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관을 꿈꾸던 외고생이 자퇴한 뒤, 토목직 9급 공무원 시험에 응시해 합격했다. 김선희(18) 양이 그 주인공이다.
지난달 19일 제주도민일보에 따르면, 김 양은 고3이 된 올해 제주외고를 자퇴하고 6개월 준비 끝에 제주 지방공무원 8, 9급 공채 시험에 합격했다. 분야는 일반 토목직으로, 남성도 기피하는 분야라고 한다. 이번 토목직 경쟁률은 5.6:1이었다.
김 양은 "대학생이 돼서도 취업 경쟁 속에서 살고 싶지 않았다. 내 또래보다 빨리 사회에 진출해 앞서 나가고 싶었다"고 매체에 자퇴 이유를 설명했다.
김 양은 원래 외교관이 꿈이었다. 그는 지난달 29일 한 취업 전문 블로그와의 인터뷰에서 "영어를 좋아해 외교에 관심이 많았다"며 "(하지만) 외교관이 되려면 대학에 가고, 외교원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그렇게 오래 기다리는 게 싫었다"고 말했다.
김 양의 학교 성적은 상위권에 속했다. '전교 1등' 경험도 있다. 김 양은 "아버지가 (자퇴를) 적극 지원했다. 모든 사람이 똑같은 길을 걸을 필요가 없다. 대학만 바라본 채 이후의 삶을 고민하지 않는 것보다 (자퇴가) 낫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종실 제주외고 교장은 "(김 양은) 평소에 모범적으로 성실하게 공부한 학생으로 신뢰했다"며 "학생 의견을 존중한다"고 했다.
공무원 시험은 올해 1월부터 본격적으로 준비했다. 실제 준비 기간은 6개월 남짓 된다. 김 양은 "오전 9시부터 오후 11시 30분까지 도서관을 떠나지 않고 공부했다"라며 "아버지가 토목직 공무원으로 일하셨고, 언니도 제주시청 토목직 공무원으로 일한다. 이런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다"고 답했다.
김 양은 "한 분야에만 치우지지 않은, 다양한 방면의 능력을 갖추고 싶다"며 "무엇보다 모범적인 공무원이 되고 싶다. 지켜야 할 것을 지키는 공무원이 되야 한다고 스스로와 약속했다"고 다짐했다.