올려 주목을 받고 있다.

같은 유방암 환자라도 보험 기준이 달라 어떤 환자는 정부 지원을 받고 어떤 환자는 돈이 없어 치료를 포기하고 있다는 호소다. 


게티이미지


청원인은 “제가 더 능력이 있었다면 아무리 비싸도 좋은 치료제를 저희 어머니를 위해 쓸 수 있었을 텐데 제가 못나서 그런 것 같아 가슴이 찢어진다”며 “만약 재발하게 되어 저희 어머니가 이 항암 치료 과정을 다시 겪는다고 하면 그 생각만으로도 마음이 아프다”고 정부의 도움을 청했다. 



같은 유방암 환자, 같은 치료제라도 다른 보험 기준? 


청원인의 어머니가 포기한 치료제는 HER2 양성 유방암 치료제 “캐싸일라”다. 현재 캐싸일라는 HER2 양성 ‘전이성’ 유방암 환자들, 즉 말기 유방암 환자들에게는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건강보험이 지원되는 암치료제는 비용의 5% 만 환자가 부담한다. 한편 유방암이 아직 많이 진행되지 않은 ‘조기’ 유방암 환자라면 상황이 다르다. 캐싸일라의 건강보험급여 기준 상 조기 유방암은 지원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청원인의 어머니는 “조기 유방암” 환자다. 치료비 100%를 환자가 부담해야 한다. 청원인은 “문제는 다른 유방암처럼 정부 지원이 없어 캐싸일라를 쓰려면 1억이 필요하다”고 치료 비용을 밝혔다. 


pexels


조기 유방암 환자라도 ‘재발’하면 사망 위험 높아


유방암은 진행 단계에 따라 생존율이 다르기는 하지만 조기라고 해서 덜 심각한 것은 아니다. 일부 연구는 조기 환자라도 재발∙전이가 잘 되는 유형인 ‘HER2 양성 유방암’이면, 수술 전에 항암치료까지 해도 환자 4명 중 1명이 재발한다고 보고한다. 


청원인의 어머니도 ‘HER2 양성 유방암’인데, 수술 전 항암치료와 수술에도 암이 발견된 경우다. 이러한 케이스는 HER2 양성 조기 유방암 환자 3명 중 1명꼴로 나타난다고 알려졌는데, 재발 위험이 특히 더 높다. 


말기 유방암은 항암 치료의 효과가 더 이상 나타나지 않을 때까지 쭉 치료하지만 조기 유방암은 수술 후 일정기간 동안만 항암치료를 진행한다. 그 후 장기간 경과를 살핀다.  유방암은 다른 암과 다르게 10년, 20년 후에도 재발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여성들이 유방암을 진단받는 중간 나이(51.5세)를 생각하면 환자들은 거의 남은 여생 내내 유방암을 조심하면서 살아야 한다. 재발은 곧 사망선고와 같기 때문이다. 재발한 유방암의 평균 생존기간은 2년 미만이다. 


청원인은 “저희 어머니처럼 재발 위험이 높은 환자는 평생 그 걱정과 스트레스를 안고 살아야 합니다. 그리고 만약 재발하게 되어 저희 어머니가 이 항암 치료 과정을 다시 겪는다고 하면 그 생각만으로도 마음이 아픕니다. 또 재발하면 치료 결과도 더욱 안 좋아지게 된다고 하는데 우리 가족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라며 유방암이 가족 모두의 아픔임을 알렸다.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 캡쳐


외국은 같은 환자들에게 국가 건강보험 지원 중…소중한 사람에게 더 좋은 치료를 받게 하고 싶은 마음


영국과 호주에서는 조기 유방암 환자들도 캐싸일라 치료에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다. 그만큼 조기 유방암 환자들의 재발 위험을 줄이는 데 캐싸일라의 치료 효과가 인정을 받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환자들은 언제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조기 유방암도 암이다. 생존율 자체는 높지만, 재발 위험이 늘 도사리고 있다. 때문에 수술 후에 받는 항암 치료가 얼마나 잘 되느냐에 따라 환자와 가족의 여생이 좌우된다. 조기 유방암 환자와 환자 가족은 조금이라도 더 나은 치료제에 늘 절박할 수밖에 없다. 청원인이 “죽을 정도로 심각한 암은 아니라고 합니다. 하지만 소중한 사람에게 더 좋은 치료를 받게 하고 싶은 마음인 건 당연합니다”고 토로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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