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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키트리 WIKITREE Oct 16. 2020

전자담배 사용자, 내년부터 세금 2배 더 내야 한다!?

영국·미국·독일 등 선진국은 “전자담배가 훨씬 덜 해롭다”

“국민에게 더 해로운 일반 담배를 피우라고 권유하는 것인가.”


정부가 액상형 전자담배에 대한 세금을 내년부터 두 배로 올리기로 하자 흡연자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픽사베이


기획재정부는 지난 7월 세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이 개정안엔 액상형 전자담배 개별소비세를 두 배로 올린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기획재정부는 일반 담배와 '유해성' 정도가 비슷해 세금 형평성을 맞춰야 한다는 이유를 증세 근거로 제시했다.


액상형 전자담배 증세 문제는 생각보다 복잡한 이슈를 담고 있다. 미국에서 액상형 전자담배로 인해 중증 폐 질환 환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이 지난해 들려왔다. 그러자 보건복지부가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 중단을 권고한 데 이어 식품의약품안전처도 인체 유해성 연구에 착수했다면서 이 연구의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 중단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유해성 여부를 놓고 액상형 전자담배를 둘러싼 논란이 시작된 셈이다.  


셔터스톡


문제는 유해성 결과가 나오기 전에 기획재정부가 증세 방침을 밝혔다는 점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액상형 전자담배가 일반 담배와 비교해 얼마나 유해한지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은 상황에서 일반 담배와 유해성 정도가 비슷하다는 판단을 일방적으로 내리고 증세 방침을 내놓은 것이다.


전자담배를 피우는 이들은 전자담배를 ‘연초형 담배보다는 덜 해로운 담배’나 ‘금연으로 가는 길목에 피우는 담배’ 정도로 여기고 있다.


실제로 영국과 미국 등 선진국은 전자담배를 덜 해로운 제품으로 보고 공중보건 차원에서 일반 연초 흡연자들에게 전자담배로 담배를 바꿀 것을 권고하고 있다.   


유튜브, NHS Smokefree


영국 공중보건국(PHE)의 경우 올해 초 발간한 보고서에서 지난해 불거진 미국발 액상형 전자담배 폐 질환 사태로 소비자들 사이에 전자담배에 대한 잘못된 정보와 과도한 공포가 퍼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미국에서 발생한 폐 질환 사례는 ‘비타민 E 아세테이트’ 성분 때문에 발생한 점, ▲해당 성분은 영국에서 사용이 이미 금지돼 있다는 점 ▲이 때문에 영국에선 관련 폐 질환과 유사한 사례가 한 건도 없었다고 밝혔다.  


픽사베이


흥미로운 점은 보고서가 전자담배를 연초형 담배보다 훨씬 덜 해롭다고 명시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전자담배가 완전히 무해한 것은 아니라면서도 유해 물질을 일반 담배보다 훨씬 적게 포함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밝혔다.


미국 식품의약국(FDA)도 궐련형 전자담배가 일반 담배보다 훨씬 유해성이 낮다고 인정했다. FDA는 지난 7월 기존 담배에서 아이코스(필립모리스의 궐련형 전자담배)로 완전 전환하면 유해한 화학 물질에 노출되는 것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셔터스톡


선진국들의 이 같은 연구 결과는 식품의약품안전처 입장을 정면으로 뒤집은 것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궐련형 전자담배가 일반 담배보다 덜 유해하다는 근거는 없다는 입장을 2018년 밝힌 바 있다. 그 뒤로 같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궐련형 전자담배 제조사인 필립모리스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전자담배 유해성 연구 결과를 공개하라는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정보 공개가 적법하다는 판결을 내리기까지 이르렀다.


문제는 한국 정부가 이처럼 전자담배 유해성 논란에 대한 입장을 제대로 밝히지 않은 것도 부족해 일반 담배와 유해성 정도가 비슷하다는 판단까지 내리는 바람에 일반 소비자들 사이에서 전자담배 공포증이 과도하게 형성됐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로 인해 더 해로운 것으로 알려진 일반 담배의 소비를 부추기고 있다는 점이다.  


뉴스1


영국 보고서는 전자담배 공포증을 강하게 우려하고 있다. 흡연자 절반 이상이 전자담배가 일반 담배처럼 유해하거나, 나아가 더 유해하다고 잘못 생각함으로써 덜 해로운 전자담배로의 접근을 막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영국 보고서가 우려한 것처럼 한국에서 연초 흡연 비율이 크게 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연초 판매량은 15억 5000만 갑으로 전년 동기보다 무려 5.4%나 늘었다. 정부가 전자담배에 대한 과도한 공포증을 조성함으로써 국민에게 훨씬 해로운 것으로 알려진 연초형 담배를 권유하고 있는 셈이다. 


흡연자들 사이에서 “정부가 국민 건강을 되레 망치고 있다”, “담배 세금이 줄어들자 정부가 안간힘을 쓰고 있다” 등의 볼멘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흡연자인 C 씨는 “담배에 붙는 세금은 국민 건강증진 정책을 위해 사용하는 것인 만큼 무엇이 진정 국민 건강을 위한 정책인지 정부가 명확한 답을 내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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